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희 엄만 몇번째 부인이냐"..17세 한국인 무슬림이 사는 법
한국인 무슬림이 말하는 오해와 편견
"친구들이 '한국인이니까 (이슬람교를) 안 믿어도 되지 않냐'고 말해요."
지난 24일 인천 부평구에서 만난 송소피아(17)양이 씁쓸한 웃음을 지으며 이같이 말했습니다. 대부분 이슬람교는 먼 나라, 혹은 '남의 종교'라고 생각하는거죠.
하지만 소피아양은 이슬람교를 믿는 한국인 '무슬림'입니다. 11년 전 부모님을 따라서 무슬림이 되기로 마음먹었습니다. 중동에서 이민 온 아버지와 그를 따라 개종한 한국인 어머니가 소피아양이 7살이 되던 해, 이슬람교를 믿기 원하는지 직접 물어봤답니다.
"모태신앙이냐고 물어보시는 분이 많은데 그렇지 않아요. 7살이 되던 해 가을에 부모님이 '이런 종교(이슬람교)가 있는데, 믿고 싶으면 믿어도 된다'고 선택권을 주셨어요. 제가 믿기로 결정해서 무슬림이 된 거죠."
#'한국인' 10대 청소년이 이슬람교를 선택한 이유, 영상으로 만나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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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슬림 점차 늘지만, 여전히 차가운 시선
이슬람은 세계에서 두 번째로 신도가 많은 종교입니다. 미국 통계조사기관 '퓨리서치센터(PEW Research Center)'에 따르면 2015년 기준 전 세계 무슬림 인구는 18억명으로 집계됐습니다. 가장 규모가 큰 기독교(22억명)과 신도 수 차이는 5억명 정도입니다. 신도 수가 늘어나는 속도가 빨라, 2035년에는 이슬람 신자 수가 기독교를 초월할 거라는 전망도 있습니다.
국내도 소피아양과 같은 한국인 무슬림의 규모가 꾸준히 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됩니다. 한국이슬람교중앙회에 따르면 한국인 무슬림은 2013년부터 점차 증가해 2018년 6만명을 넘어섰다고 합니다.
하지만 이들을 향한 사람들의 시선은 곱지 않은데요. 밀실팀은 지난 24~25일 각기 다른 환경에서 살아가는 젊은 한국인 무슬림 3명과 대화를 나눠봤습니다. 같이 살아도 '이방인'처럼 여겨지는 이들은 이슬람교를 향한 사회적 시선을 두고 “편견과 오해가 많다”고 입을 모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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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희 나라 돌아가" 고된 무슬림 학생 삶
“무슬림이라서 배척될 때가 있어요. 학교에서 아이들과 옷을 맞춰 입을 때 저 혼자 반소매가 아닌 긴소매를 입고 ‘히잡’을 써야 하니까요. 또 같은 반 친구들과 다 같이 돼지고기로 만든 햄과 베이컨이 들어간 피자를 먹는데, 저 혼자 콜라를 마시던 기억도 나요. 친구들이 저 때문에 고기를 못 먹는다고 뒤에서 수군대기도 했어요.”
소피아양이 스스로 선택한 무슬림으로서의 삶은 그리 녹록치 않았답니다. 이슬람 교리를 따르면서 평범한 학생으로 살아가는 것은 고된 일이었기 때문이죠. 학교에서 이뤄지는 집단 생활을 하며 먹고 입는 것조차 선택하기 어려웠습니다. 이슬람 교리상 먹지 못하는 돼지고기를 멀리 하며 ‘할랄 식품’을 찾는 것부터 율법에 맞는 복장을 갖추는 것까지. 모든 것이 ‘눈치 보기’의 연속이었습니다.
또 무슬림이라는 이유로 초면에 무례한 일을 당하는 경우도 종종 발생합니다. 이슬람교를 배척하거나 비하하는 말들을 견뎌야 했죠.
“한 번은 택시를 탔는데 기사님이 ‘이슬람교는 남편이 4명의 아내까지 둘 수 있는데, 너희 엄마는 몇 번째 부인이냐’고 하셨어요. ‘이슬람교는 한국에 들어오면 안 된다’ ‘너희 나라로 돌아가라’고 하신 분들도 많았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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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슬림=테러리스트? "공부하니 달랐다"
여기에 더해 한국인 무슬림을 옭아매는 또 하나의 선입견이 있습니다. ‘모든 무슬림은 테러리스트’라는 오해입니다. 일부 극단적인 무슬림의 테러 활동을 이슬람교 전체로 일반화시키는 겁니다.
