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능은 되지만..코로나 걸리면 580개 자격시험 못 본다
2년째 세무사 시험을 준비하는 김모(26)씨는 최근 중등교사임용시험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코로나19) 확진자 67명이 시험을 못 봤다는 뉴스를 봤다. '우리 시험은 어쩌나' 걱정이 된 김씨는 세무사 자격시험위원회에 "확진자 및 격리자 응시 가능 여부"를 물었다가 "확진자는 당연히 시험을 못 본다. 자가격리자도 응시가 불가능하다"는 답변을 받았다. 김씨가 응시한 세무사 2차 시험은 12월 5일에 시행된다.
25일 김씨는 "60만명이 보는 수능시험도 확진자 응시가 가능하다"며 "고작 몇천명이 응시하는 시험에 대책이 없는 게 말이 되냐"고 반문했다. 김씨는 "모든 수험생이 응시 불가가 자기 일이 될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며 "기관끼리 책임만 떠넘기고 있어 각종 수험생 커뮤니티가 떠들썩하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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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80개 자격시험 코로나 걸리면 응시 불가
김씨가 응시한 세무사 시험은 한국산업인력공단에서 시행한다. 한국산업인력공단은 세무사·공인중개사·행정사 등 전문자격증 시험과 국가기술자격증 시험 580여개를 주관한다. 지난달 19일에 올라온 공단 공지사항에 따르면 '확진자 및 감염의심자(자가격리자 등)'는 공단이 관리하는 국가 자격시험에 응시할 수 없다. 공단 측은 "지난 4월부터 질병관리청으로부터 시험 전날 확진자와 자가격리자 명단을 받는다"며 "해당 응시생은 시험장에 들어올 수 없다고 통보한다"고 말했다. 올해 이 규정으로 시험을 보지 못 본 응시생은 지난달 30일 기준 140여명이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확진자 응시가 가능한 대학 수학능력평가(수능)를 거론하며 "차별 조치가 아니냐"고 비판했다. 지난 23일 간호사협회는 "확진자 및 자가격리자 응시 불가 방침은 행정 편의주의"라는 성명서를 냈다. 간호사협회는 "훨씬 많은 인원이 응시하는 수능은 확진자에게도 별도 시험 장소를 제공한다"며 "명백히 차별되는 조치"라고 밝혔다. 산업인력공단 외에 간호사·의사·약사 등 시험을 주관하는 한국보건의료인국가시험원(국시원) 역시 지난 19일 게시한 공지사항을 통해 '확진자 및 격리자는 응시가 불가하다'고 안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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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단 "격리시험장 설치 여력 없다"
공단 측은 현재 "자가격리 시험장을 설치할 예산과 인력이 부족하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공단 관계자는 "응시 불가 조치는 추가 예산과 인력이 부족하기 때문"이라며 "자가격리자 1명 응시에 따른 시험장소 준비, 감독위원 위촉, 방역 준비 등을 준비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그는 "민원이 많은 특정 시험에만 예외를 두기도 어려운 상황"이라면서 "확진자에 한해 자택시험까지 고려해봤지만 역차별 논란이 있어 무산되기도 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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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격리 수험공간 마련 등 노력해야"
전문가들은 "현실적 문제가 있다"면서도 "확진자 및 자가격리자 수험생을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병훈 중앙대 사회학과 교수는 "확진자 응시 불가는 불가피한 조치였다"면서도 "다만 격리된 수험공간을 최대한 마련하려는 노력은 반드시 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취업이 어려운 만큼 청년들에게 자격증 시험은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일 것"이라며 "그냥 넘어가서는 안 되는 문제"라고 덧붙였다. 이명진 고려대 사회학과 교수 역시 "공정성 논란도 결국 기회가 적어졌을 때 나타난다"고 지적했다.
코로나 19 확진자의 응시 기준을 시험별로 통일할 필요성도 지적됐다. 양승훈 경남대 사회학과 교수는 "각 시험 담당부처별로 확진자·자가격리자 응시기준이 각각 다르다"며 "정부가 나서서 국가시험 가이드라인을 마련해야 공정성 논란을 줄여야 한다"고 했다. 이에대해 산업인력공단은 "자가격리자 중 보건당국의 외출 허가서를 받은 응시생에 한해 별도 시험실에서 응시하도록 하는 방안 등을 서둘러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편광현 기자 pyun.gwanghy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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