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 PS는 감동이다
저력 선보인 두산, 박용택·박경수 감격적인 PS
2020 KBO리그 포스트시즌(PS)이 진한 감동을 남기고 막을 내렸다. NC가 PS 6번째 진출 끝에 마침내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렸다.
창단 후 첫 2년 동안 NC는 상위 라운드 진출조차 실패했다. 1군 진입 2년 만인 2014년 처음으로 PS에 진출해 준플레이오프(준PO)에서 LG에 졌고, 플레이오프(PO)에 직행한 2015년에는 두산에 2승 3패로 고개를 떨궜다. NC는 2016년 LG를 꺾고 창단 첫 상위 라운드에 올랐지만, 한국시리즈에서 만난 두산에 4전 전패로 무너졌다. 이듬해 두산을 PO에서 다시 만나 1승 3패로 패퇴했다. 네 번째 PS를 치르는 2020시즌에는 정규시즌 챔피언의 힘을 자랑하며 드디어 두산을 정복했다.
창단 때부터 NC의 역사를 함께한 박민우와 나성범에게 우승의 감격이 더욱 클 수밖에 없다. 메이저리그(MLB) 도전을 앞둔 나성범은 "창단 멤버로서 통합 우승을 해 기분이 정말 좋다"라고 했고, 박민우는 "창단 첫 우승의 일원이 되어 정말 기쁘다"고 소감을 밝혔다.
NC와 자유계약선수(FA) 계약 후 두 번째 시즌을 보낸 양의지는 KS 우승 뒤 눈물을 쏟았다. 평소 무표정한 모습과는 전혀 다른 얼굴이었던 그는 "지난 시간이 많이 생각난다. 힘들었던 게 많이 생각나서 감정이 폭발했던 것 같다"라며 "눈을 떠 보니 누워있더라. 감정이 복받쳐서 그런 것 같다"며 웃었다.
반대편 더그아웃의 두산은 박수받을 만한 투혼을 선보였다. 정규시즌 막판 '미러클 두산'의 힘을 발휘해 3위를 차지했다. 이어 준PO와 PO를 거쳐 6년 연속 KS 진출 기록을 썼다. 험난한 과정을 치르느라, KS에선 제대로 힘을 발휘하지 못했다. 김태형 두산 감독은 "말도 많고, 탈도 많았다. KS 진출만으로도 잘했다"라며 "선수단 모두 1년 동안 수고했다. 그 말밖에 할 말이 없다"라고 선수들의 투혼을 높이 샀다.
'막내 구단' KT는 정규시즌 치열한 순위 다툼에서 2위를 차지, 1군 진입 6년 만에 PS 무대를 밟는 기쁨을 누렸다. 비록 가을 야구에 강한 두산에 밀려 KS 진출에 실패했지만, 의미 있는 전진을 선보였다. 지난 12일 PO 3차전에서 5-2로 승리, 창단 첫 승리 역사를 남겼다. 이강철 KT 감독은 PS를 마감한 뒤 "아쉬운 점보다는 선수들 칭찬을 더 하고 싶다. 선수들 모두 잘해줘서 고맙다"라고 말했다.
KT 박경수는 프로 데뷔 18년 만에 처음 가을 무대를 밟는 감격을 누렸다. 시즌 막판 햄스트링을 다쳐 PS 출장이 불투명했던 그는 첫 포스트시즌에서 투혼을 불사르며 여러 차례 몸을 던졌다. 박경수는 "포스트시즌에서 뛰는 장면이 꿈에서도 나왔다"라며 "부상을 당하더라도 낼 수 있는 힘을 100% 발휘하겠다"는 각오를 전했다. 그리고 약속을 지켰다.
LG 박용택은 포스트시즌을 선수 생활의 마지막 경기로 장식했다. LG가 지난 5일 준PO 2차전에서 두산에 져, PO 진출에 실패하면서 그의 30년 선수 생활도 마침표를 찍었다. 관중석의 팬들은 그의 이름을 연호했다. 그는 PO와 KS가 열린 고척돔에서 유니폼을 벗기 원했으나, 잠실 홈팬 앞에서 마지막 인사를 했다. 그는 '옆집' 두산의 승리 세리머니를 방해하지 않기 위해 홈팬들에게 특별한 인사도 하지 않았다.
어느 해보다 많이 웃고, 울었던 2020년 야구가 끝났다. PS는 추억을 한가득 남겼다.
이형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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