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파업 강행한 민주노총의 항변 "오늘도 파쇄기에 끼어 죽었다"

김종훈 2020. 11. 25. 18: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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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김재하 민주노총 비상대책위원회 위원장 "코로나19 방역 소홀히 하지 않는다"

[김종훈 기자]

 민주노총 김재하 비상대책위원회 위원장
ⓒ 김종훈
 
"민주노총의 의사표현(기자회견)은 일부 정치인이 말한 것처럼 코로나19 방역을 소홀히 하면서 진행되지 않는다."

붉은색 '단결투쟁' 머리띠를 두른 김재하 민주노총 비상대책위원장이 25일 서울 여의도 더불어민주당 서울시당 앞에서 열린 전국 동시다발 총파업 기자회견에서 외친 말이다.

김 위원장은 "오히려 이 근처에 있는 경찰들이 거리두기를 지키지 않고 모여있다"면서 "민주노총은 코로나19 방역의 최일선에 선 노동자들이다. 그 누구보다 코로나19가 진정되기를 바라는 사람들이다. 한 해 2500명이 죽어나가는 상황에서, 정부가 노동법 개악을 추진하고 있어 어쩔 수 없이 선제 총파업에 나섰다"라고 밝혔다. 

이날 민주노총은 정부의 10인 이상 집회 금지 조치에 따라 9명 이하의 노동자만 참여하는 기자회견 형태의 총파업 총력투쟁 전국동시다발대회를 진행했다.

총력투쟁 대회는 서울 여의도 더불어민주당 서울시당을 비롯해 서울 종로구 이낙연 의원 선거사무소, 서울 영등포구 김민석 의원의 사무소, 서울 강서구 한정애 의원 사무소 등 15개 장소에서 동시에 진행됐다.

앞서 24일 민주노총은 서울 중구 민주노총 교육장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정부가 추진 중인 '노동법 개악' 국회 논의 중단과 '전태일 3법' 입법을 위해 총파업을 한다"면서 "왜 코로나19가 재창궐하는 이 시점에 총파업을 하냐고 묻지 말고 왜 이 시점에 노동자들이 거리로 나올 수밖에 없는지 돌아봐 달라"라고 호소했다. 

고용노동부는 지난 6월 30일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당시 고용노동부가 제출한 개정안에는 ▲ 해고자, 실직자의 기업 노조 가입 허용 ▲ 노조 전임자 급여지급 금지 규정 삭제 ▲ 단체협약 유효기간 2년→3년 연장 ▲ 파업 시 생산·주요업무 시설 점거 금지 등이 포함됐다.

이에 민주노총은 파업 시 사업장 주요 시설에 대한 점거 금지, 종업원이 아닌 조합원의 사업장 출입 제한 등 경영계 요구를 수용해 만들어진 조항에 대해 '독소조항'이라면서 강하게 반발했다. 이날 민주노총이 총파업 기자회견을 강행한 이유이기도 하다.

정세균 "매우 우려스럽다... 법과 원칙에 따라 엄정 조치"
 
 25일 서울 여의도 민주당 서울시당 앞에서 열린 민주노총 기자회견에서 경찰과 민주노총 조합원 간에 산발적인 대치 상황이 발생했다.
ⓒ 김종훈
민주노총의 전국 동시다발 총파업 기자회견이 열리기 전 정세균 국무총리는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코로나19 대응 중앙재난대책본부 회의에서 "민주노총이 방역 수칙을 준수하겠다고 하지만, 코로나19의 기세를 감안할 때 매우 우려스럽다"면서 "집회 과정에서 방역수칙 위반 사례가 발생하지 않도록 현장 상황 관리를 철저히 하고, 위반 행위에 대해서는 법과 원칙에 따라 엄정하게 조치해 달라"라고 주문했다.
  
이날 민주당 서울시당 앞에서 열린 기자회견은 시작부터 매끄럽지 못했다. 경찰과 민주노총 사이에서 집회 참여 인원을 두고 회견장 주변에서 마찰이 발생했다.

