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할거야" 응원한 아빠..딸 입실 모습보려 차 속도 줄였다
차 안에서 배웅하고, 고사장으로 직행
3일 오전 7시30분 대구 중구 남산동 경북여고 앞. 2021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 고사장인 이곳에 수험생을 태운 차가 잇달아 도착했다.
수험생 딸이 내리려고 차 문을 열자 마스크 쓴 부모는 “잘할 수 있을 거야”라며 응원했다. 수험생은 차 안에서 부모와 잠깐 포옹하고 곧바로 수능장으로 들어갔다. 부모는 자녀가 고사장으로 들어가는 모습을 끝까지 지켜보기 위해 속도를 줄인 채 고사장 앞을 빠져나갔다.
이날 대구의 아침 기온은 2.9도. 올해도 어김없이 ‘수능 한파’가 찾아왔지만, 이날 경북여고 앞에서 수능 응원 풍경은 찾아볼 수 없었다. 매년 후배들이 선배의 수능 고득점을 응원하기 위해 음료수·간식 등을 마련해 놓고 응원했다. 하지만 올해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응원이 금지됐다. 고사장 앞에는 안내 교사 1명만 서 있었다.
일부 학부모는 차 안에서 수험생 자녀와 함께 내려 자녀가 고사장 안으로 들어가는 모습을 보고 뒤돌아서기도 했다. 40대 학부모는 “안 내리고 차 안에서 인사하고 가기로 딸과 약속했는데 막상 도착하니 그게 안 되더라”며 “대구 지역에 올 초에 코로나가 터지면서 혼자 집에서 공부하는 시간이 많아 힘들어했는데, 노력한 만큼 좋은 결과가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날 대구 지역 다른 학교도 현장에선 ‘조용한 응원’이 이어졌다. 달서구 도원동의 대곡고 등에서는 경찰과 안내 교사만 고사장 앞을 지켰다. 대곡고 정문 앞 지키던 30대 교사는 “수능 시험을 여러 번 봤는데, 이런 모습은 처음이다. 응원 구호도 없고, 차만 줄줄이 세워진다. 일반적인 등교 때 모습 정도다. 코로나가 수능 풍경을 바꾼 것 같다”고 말했다.
대곡고 앞에서 만난 50대 학부모는 “문 앞에서 아들의 시험이 끝날 때까지 기다리려고 했는데, 코로나로 그러질 못한다고 하더라. 그래서 조금 떨어진 공터에 주차해 놓고, 아들을 기다릴 예정이다”고 말했다.
올해 수능은 코로나19로 평년보다 2~3주 미뤄졌다. 대구에서는 49개 시험장에서 2만4402명이 응시한다. 경북에서는 73개 시험장에서 1만9841명이 시험을 치른다. 코로나19 방역 지침에 따라 올해 시험실 당 최대 수용 인원이 28명에서 24명으로 줄어들면서, 대구지역 시험실 수는 1037곳으로 지난해보다 늘어났다. 관리 요원과 감독관 수도 지난해(4345명)보다 많은 5259명이 배치될 예정이다. 경북의 시험실 수와 관리 인원도 지난해보다 증가했다.
확진자와 자가격리자를 위한 시험장도 확보돼 있다. 전날 기준 대구의 수능 응시자 중 확진자는 없으며, 자가격리자는 7명이었다. 경북에서도 수능을 치르는 확진자는 없다. 2명의 수험생이 자가격리 상태로 별도시험장에서 수능을 치르게 된다. 시험 당일 유증상자는 일반시험장 내 별도시험실에서 시험을 본다.
앞서 2017년 규모 5.4의 포항 지진을 겪은 경북에서는 지진 발생도 대비하고 있다. 경북도 교육청은 경주·포항지역 10개 시험장에 지진 가속계를 설치해 모니터링하고 상황 발생 시 신속한 대처가 가능하도록 조치했다. 또 지진이나 여진으로 인해 기존 시험장의 정상 운영이 어려울 경우를 대비, 경주 8곳·영천 8곳·경산 2곳 등의 예비 시험장도 운영한다.
울릉도 지역 수험생들은 경북도교육청의 지원을 받아 지난달 25일 포항 북구에 있는 라한호텔에 도착해 일주일간 머물며 숙식과 공부를 병행했다. 울릉도에는 수능 시험장이 없어 도내 수험생들은 매년 수능 일주일 전쯤 배를 타고 포항을 찾는다.
대구=백경서 기자
baek.kyungse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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