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주민 '기계체조 점프' 귀순..철책센서 나사도 풀려있었다
과학화 경계 시스템 허점 드러나
군, 전면 점검과 성능 개량 추진
지난 3일 북한 민간인이 동부전선 휴전선 철책을 뛰어넘어 귀순했을 당시 과학화 경보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은 이유는 핵심 장비의 기능상 결함 때문인 것으로 나타났다. 압력을 전달하는 나사가 느슨하게 풀려 있었다는 것이다.
합동참모본부는 25일 강원도 동부전선 일반전초(GOP)에서 과학화 경계 시스템을 언론에 공개하며 귀순 사건 관련 조사 결과도 일부 공개했다. 군은 군 병력 감소에 대비하기 위해 각종 센서와 카메라로 이뤄진 과학화 경계 시스템을 2015년부터 최전방을 중심으로 깔았다.
휴전선 철책엔 일정한 압력이 가해지면 경보음이 울리는 광망이 설치됐다. 광망은 기존 철책 위에 광섬유 소재로 된 그물망 형태의 철조망을 덧댄 형태다. 광망은 신호가 중간에 끊기거나, 일정 정도의 무게 때문에 신호가 약해지면 이를 감지한다.
그런데 지난 3일 귀순자가 철책을 넘었는데도 경보음이 울리지 않았다. 대신 열상감시장비(TOD)로 지켜보던 경계병이 귀순자를 발견해 군에서 그의 신병을 확보할 수 있었다.
합참과 육군은 광망을 정밀 분석한 결과 미작동의 원인을 두 가지로 추정했다. 하나는 귀순자가 철기둥을 타고 올라가면서 철책 광망을 건드리지 않았을 가능성이다. 철기둥은 철책을 지탱한다. 관계 당국의 조사 결과 귀순자는 50kg 남짓의 몸집에 기계체조를 배운 경력이 있다. 묘기에 가까운 동작이 가능하다는 얘기다.
또 다른 추정은 상단 감지 유발기가 정상적으로 작동하지 않았을 가능성이다. 철기둥 제일 꼭대기엔 상단 감지 유발기가 매달려있다. 광망을 건드린 압력을 알아채는 핵심 부품이다.
귀순자가 넘어온 철책 철기둥의 상단 감지 유발기를 분석해보니 무게를 감지해 광섬유를 누르도록 만들어진 나사가 제대로 고정돼 있지 않았다는 게 군 당국의 설명이다. 나사가 풀린 원인은 비ㆍ바람 등 외부 요인이라고 한다.
육군 관계자는 “매일 매뉴얼에 따라 눈으로 상단 감지 유발기를 점검하지만, 속은 뜯어보지 않으면 알 수 없다”고 말했다. 귀순 지점의 철기둥엔 또 다른 센서인 상단 감지 브라켓이 없었다. 예산 때문에 모든 철기둥에 달 수 없었다는 것이다.
군 관계자는 “광망은 기본적으로 철책 절단이나 훼손 같은 적의 침투 수법에 대비해 설계돼 있다”며 “월책 당시 경계병이 발견했고, 수색 끝에 귀순자를 확보했으니 실패한 작전은 아니다”고 강조했다.
이에 따라 군 당국은 귀순자가 넘어온 지역을 담당한 부대에 대한 처벌 조치는 검토하고 있지 않다고 밝혔다. 다만 “해당 부대에서 필요할 경우 조치(징계)할 수 있도록 했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이번 사건으로 군 당국이 만능처럼 자랑하던 과학화 경계 시스템에 허점이 드러난 사실을 부인할 수는 없다. 군 당국은 추후 보완대책으로 ▶모든 상단 감지 유발기를 점검하고 ▶상단 감지 브라켓이 없는 철기둥엔 추가로 설치하며 ▶취약 지역엔 감시장비를 보강하고 ▶과학화 경계 시스템의 성능 개량을 가급적 빨리 추진하기로 했다.
강원도 동부전선=이철재 기자 seajay@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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