아랍에미리트(UAE) 두바이에서 3개월째 머물며 구직 활동을 하는 박찬희(33)씨도 과거 그러한 편견을 가졌던 사람입니다. 하지만 그는 지난해 호주에서 살면서 기독교에서 이슬람교로 개종(改宗)했습니다. 그는 "무슬림 친구들과 어울리면서 기존에 갖고 있던 이슬람교와 무슬림에 대한 편견이 사라졌다"고 말했습니다. 그 이후로 이슬람을 더 깊게 공부하면서 개종을 결심하게 됐답니다.
“한국에서 교회를 다닐 때 이슬람교가 사이비 종교라는 이야기를 제일 많이 들었어요. 또 무슬림은 다 테러리스트라고 생각하기도 했고요. 그러나 이슬람에서는 개미 한 마리조차 죽이면 안 된다고 가르쳐요. 모든 무슬림은 테러를 지지하지 않고 반대하고 있습니다.”
실제로 우리 사회의 많은 이들은 이슬람교를 테러·전쟁 등의 부정적인 이미지와 연관 짓고 있습니다. 김수완 한국외대 아랍통번역학과 교수가 발표한 '한국인의 아랍, 이슬람 이미지 및 관련 언론보도 인식연구'(2016년 『한국중동학회 논총』)에 따르면 설문에 응한 성인남녀 563명 중 75%가 아랍·이슬람을 테러·전쟁·분쟁·위험한 지역 등의 부정적 이미지로 떠올렸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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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NS로 홍보 나서는 ‘젊은 무슬림’들
이런 편견과 오해를 풀기 위한 노력도 이뤄지고 있습니다. 많은 한국인들이 인스타그램·유튜브 등 소셜 미디어를 통해 한국인 무슬림으로서의 삶을 공개하고 누리꾼에게 다가가고 있죠.
박동신(34) 이맘(이슬람교 지도자)은 2011년부터 이슬람을 홍보하기 위해 여러 언론매체의 인터뷰에 응해왔습니다. 최근 유튜브 채널까지 만들었지만, 사회적 인식 변화는 쉽지 않았답니다. 기성세대보다 젊은 층의 마음을 열기가 어려웠기 때문이죠.
그는 “어르신들이 꽉 막혀있을 거라고 생각하는데 의외로 실상은 정 반대”라며 “10여 년 전만 해도 언론 매체와 인터뷰하면 어르신들이 반갑게 인사해주곤 했는데, 요즘 젊은 세대는 (인터뷰 해도) 잘 모르고 악성 댓글도 다는 것 같다”고 했죠. 그러면서도 “쉽진 않지만, 홍보 활동을 통해 조금씩 긍정적으로 인식이 변하는 게 느껴질 때도 있다”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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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잡도 개성, 선 넘는 행동 말아주길"
'존중'. 밀실팀이 만난 3명의 젊은 한국인 무슬림들이 우리 사회에 바라는 단어입니다. 자신들의 종교를 편견과 오해 없이 있는 그대로 봐달라는 겁니다.
박찬희씨는 “국내 포털사이트에서 묘사하는 이슬람교나 무슬림에 관한 정보 중 잘못된 것이 무척 많다고 느꼈다”며 “차라리 인터넷이나 유튜브에서 무슬림이 직접 이슬람에 관해 설명하는 콘텐트를 찾아달라”고 당부했어요.
소피아양은 무슬림이라는 이유로 행해지는 차별과 모욕에 일침을 날렸습니다. 특히 특정 종교를 믿는다는 이유로 낙인을 찍는 행위가 더는 이뤄져선 안 된다고 거듭 강조했죠.
“저는 히잡이 좋아요. 머리카락처럼 나만의 개성이잖아요. 그런데 왜 무슬림이라서 욕을 먹어야 하는지 모르겠어요. 잘못을 저지른 게 아닌데 실수하면 ‘쟤네 종교는 그럴 줄 알았다’며 마녀사냥을 당하기도 하구요. 이슬람교가 싫을 순 있지만, 적어도 선을 넘는 행동을 하진 않았으면 좋겠어요.”
윤상언·최연수·박건 기자 youn.sangun@joongang.co.kr
영상=이시은·이진영 인턴, 백경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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