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능후, 백신 접종도 하기 전에 폐기 걱정 "젊은층 거부해서"

오원석 2020. 12. 15. 1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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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이 지난 11월 26일 국회에서 열린 보건복지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법안 의결 후 인사말을 하고 있다. 오종택 기자

영국과 미국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한 백신 접종이 시작되면서 코로나19 종식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 그러나 한국에서는 백신 배포 일정조차 감감무소식인 상황이다. 백신 접종 일정도 알 수 없는 상황에서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은 백신을 과도하게 확보했을 경우 폐기문제를 먼저 우려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접종 전부터 과도한 행정적인 판단을 하느라 한시가 급한 백신 확보의 골든타임을 놓친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올 수 있는 대목이다.


野 의원 "왜 3000만? 5000만 확보해야"

15일 국회회의록에 따르면 박 장관은 지난달 26일 제10차 보건복지위원회 전체회의에 참석해 국회 보건복지위 소속 강기윤 국민의힘 의원과 백신 확보 수량과 관련한 논의를 했다. 이때는 한국 정부가 아스트라제네카와 백신 공급 계약을 맺었다는 소식이 나온 이후다.

강 의원은 박 장관 측에 백신을 3000만개만 확보 중인 이유를 물었다. 유·무상 접종과 상관없이 5000만개를 준비해 최대한 많은 국민이 백신을 맞을 필요가 있는 것 아니냐는 질문이었다. 강 의원은 "3000만개만 준비할 필요가 뭐 있느냐. 유료로 하든 해서 국민들이 다 (백신을) 맞게 해야 하는 것 아닌가"라며 "5000만개를 갖고 국민들이 (접종을) 무상으로 하든, 유상으로 하든 맞고자 하는 사람은 맞게 해야 도리가 아니겠냐"고 물었다.

강 의원은 "다른 나라들은 지금 (백신을) 맞는다고 하고, 12월에 맞는다 하는데 우리는 어찌 됐느냐는 국민의 아우성이 크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이에 박 장관은 분량과 관련해 "정부의 목표량은 최소치가 60%(3000만개)에 해당한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그 이상의 물량은 지금 확보를 해 나가고 있다. 강 의원님이 걱정하는 부분을 저도 공감한다"고 답했다.


박능후 "과도하게 비축하면 폐기 책임"

3000만개를 우선 확보한 상황을 설명하던 박 장관은 행정적인 문제를 거론했다. 박 장관은 "행정적인 입장에서 볼 때는 백신을 과도하게 비축했을 때 그것을 몇 개월 이내에 폐기해야 하는 문제가 생기는데, 그에 따르는 사후적인 책임 문제도 있다"고 말했다. 백신이 남아 폐기해야 할 상황도 함께 고려해야 한다는 답변이다.

박 장관은 "저는 정부 당국자로서 기꺼이 책임을 지겠다고 생각을 하고 있다"고 말하면서도 "백신은 세계 어느 나라든 특정 그룹은 거부반응을, 심리적으로 안 맞겠다는 연령층이 있다"고 했다. 그는 이어서 "대부분 젊은 층이다"라고 덧붙였다.

박 장관이 '젊은 층의 심리적 백신 거부' 사례로 든 것은 인플루엔자 백신이다. 그는 "인플루엔자 백신을 목표한 만큼 다 못 가고 있다"고 했다.

박 장관은 "코로나19 백신의 경우에도 5000만 도즈(1회 용량)를 다 확보하더라도 실질적으로 맞지 않는 분들이 분명히 많이 있어서 국민들이 백신을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지 조사하고자 조사를 설계 중"이라고 했다.

강 의원은 박 장관의 설명을 듣고는 "(국민들이 백신을) 안 맞으면 내가 다 사겠다"며 "내가 사서 내다 팔겠다"고 재차 백신 확보 물량 확대를 촉구했다.

미국 듀크대 글로벌혁신센터에 따르면 캐나다는 인구 대비 527%에 달하는 백신을 확보했다. 전 인구가 5번은 맞을 수 있는 양이다. 영국은 290%, 호주도 226%, 칠레의 경우 223%에 해당하는 백신을 확보했다고 한다. 미국도 인구대비 백신 확보량이 170%에 이른다.

지난 11월 26일 국회에서 열린 보건복지위원회 전체회의에서 강기윤 제1법안소위원장이 법안심사 결과를 보고하고 있다. 오종택 기자


강기윤 "국민 생명을 타산적으로 접근한 것"

강 의원은 이날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정부 당국자들의 관료적인 접근방식에 문제를 제기했다. 그는 "국민이 5000만명인 것을 정부가 까먹은 것 아니냐"며 "젊은이들이 안 맞을 수 있다며 3000만명분만 확보한 것은 정말 크게 혼쭐나야 한다. 국민 생명을 타산적으로 접근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캐나다 등 선진국이 인구수보다 많은 백신을 선 확보한 것과 관련해 강 의원은 "캐나다와 미국이 백신을 500%, 200% 구매한 이유도 백신이 얼마나 오래갈지 알 수 없는 상황에서 반년 뒤에 또 맞아야 하는 상황까지 고려한 것"이라며 "우리는 전 국민이 한 번도 다 못 맞는 이런 짜증스러운 상황에 처해 있다. 정부의 관료적 사고가 문제"라고 지적했다.

오원석 기자 oh.wonseo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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