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PICK] 왜 '이날치 밴드'에 빠지냐고요?

박정선 2020. 11. 27. 0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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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수 비(정지훈)가 2017년 발매한 '깡'이 역주행하면서 '1일 1깡'(하루에 최소 1번은 '깡' 영상을 봐야 한다) 챌린지가 신드롬 급의 인기를 누렸다.

이 영상에 쓰인 음악이 바로, 이날치 밴드의 '범 내려온다'라는 곡이다.

또 이날치 밴드는 판소리 '수궁가'의 가사를 그대로 옮겨오는 대신 '범 내려온다'와 같은 특정 가사를 반복해 부르는 후렴구를 만들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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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체육관광부

가수 비(정지훈)가 2017년 발매한 ‘깡’이 역주행하면서 ‘1일 1깡’(하루에 최소 1번은 ‘깡’ 영상을 봐야 한다) 챌린지가 신드롬 급의 인기를 누렸다. 발매 당시 조롱에 가까운 평가를 받았던 곡이, 3년 후에서 빛을 보게 된 건 트렌드가 변화하면서다.


최근엔 비의 ‘1일 1깡’을 잇는 ‘1일 1범’이 탄생했다. 안 본 사람은 있어도, 한 번만 본 사람은 없다는 이 영상은 한국관광공사가 광광유치를 위해 내놓은 홍보 영상이다. 지난 9월 처음 공개된 후 현재 3억이 넘는 조회수를 기록했다. 이 영상에 쓰인 음악이 바로, 이날치 밴드의 ‘범 내려온다’라는 곡이다.


이날치 밴드는 소리꾼 4명(권송희, 신유진, 안이호, 이나래)과 베이시스트 2명(장영규, 정중엽)와 드러머(이철희) 등 총 7명으로 구성됐다. 지난 2018년 말 ‘수궁가’를 모티브로 한 음악극 ‘드라곤킹’을 작업하면서 처음 만난 이들은, 지난해 1월 라이브 공연을 열고 정식 활동을 시작했고 같은 해 5월 ‘현대카드 Curated 53 이날치 단독공연 - 들썩들썩 수궁가’를 통해 데뷔했다.


밴드의 구성부터가 독특하다.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밴드에서는 볼 수 없는 악기 구성이다. 기타를 과감히 빼 버리고, 베이스 기타 두 대와 드럼 그리고, 소리꾼만이 존재한다. 국악에서 소리꾼 옆에서 장단과 추임새를 넣어주는 고수의 역할을 이 두 악기가 대신하고 있다. 특히 중독성 강한 베이스 라인은 이들 음악의 ‘흥’을 끌어올린다.


또 이날치 밴드는 판소리 ‘수궁가’의 가사를 그대로 옮겨오는 대신 ‘범 내려온다’와 같은 특정 가사를 반복해 부르는 후렴구를 만들어냈다. 이 반복되는 후렴구가 주는 강한 중독성이 듣는 사람들로부터 따라하고 싶은 욕구를 불러일으킨다. 마치 대중음악의 후크송이 ‘수능 금지곡’으로 불리는 것과 같은 논리다.


이들의 음악적 방향은 2017년 ‘씽씽’을 통해 경기민요와 모던 락의 결합으로 가능성을 내다 본 장영규의 경험으로부터 시작됐다. 이들은 “흥선대원군, 고종 때 했던 판소리랑 정조 때 판소리랑 같은 판소리일까요? 아니란 말이죠. 지금 저희가 즐기는 것이 21세기의 판소리라고 생각해요”(스튜디오 허브 인터뷰 中)라고 말한다. 이 말에는 이들의 음악적 방향성이 고스란이 묻어 있다.


누군가는 이날치의 음악이 국악의 현대화, 국악의 대중화를 이끌었다고 평가하지만, 이들은 그저 ‘즐기는 것’ 뿐이었다. 그저 뻔하고 익숙한 음악이 아니라, 그들만의 특별한 사운드를 독특한 악기 구성과 아이디어가 지금의 이날치를 만든 셈이다.


무엇보다 이들의 음악이 높게 평가되는 건, 단순히 즐기기만 하는 음악은 아니라는 것에 있다. 이날치의 소리꾼들 개개인의 이력을 보면 이미 국악가로서의 전통적이고 정통적인 교육과정을 밟은 실력자들이다. 뿐만 아니라 이들은 뮤지컬 등을 통해 타 장르 음악가들과의 협연도 꾸준히 시도해왔다. 결국 멤버들 각자의 경험치들이 쌓여 일궈낸 결과다.

데일리안 박정선 기자 (composerjs@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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