英 언론, 마라도나 사망 기사조차 "사기꾼이었다, VAR 있었어야" 등 시비

[풋볼리스트] 허인회 기자= 한 영국 매체가 디에고 마라도나의 사망 당일 신문 1면에 '신의 손' 사건을 저격하며 '비디오판독(VAR)이 가장 필요했을 때'라는 제하의 보도를 했다.

26일(한국시간) 아르헨티나 축구 영웅 마라도나가 60세의 나이에 심장마비로 사망했다. 마라도나는 이날 티그레에 위치한 자택에서 숨을 거둔 것으로 알려졌다. 심장마비로 쓰러진 뒤 9대의 구급차가 현장으로 가 응급조치를 취했으나 끝내 소생하지 못했다.

이날 영국 '데일리스타'는 신문 1면에 마라도나의 애도 대신 조롱하는 듯한 사진과 문구를 대문짝만하게 걸어뒀다. 마라도나가 손으로 공을 내려치는 모습과 함께 'VAR이 가장 필요했을 때 어디 있던 거야?'라는 타이틀을 달았다. 오른쪽 하단에는 '마라도나는 사기꾼이었다. 정말 놀라운 사기꾼이었지'라는 한 기자의 코멘트를 달았다.

마라도나는 1986년 멕시코 월드컵 8강 잉글랜드전에서 헤딩을 하는 동작과 함께 손으로 공을 밀어 넣었다. 당시 아르헨티나가 2-1로 승리, 4강으로 진출했다. 훗날 마라도나 역시 "내 머리와 '신의 손'이 합작했다"며 핸드볼 반칙을 인정한 바 있다. 이 매체는 마라도나의 과거 행동을 별세 당일에도 문제 삼아 헤드라인에 장식했다.

마라도나는 경기장 안팎에서 악동 기질을 보여주기도 했으나 역대 최고의 실력으로 꼽힌다. 당대 축구계의 한 획을 그은 인물로 평가받는다. 아르헨티나를 1986년 멕시코 월드컵 우승으로 이끌었고, 전성기를 보낸 나폴리에선 세리에A 우승컵을 선물했다. 특히 '신의 손' 사건이 벌어진 경기에서 68미터 드리블로 잉글랜드 수비진을 모두 제친 뒤 골망을 흔든 바 있다. 이 장면은 역대 최고의 득점 중 하나로 꼽힌다.

사망 소식을 전할 때조차 오심에 대한 케케묵은 불만을 끄집어낸 건 다행히 이 매체뿐이었다. 영국을 비롯한 각국 매체 대부분은 마라도나가 문제적 인간이었지만 많은 업적을 남겼다고 인정했으며, 추모의 뜻을 담은 보도를 했다. 축구계 인사들은 마라도나를 향해 애도의 메시지를 전했다. 펠레, 지네딘 지단(레알마드리드) 감독, 리오넬 메시(바르셀로나), 크리스티아누 호날두(유벤투스), 네이마르(생제르맹) 등이 참여했다.

특히 메시는 '제2의 마라도나'라고 불릴 만큼 인연이 깊었다. 유망주 시절부터 마라도나를 이어 아르헨티나 축구계를 이끌 재목으로 추앙됐다. 메시는 본인 인스타그램을 통해 "오늘은 아르헨티나와 축구를 사랑하는 모든 사람들에게 슬픈 날"이라며 "그는 우리 곁을 떠났으나 영원히 기억될 것이다. 함께 한 좋았던 모든 순간을 기억할 것"이라고 말했다.

사진= 데일리스타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