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인터뷰] 이제훈 "'도굴'의 강동구, 배우의 숙명과 맞닿아 있는 인물"

류지윤 2020. 11. 28. 11: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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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굴' 속 이제훈의 가볍고 능청스러운 연기가 관객들의 즐거움을 책임졌다. 연기를 하는 이제훈도 흥미로운 이야기와 유쾌한 강동구를 표현하며 스스로 즐기고 임했다고 밝혔다. 처음 느끼는 기분은 그에게 신기하면서도 뿌듯한 과정이었다.


영화 '도굴'은 전국의 전문가들과 함께 땅 속에 숨어있는 유물을 파헤치며 짜릿한 판을 벌이는 범죄오락영화다. 강동구는 불상을 훔치려 스님이 되기도 하고, 훔친 불상을 깡패들에게 빼앗길 위기에서 임기응변으로 빠져나온다. 죽을 위기에도 장난스러운 모습을 잃지 않아 오히려 상대방을 도발하는 능력이 탁월한 인물이다. 그 동안 진중하고 무게감이 있는 모습을 주로 선보였던 이제훈은, 강동구를 연기하며 누가 봐도 얄미워 보이려 노력했다.


그가 '도굴'의 매력에 끌린 건 매끄러운 구조와 흐름, 악역마저 소중해보일 정도로 사랑스러운 캐릭터의 색깔이었다. 이제훈은 영화 속 모든 등장인물과 연결된 스토리텔러로, 각각 인물마다 강동구의 텐션에 다른 리듬감을 주며 캐릭터를 완성했다.


"강동구란 인물이 대사가 많고 각 캐릭터들을 상대해야 하는 부분이 많아 처음부터 끝까지 중심을 잡아야 했어요. 그 부분을 염두하면서도 극 안에서 신나게 놀아야지란 생각도 했고요. 그래야 관객들도 즐거운 마음으로 '도굴'을 감상하실 것 같았죠."


이제훈은 강동구가 어떤 목적과 어떤 마음으로 도굴을 하고 있는지를 고민했다. 단순하게 돈을 노리고 판을 벌린 것 같지만, 사실 그의 목표는 진회장이었고, 목표지점까지 흔들림없이 직진한다. 도굴은 그에게 어린시절의 복수를 위한 도구일 뿐이다. 그걸 숨기기 위해 강동구는 한껏 능청스러운 표정을 지어보인다.


"문화재들을 도굴하는 일은, 어린 시절에 있었던 일을 극복하고 해결하기 위한 것일 뿐, 진회장에게 다가가죠. 그랬기 때문에 문화재 도굴을 설계하는 일에 흔들림과 정체성 혼란을 느낄 필요가 없었어요."


속내를 숨기는 강동구의 말과 행동은, 또 다른 무언가가 있지 않을까란 의심을 하게 만든다. 관객들이 강동구란 인물에 호기심을 가져갈 수 있도록 의도했다.


"관객들을 속였다는 인상보단, 호기심을 주려고 했습니다. 강동구란 인물이 가진 성향 때문에 기쁜 감정 표현을 하고 싶어도 포커 페이스를 유지하고, 궁지에 몰린 상황에서 유쾌해질 수 있었죠."


이제훈은 목표를 위해 겉과 속이 다를 수 밖에 없는 강동구를 보며 배우의 숙명과도 비슷하다고 느꼈다. 그런 지점에서 강동구에게 더 동질감과 애정을 느낄 수 밖에 없었다.


"사생활에서 힘든 순간들이 있어요. 내가 아프다든지, 혹은 가까운 사람이 아파서 내가 걱정이 되는 상황이라든지요. 하지만 앞에 나서는 배우인 이상, 그런 것들을 잘 다스리고 만들어나가야 하는 것 같아요. 그게 배우의 숙명이라고 생각하고요. 그런 부분에 있어서 동구라는 인물과 맞닿아 있어요. 동구 연기를 하기 위해 억지로 텐션을 끌어올릴 필요가 없었어요. 강동구를 만나 저도 응원과 힘을 받았습니다."


이제훈은 '도굴'이 가볍게 즐길 수 있는 오락영화로 보여지길 바랐지만 그 안에서도 문화재 반환의 중요성을 이야기 하는 메시지도 놓치질 않길 바랐다. 선릉 안에 있는 검을 훔친다는 설계에, 강동구와 도굴팀이 선릉을 직접적으로 파내지 않는 설정도 문화재 보존의 중요성과 선을 지키기 위해 만들어졌다고 전했다.


"선릉 안에서 유물을 꺼낸다는 설정을 굉장히 고민했어요. 어쨌든 문화재를 훼손해서 들어가는 거잖아요. 그런 우려를 우리가 극복할 수 있을까 감독님과 많은 대화를 나눴죠. 그래서 선릉복원작업이란 전제조건을 녹였어요. 오락영화의 특성상 관객들은 개의치 않을 수 있지만, 만드는 사람 입장에서는 문화재 보존도 중요했거든요. 선릉 위에서 파내려간다고 했지만 누구도 그 능을 들어가진 않아요. 앞에서 파서 관을 끄집어내는 작업을 하죠. 화끈하게 보여주려했다면 선릉 위부터 파냈겠죠."


이제훈은 영화만큼이나 즐거웠던 '도굴' 촬영 현장에서, 연기 뿐 아니라 분위기가 많은 것들을 좌우한다는 것을 다시 한 번 깨달았다. 앞으로 배우 활동을 하며 이번에 느낀 것들을 잊지 않고 가져가려 한다.


"작품을 리드하는 걸 경험하다보니, 함께하는 사람들과 어우러져서 가는 것도 굉장히 중요하더라고요. 사실 이 전에는 현장에서 말이 크게 없었어요. 그런데 이번 작품을 통해 함께 기분 좋게 결과물을 만들어나갈 수 있다는 걸 느끼고 배웠죠."


작품 선택을 할 때 메시지나 보여줄 수 있는 연기에 중점을 뒀던 이제훈. '도굴'을 통해 이제는 작품 선정하는 기준에 변화가 생겼다. 이 변화로 인해 앞으로 이제훈의 더 다양한 얼굴과 연기를 감상할 수 있는 기회가 조금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예전에는 제 연기를 통해 카타르시스를 전달하고 메시지나 의미를 찾아갈 수 있길 바랐어요. 이제는 장르의 경험도 누리가 해드리고 싶단 목표가 생겼습니다. '도굴'이란 작품을 하며 아무 생각 없이 극장에 와서 이야기를 따라가는 것도 좋겠다 싶어요. 흔히들 킬링타임 무비라고 하잖아요. 구애받지 않고 오락 영화의 기회를 늘려가고 싶습니다."

데일리안 류지윤 기자 (yoozi44@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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