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체를 바꾼 천재, 굿바이 마라도나

최용재 2020. 11. 26. 11: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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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축구 역사상 가장 위대한 선수 중 하나로 꼽히는 디에고 마라도나가 별세했다. 향년 60세.

26일(한국시간) 아르헨티나 언론들은 일제히 마라도나 사망 소식을 전했다. 마라도나는 아르헨티나 부에노스아이레스 근교 티그레의 자택에서 숨졌다. 그는 지난 11일 뇌 수술을 받은 후 퇴원해 회복 중이었다. 당시 주치의는 수술이 성공적이라고 밝혔지만, 끝내 버티지 못했다. 현지 언론에 따르면 그의 사망 원인은 심장마비다.

마라도나는 시대의 축구 영웅이었다. 1976년 아르헨티노스 주니어스(아르헨티나)에서 프로생활을 시작한 그는 보카 주니어스(아르센티나), 바르셀로나(스페인), 나폴리(이탈리아) 등에서 활약했다. 프로생활에서 정점을 찍은 곳은 나폴리였다.

'약체' 나폴리를 '천재' 마라도나가 이끌자 기적이 일어났다. 마라도나는 나폴리 구단 역사상 처음으로 세리에 A 정상에 올려놨다. 세리에 A 2회 우승을 포함해 코파 이탈리아 1회 우승, 유럽축구연맹(UEFA) 컵 1회 우승 등 나폴리를 최강의 팀으로 바꿔놨다. 나폴리에서는 마라도나를 '신'으로 추앙했다.

전 세계 축구 팬들에게 존재감을 알린 무대는 역시 월드컵이다. 마라도나가 이끄는 아르헨티나는 1986 멕시코월드컵에서 우승했다. 그는 5골·5도움을 올리며 골든볼(MVP)을 수상했다. 이 대회에서 선보인 마라도나의 퍼포먼스는 세계 축구 팬들을 경악시킬 정도였다. 특히 '20세기 최고의 골'이라는 찬사를 받은 장면, 8강 잉글랜드전에서 50m를 질주하며 8명을 제친 뒤 골을 넣은 모습은 마라도나의 위상을 만든 결정적인 순간이었다. 아르헨티나 대표팀에서는 91경기 출전 34골을 기록했다.

마라도나가 곧 전술이었다. 그는 최고의 드리블러이자 공격수였고, 또 최고의 패싱력을 갖춘 미드필더이기도 했다. 축구 역사에서 볼 수 없었던 마라도나의 등장으로 세계 축구는 변화할 수밖에 없었다. 마라도나를 막기 위해 세계 축구의 수비 전술이 바뀌었다. 마라도나를 견제하기 위해 압박축구가 등장했다는 것이 정설이다.

선수로서는 최고였지만 감독으로서는 실패했다. 빅클럽을 지휘하지 못했을 뿐 아니라, 2010 남아공월드컵 실패의 타격이 컸다. 리오넬 메시(바르셀로나)라는 당대 최고의 선수를 보유한 아르헨티나는 8강에서 독일에 0-4로 참패했다. 마라도나 감독 전술의 실패 때문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었다.

또 마라도나는 숱한 논란의 중심에 섰다. 1986 멕시코월드컵에서 나온 '신의 손' 논란이 대표적이다. 경기 외적으로는 더 많았다. 마약 스캔들은 마라도나를 항상 따라다녔다. 알코올 중독, 탈세, 비만 그리고 기행과 폭언으로 끊임없이 구설에 올랐다. 마피아 조직 보스와 파티를 벌인 일도 충격을 줬다. 마라도나는 "나는 많은 부정을 저질렀지만, 축구만은 더럽히지 않았다"고 말한 바 있다.

공과 과가 분명한 인물이지만, 그가 세상을 떠난 전 세계 축구팬들은 마라도나가 남긴 세기의 퍼포먼스를 추억하고 있다. 악행의 기억을 잠시 뒤로 미룰 만큼 그가 세계 축구사에 남긴 업적과 영광은 위대했다. 독보적이었다. 어쩌면 앞으로 다시 볼 수 없는 그런 천재적 능력에 대한 그리움과 감사함을 표현하고 있다.

마라도나의 조국 아르헨티나는 슬픔에 빠졌다. 알베르토 페르난데스 아르헨티나 대통령은 성명을 통해 3일간의 국가 애도 기간을 선포했다. 이 기간 마라도나의 시신은 부에노스아이레스의 대통령궁 카사로사다에 안치된다. 일반인들이 빈소를 찾아 추모할 수 있다고 대통령실은 밝혔다.

아르헨티나 국민도 추모행렬에 동참했다. 부에노스아이레스 도심과 보카 주니어스 홈구장 등 추모객들이 몰려 마라도나를 기리고 있다. 교황청은 "아르헨티나 출신 프란치스코 교황이 마라도나를 추모하며 기도했다"고 전하기도 했다.

역사상 최고의 선수를 꼽는 평가에서 늘 경쟁했던 '세기의 라이벌' 펠레도 마라도나를 추모했다. 그는 "나는 위대한 친구를 잃었고, 전 세계는 전설을 잃었다. 정말 슬픈 날이다. 언젠가 하늘에서 우리가 함께 공을 차게 될 것"이라고 진심을 보였다.

동시대에 마라도나와 함께 추억을 쌓았던 이들도 슬픔을 함께했다. 1986 멕시코월드컵에서 마라도나와 경쟁한 잉글랜드 출신 게리 리네커는 "우리 시대 최고의 선수이자 역대 가장 위대한 선수다. 축복과 어려움이 함께했던 삶 이후에 신의 손안에서 위안을 찾길 바란다"고 전했다. 프랑스 축구 전설 미셸 플라티니 역시 "우리 과거의 일부가 저물었다. 위대했던 시절이 그립다"고 추모했다.

현존하는 최고의 선수들도 떠난 영웅에 존경심을 드러냈다. '제2의 마라도나'라 불리며 등장했고, 지금은 세계 최고의 선수로 올라선 메시는 "전설이여 안녕"이라고 말한 뒤 "아르헨티나 국민과 축구계에 매우 슬픈 날이다. 그는 우리를 떠나지만 떠나지 않는 것이기도 하다. 디에고는 영원하기 때문이다. 마라도나와 함께했던 아름다웠던 순간들을 항상 간직하겠다"고 표현했다.

크리스티아누 호날두(유벤투스) 역시 "난 친구와 작별했고, 세계는 영원한 천재와 작별했다. 그는 너무 일찍 떠났지만 무한한 유산과 채워질 수 없는 빈자리를 남겼다. 당신을 절대로 잊지 않겠다"고 말했다. 네이마르(파리 생제르맹)는 "당신은 우리 기억 속에 항상 있을 것이다. 축구가 당신에게 감사함을 전한다"고 애도했다.

마라도나와 함께 역사를 만든 클럽도 그를 홀로 보내지 않았다. 나폴리 구단은 "엄청난 충격이다. 우리 마음에 영원할 것"이라고 밝혔다. 바르셀로나는 "전 세계 축구계의 아이콘"이라며 고인을 추모했다. 아르헨티나 대표팀 역시 "축구계 모든 이의 가슴에 영원할 것"이라고 말했다.

마라도나를 경험했던 모든 이들이 같은 마음을 표현하고 있다.

'당신이 선사한 추억에 감사합니다. 굿바이 마라도나.'

최용재 기자 choi.yongja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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