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음주운전 車에 내 딸 잃었다" 대만여대생 부모의 청원

고석현 2020. 11. 25. 17: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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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포토]

한국에서 음주운전 차량에 딸을 잃은 대만 여대생 부모가 청와대에 운전자의 형사처벌을 촉구하는 청원을 내 2만명이 넘게 동의했다고 25일(현지시간) 대만 신두각 등 현지언론이 보도했다.

국내 한 대학에서 신학 박사과정에 재학 중이던 쩡이린(28·여)은 지난 6일 교수와 만난 뒤 귀가하던 중 횡단보도에서 교통사고를 당했다. 곧바로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결국 숨졌다.

딸의 사고 소식을 접한 아버지는 한국에 도착해서야 음주운전자의 신호위반으로 외동딸이 사망한 사실을 알았다고 한다. 쩡씨의 부모는 "이기적인 범인으로 인해 그녀의 생명과 우리의 희망을 앗아갔다"면서 "더는 딸의 예쁜 목소리를 들을 수 없다"고 비통함을 전했다.

[청와대 국민청원 캡처]


쩡씨의 부모는 딸의 한국 친구를 통해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청원을 올렸다. 현지언론은 이를 바탕으로 쩡씨 부모가 '한국의 대통령과 국회의원에게 음주운전의 엄중처벌로 더이상 같은 피해를 보지 않길 바란다'는 편지를 썼다고 보도했다.

실제로 지난 23일 올라온 청와대 국민청원엔 '횡단보도 보행 중 음주운전자의 사고로 28살 청년이 사망했다'는 글이 올라와 25일 오후 5시 30분 현재 5만4000여명이 동의했다.

청원인은 "28살의 젊고 유망한 청년이 횡단보도의 초록색 신호에 맞추어 길을 건너는 도중 음주운전자의 차량에 손써볼 겨를도 없이 사망했다"며 "친구의 부모님께서 들으실 수 있었던 말은, 사연은 안타깝지만 가해자가 '음주'인 상태에서 사고가 일어났기 때문에 처벌이 오히려 경감될 수 있다는 말뿐이었다"고 했다.

또 "제 절친한 친구이자 이웃이었던 그녀는 한국에 온지 5년이 되어가는 외국인 친구였다"며 "수년간의 힘든 타국생활에도 한국에 대한 애정이 그 누구보다 깊었으며 고국보다 더 오래토록 머물고 싶어했을 나라일지도 모르겠다"고 했다.

그러면서 "이미 하늘나라로 가버린 제 친구는 다시 돌아올 수 없다"며 "앞으로도 일어날 수 있는 끔찍한 음주운전 사고에 단 한 명이라도 소중한 생명이 희생되지 않기를 바랄 뿐"이라고 덧붙였다.

고석현 기자 ko.sukhy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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