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계적 개인 공매도 허용안' 기울어진 운동장 여전..분노한 개미

박지환 2020. 12. 15. 1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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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성수 "전문투자자에 허용"
사모펀드처럼 자격 기준 도입
금융위, 대여주식 시스템 구축
현 20배 1조4000억까지 늘려
무차입 공매도 예방 시스템 무산
개미들 "공매도 폐지해야"

[아시아경제 박지환 기자] 금융 당국이 개인투자자의 단계적 참여 확대를 골자로 하는 '공매도 제도 개선 방안'을 추진한다. 공매도 제도를 완전히 폐지해달라고 주장해온 다수의 개인투자자는 곧바로 반발했다. 앞으로 발표될 구체적인 개선 방안이 개인투자자들의 불만을 풀어줄 수 있을지 주목된다.

은성수 금융위원장은 14일 온라인(비대면)으로 진행된 출입기자단과의 송년 간담회에서 "자산이 있거나 책임을 감당할 수 있는 전문투자자에게 공매도를 일단 허용하고 이를 넓혀가는 것이 타협점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현재 공매도 제도가 외국인과 기관투자가들을 위한 '기울어진 운동장'이란 비판을 받고 있는 만큼 개인의 참여 기회를 늘려야 한다는 의견과 대상 확대 시 개인들의 피해만 커질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가 맞서는 점을 고려해 절충안을 제시한 것이다. 지난해 기준 투자 주체별 국내 증시 주식거래대금 비중은 외국인이 19.8%, 기관이 14.8%, 개인이 65.4%인 반면 공매도 거래대금 비중은 외국인이 62.8%, 기관 36.1%, 개인 1.1% 등으로 편차가 크다.

은 위원장은 "개인에게도 공매도 기회를 열어주되 아무나 대차를 통해 공매도를 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며 "사모펀드에도 적격투자자가 있듯 전문투자자 자격을 규정해 책임을 감당할 수 있는 투자자들에게 일단 허용하고 향후 이것을 넓혀갈지 아니면 그 상태를 유지할지 검토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현재 전문투자형 사모펀드 투자를 위해서는 3억원 이상의 적격투자자 요건을 충족해야 하는 것처럼 공매도에도 이와 비슷한 기준을 도입하겠다는 뜻이다.

현재 금융위는 내년 3월 공매도 재개를 전제로 개인이 공매도할 주식을 쉽게 빌릴 수 있는 'K대주시스템'을 구축해 대여주식 규모를 현재의 20배인 1조4000억원까지 늘릴 계획이다. 불법 공매도 처벌 수준을 현행 최대 1억원의 과태료에서 공매도 주문금액 범위 내 과징금 부과로 상향하고, 벌금은 부당이득액의 3~5배까지 높이는 방안을 도입한다.

은 위원장은 "최근 자본시장법이 개정되면서 불법 공매도에 대한 처벌 강화와 대차 정보 보관 의무화 방안 등이 마련됐다"며 "외신에서도 강력한 제도를 도입했다는 평가를 보이고, 만나본 증권업계 관계자들도 이 정도 하면 불법 공매도를 할 생각을 안 할 것이라고 한다"고 전했다. 다만 "우리 일반투자자들은 이 정도로는 안 된다고 하지만 법 개정은 크게 됐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사전예방시스템 구축 약속은 또 번복=현재 개인투자자 사이에선 '공매도를 완전 폐지해야 한다'라는 목소리가 크다. 한 개인투자자는 "공매도가 일부 개인 전문투자자에게 확대 허용되더라도 그곳에 참여하지 못한 다수의 소액 개인투자자의 피해는 이전보다 커질 뿐"이라며 "개인의 힘으로 공매도시장에서 이기기는 어렵기 때문에 (공매도 제도는) 폐지 수순을 밟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무엇보다 개인투자자들이 원하던 불법 무차입 공매도 사전예방 시스템 구축이 성사되지 못한 점이 논란거리다. 금융 당국은 벌써 두 번이나 무차입 공매도 예방 시스템 구축 약속을 번복했다. 앞서 2018년 골드만삭스인터내셔널의 무차입 공매도 사건이 발생하자 금융위는 75억원의 과징금을 부과하면서 무차입 공매도를 실시간 적발하는 시스템을 구축하겠다고 약속했다. 하지만 현재까지도 이 시스템은 도입되지 않았고, 이번에도 도입 움직임은 사실상 무산된 상태다. 이에 대해 은 위원장은 "불법 공매도 차단 시스템 도입에 대해 약속을 어긴 것 아니냐는 일부의 지적은 충분히 그렇게 생각할 수 있다고 본다"며 "(하지만) 사후 적발 성격인 불법 공매도 모니터링 시스템으로도 사전 차단만큼은 아니지만 충분히 적발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우리나라 전산 시스템상 전혀 불가능한 것은 아니지만 실제로 너무 많은 노역이 들어가는 어려움이 따른다"고 알렸다.

박지환 기자 pjhyj@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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