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국정조사' 던졌다가 당내 반발·野 '조롱'에 위축된 이낙연?
당내 반발·野 '환영'..당혹스런 상황 직면
'국조' 한 발 빼려하자, 野 "레임덕" "남아일언중천금" 조롱
李, 당 회의 발언서 '윤석열' '국정조사' 단어 완전히 사라져
윤석열 검찰총장 직무정지 사태 직후 '국정조사', '자진 사퇴 압박' 등 강경 메시지를 쏟아내던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최근 다시 '엄중 모드'로 돌아온 모습이다. "윤석열 국정조사로 야당에 역공의 빌미를 제공했다"는 당내 비판과 함께 야당으로부터 "이낙연 레임덕" "이낙연 패싱" "남아일언중천금" 등의 조롱이 쏟아지자, 발언 수위 조절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당 일각에선 "당 대표 체면에 적지 않게 스크래치(흠집)가 났다"는 목소리가 존재한다.
이 대표는 지난 24일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윤 총장에 대해 징계 청구 및 직무정지 명령을 내리자, 페이스북을 통해 "법무부가 발표한 윤 총장 혐의에 충격과 실망을 누르기 어렵다"고 했다. 그러면서 "법무부는 향후 절차를 법에 따라 엄정하게 진행하기 바란다. 윤 총장은 공직자답게 거취를 결정하기를 권고한다"며 자진 사퇴를 압박했다.
그 다음날인 25일엔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윤 총장에 대한 국정조사 카드까지 던졌다. 이 대표는 "법무부가 밝힌 윤 총장의 혐의는 충격적이다. 가장 충격적인 것은 판사 사찰"이라며 "법무부의 규명과 병행해 국회에서 국정조사를 추진하는 방안을 당에서 검토해 주시기 바란다"고 했다. 이 대표는 이날 이례적으로 '윤석열'이라는 이름을 4번이나 직접적으로 언급했다.
그러자 국민의힘에선 반색하며 환영한다는 입장을 나타냈다. 주호영 원내대표는 26일 비상대책위원회의에서 "받고 더블로 가라는 전략이 있다"며 윤 총장과 추 장관에 대한 국정조사를 동시에 요구했다. 김종인 비대위원장도 이날 회의 직후 기자들과 만나 "윤 총장 국정조사는 자연적으로 두 사람을 한꺼번에 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소속 민주당 의원들 중심으로는 반발의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박주민 의원은 이날 한 라디오 방송에 출연해 "개인적으로 국정조사로 나가는 부분에 있어서는 조금 신중할 필요가 있다는 생각"이라고 제동을 걸었다. 김종민 최고위원도 이날 "국정조사를 하겠다고 판단한 것이 아니고 심각한 문제라고 강조하기 위해 국조나 특별수사로 진상을 규명하자고 말한 것"이라고 수습했다. 법사위원장인 윤호중 의원도 "사안의 추이를 지켜봐야 하지 않겠나"라며 유보적 태도를 보였다. 국정조사 자리가 오히려 윤 총장에게 반론의 기회를 줘 여권에게 자충수가 될 수 있다는 우려가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이처럼 당내 분위기가 심상치 않자 이 대표는 바로 한발 물러섰다. 이 대표는 지난 27일 최고위원회의에서 "검찰의 판사 사찰은 사법부 독립과 법치주의에 대한 도전이며 민주주의의 근간을 흔드는 중대 사안"이라며 "그 책임자에 대한 법무부의 징계 절차도 신속하고 엄정하게 이행되어야 할 것"이라고 했다. '윤석열'이라는 이름은 없었고, '그 책임자'라는 표현으로 윤 총장을 간접적으로 표현했다. 그러면서 "그렇게 중대한 사안을 국회가 조사·확인하고 제도적으로 정리하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일"이라며 "법무부 감찰과 검찰 수사를 지켜보고 그 결과를 토대로 국회는 국회의 책임을 다해야 한다"고 했다.
국민의힘이 지난 27일 추 장관의 윤 총장 직무정지 조치 등에 대한 국정조사 요구서를 실제로 제출하자, 30일 이 대표의 발언 수위는 한층 더 '톤다운' 됐다. 이 대표는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검찰의 판사 사찰과 그에 대한 지금의 태도는 우리가 지향하는 민주주의와 검찰의 의식 사이에 괴리를 드러냈다"며 "공수처(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연내 출범을 비롯해 검찰 개혁을 위한 노력을 흔들림 없이 지속할 것"이라고 했다. '윤석열'과 '국정조사'라는 단어는 완전히 사라졌다.
이 대표가 사실상 '국정조사 카드'를 거둬들이는 모습을 취하자, 국민의힘에선 조롱을 쏟아냈다. 주 원내대표는 이날 비대위 회의에서 이 대표를 향해 "(이 대표가) 국정조사를 제안했고, 우리도 국정조사 요구서를 제출했다. 신속히 민주당에 얘기해서 국조가 진행되도록 해 달라"며 "남아일언중천금(男兒一言重千金·약속은 반드시 지켜야 한다는 뜻)"이라고 압박했다. 주 원내대표는 지난 27일엔 "윤 총장 국정조사를 먼저 꺼낸 건 민주당인데, 국정조사를 받아들이기 어렵다는 것은 이 대표 레임덕이 온 것인가"라고 꼬집었다.
성일종 비대위원도 30일 "민주당 의원들이 그 (국정조사) 지시를 전혀 이행하지 않고 철저한 '이낙연 패싱'을 하고 있다"며 "도대체 집권여당 대표의 영이 왜 이렇게 안 서는 것인지 이해하기가 어렵다"고 했다. 그러면서 "'이낙연 패싱'을 멈춰주시기 바란다"고 했다.
이와 관련, 민주당 관계자는 이날 데일리안과의 통화에서 "이 대표의 지지율이 20% 초반 박스권에서 좀처럼 벗어날 기미가 보이지 않자, 이 대표도 조급했을 것"이라며 "마음 급한 이 대표가 친문 표심을 의식해 무리수를 둔 것 같다"고 했다. 그러면서 "이 대표가 야심차게 '윤석열 국정조사' 카드를 던졌는데, 바로 안 먹혔으니 상황이 민망하게 됐다"며 "당 대표 체면에 적지 않게 스크래치(흠집)가 났다"고 했다.
한편, 당내에선 "'윤석열 국정조사' 카드가 여전히 살아있다"는 목소리도 존재하지만, "다시 꺼내기 어려울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한 최고위원은 이날 통화에서 "당에서 국정조사 이야기는 다시 꺼내기는 힘들 것"이라고 했다. 반면, 당 핵심 관계자는 "국정조사 카드는 아직 살아있다"며 "다음 달 2일 법무부 징계위원회에서 윤 총장에 대한 징계 결과가 어떻게 나오는지 보고 국정조사 추진 여부를 최종 결정하지 않겠느냐"고 했다.
데일리안 송오미 기자 (sfironman1@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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