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임슬립·타임리프 국내 스릴러, 높아진 관객 입맛 맞출까

류지윤 2020. 11. 27. 0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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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을 되돌릴 수 있다면?"이란 물음으로 시작하는 시간을 소재로 한 영화들은 제한된 시간의 법칙을 넘어서 조금 더 나은 상황으로 되돌리기 위해 고군분투 하는 과정이 전개된다.


이 설정은, 장르를 막론한다. 로맨스 영화로 많이 언급되는 '이프온리', '어바웃타임'을 비롯해 '당신, 거기 있어줄래요', '동감', '나는 내일 어제의 너와 만난다', '말할 수 없는 비밀' 등 국내는 물론 외국에서도 자주 차용해 극적인 전개와 감동을 준다.


하지만 타임슬립, 타임루프, 타임리프 등의 설정이 스릴러와 만나면 긴장감과 예측할 수 없는 전개, 반전 등으로 전혀 다른 효과를 줘 관객의 구미를 당긴다. 문제는 구미만 당길 뿐, 기대를 충족시키기는 쉽지 않았다. 스릴러와 시간설정이 만난 국내 작품은 '열한시', '시간이탈자', '더 폰' 등이 있다. 이 작품들 역시 참신한 설정을 가져왔으나, 스토리의 설득력이나, 시간여행이란 설정에 기대감이 높은 관객들의 눈높이를 맞추진 못했다.


'내일 오전 11시'로의 시간 이동에 성공한 연구원들이 그곳에서 가져온 CCTV 속에서 자신들의 죽음을 목격하고, 그것을 막기 위해 시간을 추적하는 내용을 그린 타임리프물 '열한시'는 밀실이라는 특징이 더해지며 스릴러 장르를 더욱 단단하게 구축했다. 곳곳에 복선을 찾는 재미도 마련돼 있었다. 하지만 주인공 우석(정재영 분) 캐릭터의 극단적인 성격과, 산만한 전개, 인위적인 설정들이 지나쳐 혹평을 받았고 87만명이라는 저조한 성적을 거뒀다.


이진욱, 조정석, 임수정 캐스팅만으로도 화제를 모았던 '시간이탈자'는 아쉬운 결말 때문에 앞의 과정이 무너진 케이스다. 영화의 줄거리는 1983년의 지환(조정석 분)과 2015년에 사는 건우(이진욱 분)이 꿈을 통해 서로의 일상을 보기 시작하고 서로에게 연결된 한 여자의 운명을 바꾸기 위해 각각 과거와 현재에서 사건을 추적한다.


타임슬립 영화는 미래의 인물이 일어날 일들을 알고 있으므로 과거의 인물에게 정보 전달을 하면서 사건들을 추적해나가는 포맷을 가지고 있지만 '시간이탈자'는 미래의 건우조차 범인을 모르고 과거의 지환과 정보 교환해 공조한다는 것이 흥미로운 지점이었다. 하지만 죽음으로 과거를 바꾼 지환으로 인해 미래가 바뀌며 건우가 지환의 환생이었다는 사실이 관객들을 허탈하게 만들었다. 입소문을 타지 못한 '시간이탈자'는 손익분기점은 260만이었지만 120만명에서 레이스를 멈췄다.


'더 폰'은 앞의 작품보다 조금 더 짜임새 있게 만들었다는 평이다. 1년 전 살해당한 아내로부터 전화를 받은 한 남자가 과거를 되돌려 아내를 구하기 위해 벌이는 단 하루의 사투를 담은 작품. 영화의 스토리를 이끌어가고 있는 핵심 장치 핸드폰과 우연한 계기로 현재와 과거가 연결되는 시간 등의 비현실적인 이야기가 관객들을 얼마나 설득시킬 수 있을 지가 영화 완성도의 관건이었다. 과거와 현재를 오가며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방식이 긴장감을 높였지만, 예측 가능한 반전이 아쉬움을 샀다. 그래도 '더 폰'은 손현주의 열연이 리얼리티를 만들어 손익분기점 170만명에 가까운 159만명의 관객을 모았다.


기대 속에서 출발해 만족스러운 결과를 얻어내기 힘들었던 국내 타임슬립물에 '콜'도 전화기를 매개체로 도전장을 내밀었다. '콜'은 같은 집에 살고 있는 2020년의 서연(박신혜 분)과 1999년 영숙(전종서 분)이 전화 한 통으로 연결돼 살인사건으로 우정이 악연으로 변질되는 이야기가 주된 뼈대다.


아빠를 1999년에 잃은 서연에게 영숙이 사고를 막아주겠다고 약속하고, 서연은 엄마에게 살해당할 운명을 영숙에게 알려준다. 그렇게 서로의 운명에 관여한 두 사람은 끊을래야 끊을 수 없는 악연을 갖게 된다.


과거의 사건을 바꿈으로서 현재의 결과까지 바뀌는 나비효과 설정과 사이코패스, 살인사건 등 타임슬립과 만난 스릴러 장르에서 자주 등장해왔다. 이충현 감독은 과거에 사는 영숙에게만 운명을 쥐고 흔들 수 있는 서사를 부여해 공포감을 조성하고 타임슬립물이지만 어렵지 않게 풀어냈다. 열린 결말로 끝나는 섬뜩한 마지막 장면도 여운을 준다.


한 영화 관계자는 타임슬립물이 혹평 속에서도 꾸준히 등장하는 이유에 "시간을 자유롭게 다루고 싶은 사람들의 심리가 반영되는 것 같다"면서 "타임슬립물 영화가 주로 불친절하지 않나. 과학적으로 접근하는 부분에서 자주 오류가 생긴다. 영화가 가져갈 수 있는 러닝타임 제한이 있으니, 오류라고 지적된 부분을 친절하게 풀어내기가 힘들다. 그래서 기대보다는 저평가 되고 있다. SF 장르에서 주로 활용이 됐던 타임슬립물이 스릴러란 장르와 젊은 감성에 맞춰서 계속 변주돼 나오고 있다. 이제는 이런 판타지가 뻔하다고 느낄 수 있지만 참신한 아이디어가 더해진 타임슬립물은 꾸준히 등장할 것이라고 본다"고 전했다.

데일리안 류지윤 기자 (yoozi44@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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