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금빛 갯벌 위 갈대 물결·철새 울음.. '늦가을 교향악'

남호철 2020. 11. 25. 18: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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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태 여행 일번지' 전남 순천만
일몰 무렵 전남 순천시 해룡면 와온해변 인근 노월마을에서 드론으로 내려다본 순천만. 작은 솔섬과 꼬불꼬불한 작은 수로를 품은 검붉은 갯벌이 저녁노을에 황금빛으로 물들어 있다.


전남 순천만은 드넓은 갈대밭과 갯벌, 그 사이로 날아오르는 천연기념물 흑두루미 등 수많은 철새의 한바탕 춤사위 모습로 한 폭의 아름다운 그림을 펼친다. 특히 일몰과 일출을 함께 볼 수 있어서 매력적이다.

이곳의 자연환경과 문화유산을 두발로 만나볼 수 있도록 만든 길이 남도삼백리길이다. 1코스 순천만갈대길은 해넘이 명소인 순천시 해룡면 와온해변에서 시작해 별량면 화포해변까지 16㎞를 잇는다. 세계 5대 연안습지이자 국가명승 41호인 순천만을 가장 가까이 걸으면서 대한민국 생태 도시 순천을 제대로 느낄 수 있다.

1코스의 출발점은 와온마을이다. 와온(臥溫)이란 봉우리에 있는 바위가 마치 소가 누워 있는 것 같고 산 아래에 따뜻한 물이 흐른다해 붙여진 이름이다. 와온해변은 일몰 명소로 유명하다. 해 질 녘 갯벌, 수로, 잔잔한 바다를 황금빛 도화지로 물들이며 황홀경을 빚어낸다.

이정표를 따라 도로와 농로를 지나면 갯벌을 옆에 끼고 걷는 제방길이다. 가장 눈에 들어오는 곳은 솔섬이라 불리는 사기도이다. 전국 사진작가들의 헤넘이 사진에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섬이다. 이곳 해넘이는 여름보다 겨울에 더 좋다. 여름철에는 서산으로 해가 넘지만 겨울철에는 바다로 해가 넘어가면서 갯벌 위에 찬란한 빛을 낸다. 유룡전망대도 겨울철에 사진 찍기 좋은 위치에 있다.

용산에서 조망하는 갈대밭 너머 동천 물길과 철새.


이어 순천만 전망의 끝판왕인 용산이다. 해발 50m의 야산이지만 풍경은 결코 낮지 않다. 천년을 기다리다 용이 된 이무기가 하늘로 승천하는 것을 포기하고 입에 물고 있던 여의주를 갈대밭에 던지고 내려앉아 산이 됐다는 전설을 품고 있다.

용산전망대에 오르면 순천만의 드넓은 풍광이 한눈에 들어온다. 거대한 갈대군락과 칠면초 군락이 잘 꾸며놓은 정원처럼 보인다. 최고의 비경은 동천이 빚어내는 S자 물길에 비친 해넘이다. 기울어진 붉은 햇살 아래 갈대밭 사이로 S자로 구불거리는 수로가 황금빛으로 반짝인다.

그 옆으로 ‘겨울 진객’ 흑두루미, 노랑부리저어새, 큰고니 등 다양한 철새들이 노닐고 있다. 흑두루미는 하얀 머리와 목을 제외한 몸 전체가 검은색을 띠며 정수리에 연한 붉은색 무늬로 화룡점정의 자태를 뽐낸다.

전 세계적으로 15종, 1만2000여 마리만 관찰되고 있을 정도로 귀한 존재다. 우리나라에선 천연기념물이자 멸종위기 야생동물로 지정해 보호하고 있다. 날개를 펴면 2m 가까이 되는 커다란 몸집의 흑두루미가 우아한 날갯짓으로 유유히 하늘을 나는 모습이 장관이다.

용산전망대에서 내려서면 순천만갈대군락지다. 갈대군락지 사이로 탐방데크가 이어진다. 순천만을 지나는 바람에 갈대 바다에는 파도가 일고, 갈대는 서로 몸을 부대끼며 사각거린다. 여기에 순천만 일대를 날아다니는 철새의 울음소리가 더해져 ‘늦가을의 교향악’이 연주된다.

동천을 건너 제방 위 오솔길을 따라가면 별량면 장산(長山)마을이 나온다. 바다와 육지를 경계짓는 제방 왼쪽으로는 순천만이, 오른쪽으로는 들판이 펼쳐진다. 늦가을부터 늦겨울까지 일부 구간은 흑두루미 보호를 위해 통제된다.

‘짱뚱어 마을’이란 애칭이 붙은 장산마을 안내판에 순천이 형성될 때 용과 호랑이 문형이 생겼는데 바다 건너 해룡 땅은 용산이고 장산은 호산(범산)이 됐다고 적혀 있다. 1620년 광해군의 폭정에 쫓겨 광산 김씨가 처음 입촌했다고 전해진다.

별량면 화포마을 일출소망탑 인근에서 본 해돋이. 동해안처럼 장엄하지 않지만 서정적인 분위기를 자아낸다.


길의 종착지는 학산리 화포마을이다. 일출소망탑이 있는 마을이지만 해넘이 보기에도 좋은 마을로 여행을 마무리하기에 제격이다. 수평선 위로 불끈 치솟는 동해안의 일출만큼 장엄하지는 않지만 갯벌과 수로, 하늘을 주홍빛으로 물들이는 해돋이는 낭만적이고 서정적이다. 하늘빛이 노랑, 주황, 황금빛으로 변하면 수면도, 갯벌도 그 빛깔을 고스란히 담아낸다.

‘꽃 피는 포구’ 화포의 뒷산은 봉화산이다. 선착장 옆의 낮은 언덕은 꽃등이라 불린다. 꽃 시절이 되면 들꽃이 지천이라고 한다. 봉화산 정상에는 봉화대가 복원됐고 순천만 전망대가 마련돼 있다.

여행메모
평지 순천만갈대길 16㎞, 4~5시간 소요
순천왜성 등 구경 후 짱뚱어·꼬막 맛보고

남도삼백리길은 11개 코스, 총 거리 223㎞다. 순천만갈대길은 16㎞로, 4~5시간 걸린다. 용산 구간을 제외하면 전 구간이 완전한 평지로 걷기도 좋은 길이다. 갈대군락지는 휠체어 이용도 가능하다. 습지 탐방로가 끝나는 지점에서 용산 전망대까지는 1.3㎞로, 왕복 40분가량 걸린다.

출발점 와온마을까지 버스가 10~11회 운행한다. 순천 종합버스터미널에서 출발해 순천역을 거쳐 간다. 화포해변에서도 버스를 이용해 터미널이나 역에 닿을 수 있다.

순천만자연생태공원 바로 앞에 음식점이 모여 있다. 짱뚱어탕과 짱뚱어전골, 양념장어정식 등이 주메뉴다. 특제 육수를 넣어 추어탕처럼 끓여낸 짱뚱어탕은 방아잎과 들깨를 넣어 비린내가 없고 구수하며 국물맛이 시원하다. 꼬막도 순천만의 명물이다. 11월부터 다음해 3월까지 제철이다.

전라도에 유일하게 남아 있는 왜성인 순천왜성.


이밖에 순천만국가정원, 낙안읍성, 순천문학관, 순천왜성 등도 빼놓을 수 없는 순천의 명소다. 시내권에는 조곡동 철도문화마을이 ‘뉴트로’ 감성의 사진을 찍기에 좋다. 옛 농협 창고도 순천 여행길에 들러볼 만하다.

순천=글·사진 남호철 여행전문기자 hcnam@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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