경찰은 민주노총 조합원들이 기자회견 주변에서 손피켓을 들고 서자 확성기를 이용해 "기자회견 참여자가 10명을 초과하고 있는 상황"이라면서 "감염병 예방법을 준수해라"라고 말했다. 반면 민주노총은 "민주노총은 방역수칙을 준수하고 있다"면서 "경찰은 과도한 분위기를 연출하지 말라"라고 대응했다. 

민주노총이 기자회견 시각인 오후 3시에 맞춰 9명의 인원만 기자회견장에 세움으로써 심각한 충돌상황은 발생하지 않았다. 

민주노총, 왜 욕먹으며 강행했나? "오늘도 파쇄기에 끼어 죽었다"
 
 25일 서울 여의도 민주당 서울시당 앞에서 열린 민주노총 기자회견이 진행됐다. 사회적 거리두기 2단계 이유로 9명만 기자회견에 참석했다. 반면 이날 현장에선 100여 명의 기자들이 몰렸다.
ⓒ 김종훈
기자회견에 참석한 민주노총 조합원들은 기자회견 내내 이날 총파업 총력투쟁 전국동시다발대회의 정당성을 강조했다. 

최은철 민주노총 서울지역 본부장 후보는 "내일(26일) 아침에 오늘(25일) 기자회견 보도가 '코로나19 서울시 방역지침에도 불구하고 민주노총 총파업 집회 강행했다'라는 내용만 강조돼 나가지 않았으면 좋겠다"면서 "오늘도 경기도 화성에서 20대 노동자가 파쇄기에 끼어서 죽음을 당했다. 우리 형제와 자식들이 일하러 갔다가 상체와 하체가 분리돼 죽은 것이다. 언제까지 이러한 슬픔을 반복할 것인가. 민주노총의 요구는 최소한 죽지 않고 일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달라라는 것"이라고 말했다.

최 후보 말대로, 경기도소방재난본부에 따르면 24일 오후 7시 30분께 화성시 정남면 소재 폐기물처리 업체에서 20대 남성이 가로 2m, 세로 5m, 높이 1.5m  폐기물 파쇄기에 몸이 끼어 사망했다. 신고를 받고 출동한 구급대가 기계를 해체해 구조했지만 청년은 이미 숨진 상태였다고 전해지고 있다.

지난 5월에도 광주 광산구의 폐기물 처리업체에서 20대 노동자가 청소를 위해 파쇄기에 올랐다가 기계에 끼여 숨지는 사고가 있었다.

국제노동기구가 집계한 2014년 통계에서 한국은 노동자 10만 명당 산재 사망자가 10.8명을 기록해 OECD 국가 중 최악의 산재 사망률을 기록했다. 2015년 통계에서도 10만 명당 산재 사망자는 10.1명을 기록해 최악의 수준을 보였다.

한국은 1994년 이후 2016년까지 두 차례만 터키에 1위를 내줬을 뿐 OECD 산재사망률 1위를 놓친 적이 없다. 고용노동부 발표에 따르면 지난해(2019년) 한국은 산재로 2020명이 사망했다. 2020년 역시 1월부터 6월까지 산재로 1101명이 사망한 것으로 나타났다.
 
 25일 서울 여의도 민주당 서울시당 앞에서 열린 민주노총 기자회견이 진행됐다. 사회적 거리두기 2단계 이유로 9명만 기자회견에 참석했다. 반면 이날 현장에선 100여 명의 기자들이 몰렸다.
ⓒ 김종훈
 
한편 정부는 25일 진행된 총파업에 "민주노총 전체 조합원의 3%인 3만 4000여 명이 참여했다"라고 발표했다. 전체 가입 노조원이 100만 명을 넘는다는 민주노총의 집계에 따르면 3% 수준만이 이번 파업에 참여한 셈이다.

민주노총은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고용노동법안심사소위가 열리는 오는 30일과 전체회의 일정이 있는 다음달(12월) 3일 비슷한 형태의 기자회견을 진행할 예정이다. 예고한 양일 모두 코로나19 3차 유행에 따라 수도권 지역 사회적 거리두기 2단계가 발동되는 기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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