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로봇 개' 보스턴 다이내믹스 인수 가시화
현대자동차그룹의 미국 보스턴 다이내믹스 인수가 가시권에 들어왔다. 보스턴 다이내믹스는 4족보행 ‘로봇 개’ 스팟(SPOT)으로 유명한 로봇전문 회사다. 현대차그룹은 일본 소프트뱅크로부터 보스턴 다이내믹스 지분을 인수하는 협상을 진행해 왔으며 10~11일 현대차를 비롯한 주요 계열사 이사회를 통해 투자 계획을 논의한다.
현대차그룹과 투자은행(IB) 업계 등에 따르면 현대차는 이날 이사회를 열어 보스턴 다이내믹스 인수와 로봇 사업 진출에 대한 논의를 진행했다. 11일엔 현대모비스와 현대글로비스 이사회가 열려 이 안을 보고하고 논의한다.
현대차그룹은 사업목적 변경 및 공시 등과 관련한 대규모 투자에 대해서는 이사회 보고를 거쳐 결정한다. 지난 3월에 미국 자율주행 전문 스타트업 앱티브와 조인트벤처 설립을 위한 투자를 결정했을 때도 이사회를 거쳤다.
IB 업계 관계자는 “소프트뱅크와의 협상에서 당초 외신에서 보도됐던 10억 달러(약 1조900억원)보다 인수 금액은 다소 낮아진 것으로 안다. 9억 달러(약 9800억원) 언더(아래)에서 협상이 종결될 것”이라고 말했다. 만약 인수가 확정되면 20억 달러(약 2조1800억원)를 투자한 앱티브 조인트벤처에 이어 역대 두번째 규모 인수·합병(M&A)이다.
이사회의 승인을 받아 인수를 공식화하면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 취임 이후 첫 대규모 M&A가 된다. 정 회장은 수석 부회장이던 지난해 10월 임직원과의 대화(타운홀 미팅)에서 “미래 사업은 자동차가 50%가 되고 30%는 개인항공기(PAV), 20%는 로보틱스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보스턴 다이내믹스 인수가 사업구조 재편의 첫걸음이 되는 셈이다.
앱티브 투자에는 현대차와 기아차가 참여했지만, 이번엔 현대모비스와 현대글로비스가 투자자로 참여할 것으로 보인다.
미국 매사추세츠 공대(MIT) 출신 연구진이 1992년 설립한 보스턴 다이내믹스는 로봇 개 스팟 동영상으로 유명해졌다. 옆에서 밀어도 스스로 중심을 잡고 실제 사족보행 동물처럼 걷는 로봇이다. 2015년 선보인 스팟은 초당 1.58m 속도로 뛰거나 계단을 오를 수도 있다.
보스턴 다이내믹스는 뛰어난 기술력으로 유명하지만, 양산화에 성공하지 못해 여러 번 주인이 바뀌었다. 2013년 구글이 인수했다가 2017년 소프트뱅크에 매각했다. 사업 가능성은 충분하지만 양산 능력을 갖추지 못한 게 이 회사의 약점이다. 완성차 양산 경험이 풍부한 현대차그룹과의 시너지를 기대할 수 있는 이유다.
현대차는 이미 로보틱스 분야에서 많은 투자와 연구를 진행해 왔다. 지난 9월 미국 실리콘 밸리에 ‘뉴 호라이즌스 스튜디오’를 설립하고 자동차와 로봇을 결합한 신개념 모빌리티 연구에 나섰다. 지난해 미국 소비자가전 전시회(CES)에서는 계단을 오르는 자동차 ‘엘리베이트 콘셉트카’를 공개하기도 했다.
웨어러블 로봇 ‘벡스’를 개발했고, 저속 자율주행에서 예기치 못한 장애물을 회피하는 기술을 갖춘 리얼타임 로보틱스에 투자했다.
이동현 기자 offramp@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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