정직 의결만 나와도 사실상 식물총장.. 정권수사 차질 불가피

최석진 2020. 12. 15. 1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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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최석진 기자, 배경환 기자, 박준이 기자] 검사 징계위원회가 15일 2차 회의를 열고 윤석열 검찰총장에 대한 징계 수위를 결정한다. 징계위는 이날 회의를 끝으로 결론을 내겠다는 방침이다. 현재 윤 총장의 임기는 7개월 여 남았다. 징계위가 윤 총장 징계를 둘러싼 악화된 여론을 감안하여 애초 예상된 '해임' 등 중징계보다는 면직이나 정직 등을 결정할 가능성이 점쳐진다. 해임을 결정했을 경우 정치적 파장과 윤 총장 측과의 법적 공방이 치열해질 것을 회피하려는 측면이 있다. 그러나 정직만 의결해도 사실상 윤 총장을 식물총장으로 만들어 정권 관련 수사에 차질을 유도할 수 있다는 점에서 징계위가 고를 수 있는 선택지는 많은 편이다.

정한중ㆍ신성식 기피 신청… 소송전 대비하는 윤 총장

법무부 검사징계위는 이날 오전 10시30분부터 정부과천청사 1동 법무부에서 윤 총장에 대한 징계위 2차 심의기일을 진행 중이다. 윤 총장은 지난 10일 1차 심의기일 때와 마찬가지로 출석하지 않았다. 대신 윤 총장은 오전 출근 길에 이례적으로 차에서 내려 지지자들에게 감사의 뜻을 전했다. 그는 피켓을 들고 시위를 하던 시민에게 다가가 "응원해주시는 것은 감사한데 오늘부터 강추위가 시작되니까 여기 나오지 마시라"며 "그만하셔도 제가 마음은 감사히 받겠다"고 말했다. 갑자기 날씨가 추워진 이유도 있으나, 하필 징계위 당일 이런 행보를 보인 건 다분히 정치적으로 해석이 가능해 보인다.

한편 윤 총장 특별변호인은 징계위 시작 후 위원장 직무를 대리하고 있는 정한중 한국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와 신성식 대검 반부패강력부장 등 2명에 대해 공정성이 우려된다며 기피를 신청했다. 1차 징계위 당시 윤 총장 측의 기피 신청이 모두 기각됐던 것처럼 이번 기피신청 역시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윤 총장 측이 징계위 구성이나 정보 공개 등 절차상 문제를 계속 제기하는 건 향후 법원에서 진행될 소송전을 대비한 전략으로 볼 수 있다.

징계위가 채택한 8명의 증인 중 이날 한동수 대검 감찰부장이 당초 예상과 달리 출석한 반면,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과 정진웅 광주지검 차장검사는 나타나지 않았다. 한 감찰부장은 '판사 정보수집 문건'과 '채널A 사건 감찰ㆍ수사방해' 등 윤 총장의 중요 징계 사유들과 직접 관련이 있는 핵심증인인 만큼 위원들의 심문이 집중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추 장관과 윤 총장 중 어느 쪽에 유리한 진술을 해줄 것인지 증인마다 색깔이 분명한 상황에서, 징계위원들과 윤 총장 양측은 각각 유리한 증언을 도출해내기 위한 심문에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정치적 부담 큰 '해임'ㆍ'면직' 대신 '정직' 의결 전망도

징계는 이날 출석한 위원 4명의 표결로 정해진다. 검사징계법은 징계혐의자에게 가장 불리한 의견이 출석위원 과반에 이르지 못할 경우, 그 다음 불리한 의견을 차례로 더해 과반수에 이르렀을 때 해당 의견으로 의결되도록 정하고 있다(표 참조). 정 위원장 직무대리나 이용구 법무부 차관, 안진 전남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신성식 대검 반부패강력부장 등 4명의 출석위원 중 3명만 윤 총장의 해임 혹은 면직에 동의하면 윤 총장은 직에서 물러나게 되는 상황이다.

다만 최근 윤 총장에 대한 징계 청구에 대한 비판 여론이 높아지고 야권의 반발도 커지면서 정치적 부담이 따르는 해임 혹은 면직보다는 2~3개월의 정직이 의결될 가능성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가능성은 낮지만 이날 징계위가 정직보다 수위가 낮은 감봉 내지 견책 의결에 그칠 경우 징계를 청구한 추 장관은 치명상을 입게 될 전망이다.

법원 취소소송ㆍ집행정지, 헌재 위헌심판ㆍ가처분

징계위가 해임이나 면직을 의결하면 문재인 대통령이 이를 집행한 뒤 후임 총장을 임명하게 된다. 정직이 의결될 경우 정직기간 동안 조남관 대검 차장검사가 총장의 직무를 대행하겠지만 윤 총장의 임기가 내년 7월 24일 만료되는 만큼 '월성 원전 사건'이나 '유재수 감찰무마 사건'의 윗선 규명, '라임ㆍ옵티머스자산운용 사건' 관련 정관계 로비 수사는 사실상 중단될 가능성이 크다. 윤 총장 측은 경징계 결정이 나오더라도 즉각 취소소송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특히 해임이나 면직ㆍ정직 등 징계 처분의 취소를 구하는 소송을 내며 처분의 효력을 정지시키는 집행정지를 함께 신청할 전망이다. 소송이 진행되는 동안 헌법재판소의 검사징계법 효력 정지 가처분 결정도 기다리게 된다.

최석진 기자 csj0404@asiae.co.kr

배경환 기자 khbae@asiae.co.kr

박준이 기자 giver@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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