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지현의 티 테이블] 끝까지 살아남기

2020. 11. 28. 04: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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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로봇연맹(IFR)에 따르면 한국은 근로자 1만명당 산업용 로봇 대수가 710대(2017년 기준)로 세계에서 로봇 밀집도가 가장 높은 나라다. 로봇의 인간 대체 비율이 세계 1위란 것이다. 더 섬뜩한 사실은 현존하는 직업의 80%가 10년 이내에 사라지거나 변형될 것이라고 한다. 인공지능(AI)이 인류를 초월할 것이라는 보고들이 잇따르고 있다.

AI가 주도하는 새로운 문명의 시대에 AI에 대체되지 않는 ‘나’로 살려면 어떤 능력을 갖춰야 할까. 불행 중 다행은 AI가 모든 면에서 인류를 초월하지는 못한다는 것이다. 인간은 AI와 달리 ‘메타인지(Metacognition)’를 사용할 수 있다. 메타인지란 자신의 사고능력을 바라보는 또 하나의 눈이다. 메타인지는 미국의 발달심리학자 존 플라벨에 의해 만들어진 용어로 내 생각을 판단하는 능력, 나의 능력에 대한 정확한 인지라고 말할 수 있다.

인간은 자신이 누구인지에 대해서 생각할 수 있다. 긍정적인 사람인지, 부정적인 사람인지 자신을 인식한다. 또 한 번 배운 내용을 정리하면서 “내가 이걸 몰랐구나” “이건 내가 정확히 알고 있어”라는 것을 깨닫는 경험이 많을 때 메타인지 능력은 높아진다. 따라서 메타인지 기능이 높은 사람은 어려운 상황에서도 끊임없이 생각하고 노력을 거듭한다. 그 결과 역경 속에서도 올바른 방향을 찾아갈 수 있게 된다.

메타인지는 지능지수와 달리 본인의 노력을 통해 키울 수 있다. 메타인지 능력을 기르는 가장 좋은 방법은 ‘객관적으로 자신을 바라보는 연습’을 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제일 먼저 할 수 있는 것은 ‘기도하기’이다. 기도는 침착하게 자신의 상황을 인식하는 것이다. 그리고 마음의 두려움을 고백하고 내 안의 두려움을 이겨내는 것이다. 하나님의 음성에 귀 기울이다 보면 내가 무엇을 해야 하는지 떠오른다. 그런 의미에서 메타인지는 ‘반성의 사고’이다.

또 하나의 방법은 ‘기록하기’이다. 기록은 생각을 자극한다. 단순한 사실을 기록하는 것이 아니라 가능하면 추상적이고 복잡한 것을 생각하고 기록하는 것이 도움이 된다. 현재의 나를 바라보고 내가 어떤 사람인지 알아가는 글쓰기를 통해 내가 할 수 있는 작은 도전을 발견하게 된다. 도전과 성취를 반복하면서 메타인지 능력을 키울 수 있다.

인간은 로봇과 달리 걸으면서 생각할 수 있다. 일상에서 빠져나와 걸으면서 정말 하고 싶은 일을 상상하고 꿈꿔야 한다. 인지심리학자들은 인간이 무목적 무방향으로 걷기 시작하는 짧은 순간을 ‘두 발로 사유하는 철학 과정’이라고 말한다. 이 과정을 통해 다른 사람과 다른 시선으로 평범한 것들을 바라보며 창조적 사고를 한다. AI가 할 수 없는 일이 바로 창조적 사고이다.

하나님을 닮은 인간은 내면에 창조성을 갖고 있다. 창조적 상상력은 생각에서 나온다. 목표만 가지고 있는 사람은 창의적 인간이 되기 어렵다. 실현 가능한 목표가 아니라 이룰 수 없을 정도의 큰 꿈을 꾸고 매일 상상한다. 잠자리에 들 때, 산책할 때마다 그 꿈과 논다. 단 명사가 아닌 동사를 꿈으로 품어야 한다. ‘교사가 되고 싶다’가 아니라 ‘나는 가르치고 싶다’라고 생각을 바꿔야 한다.

영성과 메타인지는 관계가 깊다. 영성은 나를 창조하신 하나님과 나를 구원하신 예수님, 그리고 내 안에 성령님이 함께하신다는 믿음과 사랑의 관계 속에서 열매 맺는 삶이다. ‘내가 존재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하나님의 나라를 위해 무엇을 할 것인가?’ ‘세상을 향해 무엇을 할 것인가’를 생각해야 한다.

요즘 ‘코로나 학습저하’란 말이 생겨날 정도로 초중고 공교육 환경이 어렵다. 그런데 지금이야말로 좌뇌를 활용한 연산식 주입식 교육보다 인간 고유의 능력을 키울 수 있는 자녀 교육을 고민할 때이다.

독서와 사색, 성찰 등을 통해 자신을 새롭게 만들어가고 있는 사람들은 이 시간이 지난 후 AI에 대체되지 않는 사람으로 성장해 있을 것이다. 인간이 왜 지혜로운 존재인가를 스스로 증명하는 것이다. 코로나19보다 더 심각한 바이러스가 인류에게 다가온다 해도, 로봇이 인류를 추월하는 시간이 온다 해도 우리가 끝까지 살아남을 방법은 스스로 인간다움을 잊지 않는 것이다.

종교부 선임기자 겸 논설위원 jeehl@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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