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악·붕괴사고의 달견(達犬)..최고 인명구조견 비호봐도 "놀라지 마"

김현예 2020. 12. 5. 1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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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최고의 인명구조견으로 뽑힌 서울소방재난본부의 '비호'와 파트너인 핸들러 이동수 소방장. [사진 이동수 소방장]

“컹, 컹, 컹!”
지난달 30일 오후 수화기 너머로 카랑카랑한 소리가 들려왔다. 인명수색 활동을 마치고 서울소방재난본부로 돌아온 ‘비호’가 짖는 소리였다. 비호와 함께 수색을 다녀온 이동수(45) 소방장(핸들러)이 고생한 비호를 다독였다.

비호는 올해 7살이 된 인명 구조견이다. 지난달 소방청장배 전국 119 인명 구조견 대회에 출전해 올해의 ‘최고 인명 구조견’으로 뽑혔다. 전화로 이 소방장을 인터뷰했다.

Q : 올해 최고의 인명 구조견이 됐는데.
A : 정말 기쁘다. 수컷인 비호는 2년간 인명 구조견 교육을 받고 2015년 12월 18일 서울에 배치됐다. 올해 최고의 인명 구조견(TOP DOG)으로 뽑혔는데, 비호는 2017년엔 개인전에서 1위를 하기도 했다. 지난해엔 개인전에서 3위를 했고, 꾸준히 실력이 올라가고 있다.

Q : 인명 구조견은 어떤 활동을 하나.
A : 지난해 5월부터 올해 10월 말까지 비호는 35회 출동을 했다. 올해는 다행히 대형 인명피해가 나는 붕괴사고가 발생하지 않아 출동 건수 자체는 많지 않았다. 다만 산악사고가 발생하거나, 실종자 신고, 치매 어르신 실종 신고 같은 것이 들어오면 비호가 출동한다. 올해는 인명 구조보다 망자(亡者) 발견을 많이 했다. 그래서 발견을 하고도 안타까운 경우가 많았다.

올해 최고의 인명구조견에 뽑힌 서울소방재난본부의 비호와 파트너인 핸들러 이동수 소방장. [사진 소방청]

Q : 파트너로서 비호는 어떤 성격인가
A : 비호는 사람으로 따지면 ‘빠릿빠릿한’ 친구다. 눈치도 빠르고 체력도 좋다. 훈련하면 빨리 알아듣는다. 사람으로 치면 전형적으로 일 잘하는 친구다. 훈련을 50번 할 것을 금방 알아듣는다. 2년 정도 호흡을 맞추고 있는데, 구조활동을 할 때도 들쭉날쭉하는 경향이 없다.

Q : 사람으로 치면 항상 잘한다는 이야긴가
A : 그렇다. 이른바 ‘A급 실력’을 항상 발휘하는 친구다. 산악사고로 인해 인명 수색 출동이 85% 이상인데, 실종자 수색이 많다. 관악산과 도봉산, 수락산 등 서울엔 산이 많다. 큰 산이 없어도 능선이 다 이어지는데, 비호는 산 타는 걸 잘한다.

이동수 소방장과 비호가 훈련을 하고 있다. 비호는 올해 7살로 오는 2022년에 은퇴해, 일반분양을 통해 가족을 찾게 된다. [사진 이동수 소방장]

Q : 인명 구조견은 어떻게 되는 건가.
A : 보통 중앙 119 인명 구조견 센터에서 2년간 양성을 하게 된다. 2년간 훈련을 받아 구조견이 국가공인 산악 2급 자격증을 따야 할 수가 있다. 여기에 핸들러가 전문교육 4주를 받고 인증을 받으면 구조견과 함께 임무 수행을 할 수가 있다. 구조견도 인증을 받고 따고 핸들러도 인증을 받아야 일을 할 수 있다.

Q : 함께 출동했을 때 기억나는 일은.
A : 비호와 첫 출동을 나갔을 때 일이다. 수색 활동 중에 벼랑 끝에서 비호가 실종자를 발견했다. 망자를 찾아온 비호를 칭찬했는데, 후회했다. 함께 첫 출동 해서 실종자를 찾아낸 것은 다행이지만 실종자 가족분들 입장에서는 안타까운 상황 아닌가. 재해현장이다 보니 발견을 하고도 가족분들에게 죄송스러울 때가 많다.

Q : 산악 수색은 어떻게 하나
A : 대원과 인명 구조견이 함께 산에 들어가서 수색을 한다. 보통 인명 구조견이 사람보다 신속하게 움직이기 때문에 구조견 한 마리가 구조대원 30명 역할을 한다. 후각 기능이 사람보다 만 배 이상, 청각은 40배 이상 뛰어나다. 공기 중에 떠다니는 사람 냄새를 맡고 찾아가는데, 대원과 구조견이 능선 하나 차이가 날 정도로 빨리 움직이는 경우도 많다. 실종자를 찾게 되면 짖어서 알려주게 된다. 냄새를 한번 맡고 움직이면 아무리 불러도 안 올 정도로 집중력이 높다.

Q : 비호는 언제까지 활동하나
A : 비호는 2013년 4월 1일에 태어났다. 올해로 7살인데, 현장 활동 9년 차가 되면 일반 분양을 한다. 오는 2022년 4월이면 일반 분양된다. 비호는 서울소방재난본부에선 최고참이다. 핸들러도 45세이고 비호도 7살이어서 우스갯소리로 '노인네팀'이라고도 불린다.

올해 최고의 인명구조견으로 뽑힌 서울소방재난본부의 '비호'. [사진 이동수 소방장]

Q : 일반분양이 무슨 뜻인가.
A : 인명구조견으로 계속 현장에서 활동하게 하기보다 여생을 편안하게 보내라는 의미에서 9년 차에 가족을 찾아주는 절차다. 무상으로 분양해주는 대신, 분양할 때 함께 살 가족이 실제로 구조견을 좋아하는지, 경제적 여건이나 환경은 어떤지 실태조사까지 나가서 꼼꼼하게 본다. 그런 과정을 거쳐서 가족을 찾아주게 된다. 서울에선 지난해 2마리가 일반분양을 했다.

Q : 인명 구조견과 활동할 때 아쉬운 점은
A : 수색을 다니다 보면 사람을 찾는 개인지 몰라보고 화를 내는 경우가 있다. ‘왜 개를 목줄도 없이 풀고 다니냐’고 항의하는 경우도 많다. 인명 구조견을 알리는 조끼를 입혀서 표시하는데도 그렇다. 목줄을 풀어서 수색하는 자율수색 방식을 이용하는데, 이해를 못 해주시는 경우가 있어서 어려울 때가 있다. 인명 구조견에 대한 국민의 인식이 개선됐으면 좋겠다.
김현예 기자 hyk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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