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그러면 네가 연맹에 있을 필요 없잖아" KOVO, 강주희 압박

이동환 2020. 11. 30. 17: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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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 지나면 다 조용해질 일"
총재 답변서 요구하자.."부모자식 간에도 지켜야 할 예가 있는 것"
"GS에서 항의하고 공문도 보내고.." 징계 이유?


강주희 심판이 한국배구연맹(KOVO) 관계자에게 협박성 발언을 들었다며 녹취 파일을 공개했다. 최근 김연경의 ‘네트 논란’과 관련해 국제배구연맹(FIVB)에서도 강 심판의 판정이 옳았다고 밝힌 가운데 나와 파장이 예상된다.

강 심판은 지난 11일 GS칼텍스와 흥국생명의 경기에서 김연경에 제재를 가하지 않은 것에 대해 KOVO로부터 제재금(30만원) 부과 처분을 받았다. FIVB 규정에 따라 ‘레드카드’나 ‘세트퇴장’을 줬어야 했지만 주지 않았다는 이유에서다. 강 심판은 이에 불복한 뒤 징계 사유 등 KOVO의 공식 답변을 요구했다. 하지만 KOVO는 답변 대신 강 심판을 압박하고 나섰다.

강 심판이 지난 25일 경기도 의정부의 한 카페에서 KOVO 경기운영본부장 A씨와 만나 나눴다는 대화 녹취에 따르면 A씨는 강 심판에게 “언론플레이 하지 말아라. 이렇게 해봐야 서로 득이 될 게 없다”며 “연맹 구성원으로 살아가면서 연맹과 그렇게 척지고, (언론플레이 하면) 예를 들어서 주희가 연맹에 있을 필요가 없다”고 말했다.

KOVO 심판은 민법 제680조에 따라 위임계약(도급계약)을 체결한 프리랜서 신분이다. 매년 7월부터 4월까지만 계약 기간이 유지돼 계약 여부에 따라 생계가 흔들릴 수밖에 없다. 그런데 심판 분야를 담당하는 관리자가 심판과 따로 만나 신분에 위협을 느낄 만한 발언을 한 것이다.

A씨는 이어 “인터뷰에 대답도 하지 말란 거냐”라고 묻는 강 심판의 질문에 “노코멘트 할 수도 있다”며 “그런 걸 떠나서 우리가 서로 보호해주는 거다”라고 대답했다. 이어 “시간이 지나면 다 조용해질 일”이라고 덧붙였다.

강 심판은 논란이 생긴 경기 다음날인 지난 12일 제재금 처분을 문서로 받았다. 그런데 이 문서엔 구체적 징계 사유나 이의신청 절차가 누락돼 있었다. 강 심판은 “어떤 판정을 내렸어야 했는지 정확한 답을 달라”고 18일 요구했고, 20일 “서식을 갖춰 문서로 보내라”는 KOVO 심판실장의 안내에 따라 바로 요청서를 보냈다. 심판 실장은 24일까지 총재 명의 답변서를 보내준다고 했지만 답변 대신 A씨가 강 심판에 만남을 요청한 것이다.

강 심판이 답변서를 달라고 재차 요청하자 A씨는 녹취에서 “살아가면서 부모자식 간에도 다 지켜야 할 예가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계약 당사자인 연맹과 심판의 관계를 부모 자식 관계에 빗대며, 문서로 된 답변을 요구하는 권리를 ‘예(禮)’에 어긋난 것으로 보는 인식을 드러낸 것.

KOVO가 FIVB도 ‘재량사항’으로 본 해당 경기 판정에 대해 제재금을 부과했던 이유도 드러났다. A씨는 “연맹의 처사도 어느 정도 이해를 해야 한다. 그렇게 결정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GS(칼텍스)에서 강력히 항의하고 공문으로도 보내고, 그런 상황이 있었다”고 말했다.

KOVO는 상벌위원회를 배제한 채 강 심판에 징계 처분을 내렸고, 구체적 징계 사유·이의신청 절차에 대한 통보도 누락했다. KOVO는 ‘심판규정’에 따랐다는 입장인데, 이 규정 자체에 심판의 권익을 보호하는 구체적 내용이 명문화돼 있지 않은 것도 문제다. KOVO 규정이 애초에 연맹의 관점에서만 작성됐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유연주 토마토노무법인 노무사는 “보통 징계 시 어떤 근거로 왜 그런 결정을 했는지 설명이 있어야 하고, 이의신청 절차도 같이 서면 통보를 한다”며 “(KOVO 규정은) 누군가 마음대로 할 수 있을 정도로 시스템적으로 문제가 있어, 만약 이의신청 규정이 없다면 국가인권위원회 제소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오승준 인스포코리아 변호사도 “징계규정이 따로 있기에 위원회를 거치지 않고 제재금을 매겼다면 위법사유가 될 수 있다”며 “FIVB에서 심판 재량이라고 했다면 징계 사유가 없는 것 아닌지, 구단 항의 때문에 제재한 것 아닌지를 근거 삼아 실체적인 부분도 다툴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KOVO 내 이의신청제도 외에도 국내 법원에 ‘징계무효·위법 확인의 소’를 제기하거나 국제스포츠중재재판소(CAS) 제소를 통해서도 권리를 보장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A씨는 30일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강 심판을 25일 만났다는 사실에 대해선 인정했지만, 발언 내용에 대해선 “그런 적이 없다”고 밝혔다.

이동환 기자 hua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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