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명 암투병, 50명 사망.. 건강검진만 받게 해달라"
[방관식 기자]
▲ 지난 6월 초여름에 시작했던 집회가 겨울이 되어서도 계속되고 있다. 주민들의 이 고단한 걸음이 언제 끝날지 아무도 모른다. |
ⓒ 위원회 |
▲ 수개월 째 집회 중인 화곡1리 주민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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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여름 반팔을 입고 시작한 집회가 첫눈이 내릴 때까지 계속되고 있다. 하지만 거대한 자본은 꿈쩍도 하지 않는다. 지난 6월 하순부터 현대오일뱅크를 상대로 수개월째 투쟁을 벌이고 있는 서산시 대산읍 화곡1리 주민들의 이야기다.
주민들의 요구사항은 단순하다. 그동안 환경과 인체에 악영향을 미치는 사고가 자주 발생했으니 몸에 이상은 없는지 건강검진이라도 받게 해달라는 것이다.
하지만 지금까지 얻어낸 성과는 하나도 없다. 그래도 주민들은 매일 새벽 차디찬 이슬을 맞으며 도로로 나서고 있다. 후손들을 위해서라도 절대로 포기할 수 없는 것이 사람이 살만한 환경을 지키는 것이다.
4일, 화곡1리환경대책위원회 유기종 위원장과 이영우 이장을 만나 주민들의 안타까운 사정을 들어봤다.
▲ 대산읍 화곡1리환경대책위원회 유기종 위원장(사진 오른쪽)과 이영우 이장은 고령의 나이에도 집회에 적극 참여해 주고 있는 마을 어르신들에게 감사하고 죄송하다고 밝혔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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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환경문제로 수개월째 현대오일뱅크를 상대로 집회를 벌이고 있다. 현재 화곡1리의 환경 오염 상태와 주민들이 느끼고 있는 불안감은 어느 정도인가?
유기종 위원장(아래 유): "이 마을에서 안 살아본 사람들은 이야기를 해줘도 실감을 못 할 것이다. 지역 특성상 1년 중 오랜 시간 북서풍이 부는데 이 기간 동안 화곡1리는 현대오일뱅크에서 발생하는 가스 악취 등의 공해를 고스란히 몸으로 맞고 있는 실정이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농작물이며 사람이며 제대로 남아나는 것이 없을 지경이 됐다."
이영우 이장(아래 이): "현재 화곡1리에는 암 투병 중인 주민이 15명이다. 이미 50여 명은 암과 싸우다 돌아가셨다. 230여 명의 주민이 사는 마을에서 이렇게 많은 암 환자가 발생하는 것이 상식적으로 맞는 것인지 어디 가서 하소연이라도 하고 싶은 것이 주민들의 심정이다."
- 대산지역에서는 그동안 크고 작은 환경사고가 발생했다. 화곡1리에 직접적인 피해를 입힌 대표적인 환경사고에는 어떤 것들이 있는지?
이: "최근에는 지난 4월 발생한 가스누출사고가 있다. 당시 야간에 사고가 터져 주민들은 밤새 잠을 이루지 못했고, 화곡1리를 비롯한 공장 인근 주민 수십 명이 두통과 구토 증상을 보여 서산중앙병원에서 급하게 진찰을 받기도 했다.
지난 2019년 12월에도 유사한 사고가 일어나 주민들, 특히 고령의 노인들이 큰 고통을 받았다. 이 밖에도 지난 2018년 터진 코크스 유증기 사고 때에도 주민들이 극심한 고통을 호소했었다. 당시 이 유증기 악취는 당진까지 퍼져 민원이 발생할 정도로 심했었다."
▲ 유기종 위원장은 주민들의 건강 상태를 정확하게 알 수 있는 건강진단이 제일 시급하다고 밝혔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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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집회가 장기간 이어지고 있는데 주민들의 핵심적인 요구사항은 무엇인가?
유: "요구사항은 현대오일뱅크의 진심 어린 사과, 주민들에 대한 건강검진 실시와 농작물 피해 보상, 지난 2002년 약속한 사항을 이행하라는 것이다. 올해 8월에야 부사장이 사과했지만, 주민들은 이것을 진정한 사과라고 보지 않는다.
