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비보다 더 빠르고 정확..무시했던 고속도로 전광판 비밀

강갑생 2020. 12. 13.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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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 서해대교 추돌사고 17명 부상
'안개로 감속' 안내했지만 안 지켜
2006년 서해대교 29중 추돌도 유사
"전광판 잘 보면 안전 운전 큰 도움"
10월 20일 짙은 안개 속에 서해대교 위에서 발생한 다중 추돌사고 현장. [연합뉴스]

지난 10월 20일 새벽 5시 53분쯤 서해안고속도로 행담도휴게소 부근 서해대교 위에서 연쇄 추돌사고가 발생했다. 승용차 9대와 화물차 6대 등 모두 15대가 부딪혔다. 불행 중 다행으로 사망자는 없었고, 17명이 다쳤다.

사고는 송악 IC 방면(목포 방향)으로 달리던 25t 탱크로리와 트레일러가 추돌하면서 시작됐다. 거대한 두 차량이 추돌하면서 멈추자 뒤따르던 차들이 미처 피하지 못하고 연이어 부딪힌 것이다. 당시 서해대교 위는 짙은 안개로 인해 가시거리가 50~100m밖에 안되는 상황이었다.

안개가 발생해 짙어지기 시작하자 한국도로공사(도공) 교통센터에서는 오전 3시 30분쯤부터 서해대교 주변의 도로전광표지판(VMS, Variable Message Sign)에 '안개로 시속 50㎞ 이하 감속 운행'이라는 긴급 안내문을 내보내기 시작했다.

도로교통법에도 시정거리가 100m 이내로 떨어질 경우 속도를 규정 속도의 절반 이하로 줄이게 돼 있다. 바다 위에 지어진 해상교량인 서해대교에는 연평균 30~50일가량 해무가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2006년 10월 발생한 서해대교 29중 추돌사고 현장. [연합뉴스]


그러나 사고 이후 도공에서 당시 차량의 통행속도를 확인해보니 오전 3시부터 사고 시각까지 평균 시속이 89.5㎞인 것으로 나타났다. 사고 당시는 시속 84㎞가량이었다.

전광판을 통해 운전자들에게 요청한 시속 50㎞보다 훨씬 빠른 속도였다. 게다가 이는 안개가 끼지 않은 전날 같은 시간대의 평균 속도(98.9㎞)보다 약간만 줄어든 정도였다.

앞서 2006년 10월 3일 오전 서해대교 구간에서 발생한 29중 추돌사고도 거의 같은 사례다. 짙은 안개 속에서 속도를 줄이지 않고 달리던 25t 트럭이 앞서가던 1t 트럭을 추돌하면서 일어났다. 이 사고로 12명이 숨지고 50여명이 다쳤고, 이 일대는 상당 시간 극심한 교통정체를 빚어야 했다.

당시에도 고속도로 전광판에는 짙은 안개가 끼었으니 서행하라는 안내가 이어졌다고 한다. 두 사고 모두 운전자들이 전광판의 안내문을 주의 깊게 보고 따랐다면 상당 부분 막거나 피해를 줄일 수 있는 사고였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도공에 따르면 고속도로 전광판에 뜨는 정보는 자동차에 설치된 내비게이션보다 더 빠르고 정확하다. 도공 교통센터 관계자는 "고속도로에서 사고나 비상상황이 발생하면 상황실에서 CC-TV 등을 통해 가장 먼저 확인한 뒤 곧바로 속보를 입력해 VMS에 띄운다"고 설명한다.

고속도로 전광판에는 안전 운전에 유용한 정보가 가장 빠르게 올라온다. [연합뉴스]


이 관계자는 또 "이때 해당 정보를 교통정보 공유사이트에도 올리는데 각 내비게이션 운영사들이 이를 가져가서 음성안내 등으로 제공하기 때문에 VMS 정보와는 다소 시차가 생긴다"며 "고속도로 정보는 전광판이 가장 빠르고 정확하다고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전광판은 사고뿐 아니라 도로 위에서 생기는 각종 돌발 상황을 확인하는 데도 유용하다. 공사 상황이나 낙하물 발생 등으로 인한 교통정체도 신속하게 확인이 가능하다.

도공의 류종득 교통처장은 "비나 눈 또는 안개 때문에 도로 주행 여건이 좋지 않을 경우 VMS에 속도를 줄이라고 안내하지만, 운전자들이 내비게이션만 믿고 이를 무심히 지나치는 사례가 많다"며 "하지만 전광판의 정보는 안전운전을 위해 매우 유용하니 꼭 관심을 가져달라"고 강조했다.

강갑생 교통전문기자 kksk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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