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징서 실종된 美 언론인, 4일 만에 中 정부에 억류 확인
中 "국가안보 위협한 혐의"
블룸버그통신 베이징지국에서 뉴스 보조원으로 일하던 현지 직원이 실종된 지 4일 만에 중국 공안에 의해 구금돼있다는 사실이 확인됐다.
11일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이 매체 소속 헤이즈 판은 지난 7일 오전 11시30분 자신의 편집자와 접촉한 뒤 연락이 끊겼다. 이날 사복 보안요원들에 둘러싸여 자택을 빠져나간 모습이 마지막으로 포착됐다고 한다.
블룸버그통신은 그가 실종된 이후 중국 정부와 워싱턴 D.C. 주재 중국 대사관으로부터 판의 행방에 대한 정보를 구했다고 밝혔다. 그 결과 블룸버그는 10일 국가안보를 위협할 수 있는 범죄행위에 가담했다는 혐의로 판이 중국 당국에 의해 억류돼있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블룸버그 측 대변인은 “판의 상태를 매우 염려하고 있다”며 “우리는 더 많은 정보를 얻는 동안 그를 도울 수 있도록 모든 조치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중국 국적을 가진 판은 2017년부터 블룸버그에서 근무를 시작했다. 이전에는 CNBC, CBC, 알자지라, 톰슨 로이터 등을 거쳤다. 그는 자신의 트위터 프로필에 스스로를 기자(Reporter)라고 소개했지만 중국 국적자는 중국 내 외국 언론사에선 뉴스 보조원으로만 활동해야 한다는 현지 규정에 따라 독자적 보도가 불가능한 뉴스 보조원으로 일하고 있었다고 블룸버그는 설명했다.
중국 당국은 블룸버그에 “판이 국가 안보를 위태롭게 하는 범죄 활동에 관여한 혐의로 중국 법에 의해 베이징 국가보안국에 구금돼있다”며 “판이 합법적 권리를 충분히 보장받고 있고, 가족도 (구금) 사실을 알고 있다”고 전했다.
중국이 현지에서 활동하는 외국 매체 언론인에게 압박을 가하는 건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중국은 올해 미국과의 관계가 악화하자 미국 언론사 소속 기자 10여명의 기자증을 취소하고 추방한 바 있다. 중국 CCTV 영어방송 채널 CGTN에서 일하던 중국계 호주인 앵커 청레이도 국가안보를 해쳤다는 이유로 지난 8월 구금됐다. 지난 9월에는 마이클 스미스 호주 파이낸셜 리뷰 상하이 특파원과 빌 버틀스 호주 ABC 방송국 베이징 특파원이 중국 경찰에게 국가안보와 관련된 수사를 받기 전까지는 출국할 수 없다는 통보를 받았다가, 호주 정부의 도움을 받아 중국을 떠날 수 있었다. 이들은 중국에 남아있던 마지막 호주 언론사 특파원이었다.
이근평 기자 lee.keunpy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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