그리고 여러 차례 사고를 겪은 주민들이 건강검진을 받도록 해달라는 것이다. 이것이 절대로 받아들이지 못할 이기적인 주장인지 현대오일뱅크 측에 묻고 싶다. 마지막으로 약속은 지키라고 있는 것인데 대산의 거대기업들은 아직도 아무런 대답이 없다. 주민들을 완전히 무시하는 처사라고밖에 생각할 수 없다."
- 2002년의 약속이란 것에 대해 추가적인 설명을 부탁한다?
이: "지난 2002년 당시 현대오일뱅크를 비롯한 대산3사 관계자와 화곡리 주민대표가 모여 환경피해 영향조사 용역에 화곡1·3리를 포함하겠다고 약속하고 서명했지만, 지금껏 지켜지지 않고 있다. 당시 영향조사 시점을 대죽공단 석유비축기지 준공으로 정했는데 2015년 완공됐다. 이때 서산시도 참여해 증인을 섰다. 그런데 여태껏 나 몰라라 하고 있다. 기업은 그렇다 쳐도 서산시의 행태에 주민들의 섭섭함은 이루 말할 수 없다."
- 그동안 현대오일뱅크 측과의 협상을 위한 접촉과 이에 따른 성과가 있었는가?
▲ 이영우 이장은 대기업의 불평등한 처사가 주민 간 갈등을 조장한다고 지적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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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민들은 현대오일뱅크를 비롯한 대기업들이 주민 간 갈등을 조장한다고 주장하고 있는데?
이: "일정 부분 그렇다고 생각한다. 대기업들이 지역에 많은 돈을 지원하는 것은 인정한다. 하지만 그 면면을 살펴보면 상생을 위한 것인지, 입을 막기 위한 용도인지 헷갈린 것이 사실이다. 또 문제가 발생할 때마다 진정성 있게 사태 해결에 임하는 것이 아니라 직원채용과 금전적 지원 등을 미끼로 주민들을 회유하다 보니 지역 간 불평등이 생기고, 이것이 주민 간 갈등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유: "불평등이 큰 문제란 지적에 전적으로 동감한다. 화곡1리의 경우 현대오일뱅크에서 쌀을 수매하고 있는데, 회사 측은 4억 원을 지원하는 것처럼 이야기하고 있다. 하지만 일반적으로 수매하는 것과 비교하면 그 차액은 1천만 원이 넘는 정도다. 인근 다른 지역은 농작물 피해도 보상받고 있고, 큰 사업지원도 실시하고 있다. 이에 비해 화곡1리는 30여 년 동안 홀대를 받아왔고, 그동안 쌓인 울분이 이번에 폭발한 것이다."
- 고령의 주민들이 계속 집회에 참석하다 보니 안전사고 등의 우려가 큰 것이 사실이다. 앞으로의 계획은?
유: "집행부로서는 주민들, 특히 어르신들의 적극적인 참여가 가장 고마운 점이자 고민거리다. 날씨가 급격하게 추워진 요즘 어르신들의 집회 참여를 자제시키고는 있지만, 이번에는 이대로 물러설 수 없다는 의지가 강해 매일 강행군을 하고 있다.
주민들과 함께 우리의 권리를 찾고, 보다 나은 환경에서 살 수 있는 여건이 조성될 때까지 끝까지 싸우겠다. 환경문제는 비단 화곡1리나 대산읍만의 문제가 아니다. 편을 들어달라고는 않겠다. 다만 서산시민들도 환경문제에 좀 더 깊은 관심을 갖기를 당부한다."
"주민건강검진, 환경영향평가 이뤄져야 보상 가능"
이에 대해 현대오일뱅크 측은 주민들의 주장에 대해 "회사의 사과는 이행됐고, 지속해서 협의점을 찾기 위해 노력 중이다"라고 밝혔다.
현대오일뱅크 측은 "사고 발생 시 인근 주민들을 대상으로 건강검진을 했고, 건강증진 시설(체육관, 회관, 경로당 보수) 등을 통해 전환 지원하고 있다"면서 "주민건강검진·농작물 보상 등은 대산공단 입주 기업들과 인근 마을 모두가 연관된 사항이며 농작물 보상은 환경영향평가 조사가 이뤄져야 그 근거로 보상을 해 줄 수 있다"고 덧붙였다.
또한 "대산지역민과 상생을 위해 쌀 수매, 문화·경제 지원사업 등을 지속적으로 실시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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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충청뉴스라인에도 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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