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국정원 대공수사권 폐지, 졸속 개정은 안 된다

2020. 11. 27. 0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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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안보에 심대한 악영향을 줄 수 있는 국가정보원법 개정안을 거대 여당이 단독 처리하려는 움직임이다. 절차도, 내용도 모두 부적절하다. 공론화와 국민적 공감대부터 마련해야 한다.

더불어민주당은 지난 24일 국회 정보위원회 법안심사소위원회에서 야당의 반대를 무시하고 국정원법 개정안을 단독 의결했다. 여당 안은 국정원 명칭 현행 유지, 정치 관여 금지 항목 구체화, 국정원의 대공수사권 폐지 및 시행 3년 유예 등을 담고 있다.

여당은 27일 정보위 전체회의를 열어 여당 단독으로 안건을 처리하고 곧장 법사위에 넘기려고 한다. 이어 12월 마지막 정기국회 본회의에서 단독으로 강행 처리할 것이란 전망이다.

여당의 국정원법 개정은 앞서 20대 국회에서 추진됐으나 당시에는 야당이 법사위원장을 맡아 통과되지 못하고 자동 폐기됐다. 지난 4·15 총선에서 압도적 다수 의석을 차지하자 8월에 여당 단독안을 발의한 뒤 일사천리로 추진해 왔다.

문제는 그 과정에서 제대로 된 공청회나 토론회조차 거의 없었다는 점이다. 한마디로 여당이 ‘입법 폭주 이정표’대로 수적 우위를 무기 삼아 힘으로 법 개정을 몰아간다는 의심을 지우기 어렵다.

사실 여당 단독 개정안을 보면 국가안보에 상당한 차질을 초래할 개악 요소들이 많아 우려스럽다. 예컨대 대공수사권을 폐지한다면서 구체적으로 어디로 넘길지를 명시하지 않았다. 경찰로 이관하자는 여당 안에 야당은 국정원 존치 또는 독립기구 신설로 맞서고 있다. 검경 수사권 조정으로 경찰 권한이 비대해진 상황에서 국내 정보까지 경찰로 몰리면 ‘경찰공화국’이라 불리던 5공 시대로 회귀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정보 전문가들은 분단국가의 특수성을 고려하면 국내 보안정보와 대공수사를 통합하는 것이 효율적이라는 반론을 편다. 국정원의 과거 원죄는 반성하더라도 고유 기능 자체를 망가뜨리는 것은 국가 안보에 두고두고 후환을 초래할까 봐 걱정이다.

북한은 지난 60여 년간 북한 주도의 적화통일을 가로막는 남한의 법과 제도 폐지를 집요하게 추구해 왔다. 찬양·고무죄와 이적단체 처벌 등을 규정한 국가보안법 7조 폐지, 국정원의 대공수사권 폐지, 주한미군 철수가 그것이다.

그런데 문재인 정부 들어 위장평화로 안보의식이 무뎌진 상황에서도 북한의 핵무장이 고도화됐는데 우리 스스로 정보 역량을 약화하면 누구에게 이롭겠나. 지금 여당의 국정원법 개정안은 내용도, 절차도 하자투성이다. 여야가 시간을 갖고 국가안보에 치명적 악영향을 끼칠 독소조항을 제거한 뒤 합의안부터 도출하는 것이 순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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