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락이 구한 생명.. 돌봄 필요 시 '나눔반장'을 찾으세요

이희동 2020. 11. 25. 16: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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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충우돌' 사회적경제 62] 돌봄SOS센터와 사회적경제

[이희동 기자]

서울시의 돌봄SOS센터 사업

너나없이 모두 코로나19로 힘든 시절이다. 어르신들은 누구 만나기도 두렵고, 아이들은 학교도 제대로 가지 못한 채 실내에만 갇혀 있다. 자영업자들은 매출이 반으로 줄었고, 공연이나 여행 등 일부 산업의 종사자들은 하릴없이 이 시간이 지나기만을 기다리고 있다.
  
차상위계층(기준중위소득 50% 이하, 2020년 4인 가구 기준 월 소득이 237만4587원 이하)은 그중에서도 코로나19로 가장 큰 피해를 입은 이들 중 하나이다. 코로나19로 인해 대부분의 사람이 스스로를 살피기에 급급하고, 국가 역시 법으로 보장한 기초생활보장 수급자에 우선 지원을 하다 보니 복지 사각지대에 걸쳐 있는 이들에 대한 관심이 예전만 같지 않기 때문이다.

다행히 서울시는 이와 관련하여 효과적인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긴급 돌봄SOS센터'가 바로 그것이다.
 
▲ 서울시 돌봄SOS센터 서울시의 야심찬 정책
ⓒ 서울시
 
돌봄SOS센터는 50세 이상의 어르신과 장애인 및 돌봄이 필요한 시민들에게(중위소득 85% 이하 시민 전액지원, 20년 연말까지는 코로나19로 중위소득 100% 이하 전액 지원) 긴급한 가사, 간병 및 일상편의 서비스를 지원하는 사업으로서 지난 2019년 5개 자치구에 이어 올해에는 서울시 전역에서 시범적으로 운영하고 있다.

사업의 서비스는 크게 일시재가, 단기시설, 안부확인, 건강지원, 동행지원, 주거편의, 식사지원, 정보상담 8개로 구분할 수 있는데, 올해에는 우선 일시재가 서비스와 식사지원 서비스에 집중하고 있으며, 내년부터는 전 부문으로 확대될 예정이다.

특히 위 사업과 관련하여 주목할 부분은 많은 사회적경제기업들이 동행지원, 주거편의(청소/방역, 집수리/관리), 식사지원 서비스와 관련하여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지역을 기반으로 하고 사회적 가치를 추구하는 사회적경제의 특성이 주민들에 대한 긴급돌봄이라는 돌봄SOS센터의 철학과 맞아떨어지기 때문이다.

과연 현장에서는 돌봄SOS센터가 어떻게 운영되고 있을까? 우선 한살림과 서울시 플랫폼라이더 협의회가 함께 협업하고 있는 종로 사례를 보자.

종로구 쪽방촌의 도시락
 
 종로 쪽방촌
ⓒ 이희동
 
25일 오전, 청계천 시장 뒤 쪽방촌의 최아무개 할머니는 좁은 골목에 나와 오토바이 소리를 기다리신다. 이쯤 되면 중년의 라이더가 와서 따뜻한 점심 도시락을 전해줄 때가 되었기 때문이다.

이윽고 오토바이 소리가 들리더니, 라이더 이씨가 도시락을 들고 나타났다. 반갑게 그를 맞이하는 최씨 할머니. 도시락을 받으며 연신 고마움을 전했고, 이씨 역시 뿌듯해한다. 새벽에 종이신문 배송도 하고 있다는 그는 "이제야 자신이 어렵게 취득한 사회복지사 자격증을 써먹는 것 같다"며 "위와 같은 사업이 많아졌으면 좋겠다"고 했다.

현재 종로구의 돌봄SOS센터는 급박하게 돌아가고 있다. 쪽방촌에 돌봄SOS센터 도시락에 대한 소문이 나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비록 먼저 나서서 시작하려고 하진 않지만, 옆의 사람이 하면 다들 따라 하는 쪽방촌의 특성상, 돌봄SOS센터의 식사지원은 급증할 것이다.

실제로 이씨는 최씨 할머니께 도시락을 전한 뒤 주위 여러 곳을 돌아다니며 낯선 집의 주소와 위치를 체크하느라 바빴다. 매일 도시락이 새롭게 추가되고 있는 만큼 이를 빠짐없이 배송하기 위해서다. 쪽방촌에는 휴대폰이 없고 귀도 잘 안 들리는 주민들이 많기 때문에 이씨는 그만큼 신경을 써야 한다고 했다.
  
 쪽방촌에서 도시락을 배달 중인 라이더
ⓒ 이희동
   
 가파른 쪽방촌 계단
ⓒ 이희동
 
강동구, 안부를 확인하는 도시락
  
때론 돌봄SOS센터의 식사지원이 사람을 살리기까지 한다. 지난 8월 말 직접 도시락을 배송까지 했던 강동구 사회적기업 이수한 ㈜친환경식품 대표의 말이다.

"8월 말 무더운 여름날에 반지하 새 주소를 받았습니다. 어르신 댁 입구에 들어서니 주인아주머니와 재가서비스 담당자가 웅성거리고 있었습니다. 어르신이 몸을 움직이는 것도 불가능하고 방에 악취가 심하여 들어가기가 어렵다고 난감해했습니다. 그래서 대신 들어갔습니다. 더운 여름 기온으로 방안의 악취가 심했고, 단칸방 입구에 어르신이 이불도 펴지 못하고 기대앉은 자세로 하의만 간신히 걸친 채 고꾸라져 계셨습니다.

어르신 옆에 앉아 어르신 하며 부르니 답이 없었습니다. 조심스럽게 상체를 일으켰으나 힘이 없으셨습니다. 더운 여름에 배고픔과 더위에 지쳐 쓰러져 계시는 것이 분명했습니다. 이대로 두면 며칠을 넘기기 힘들 것 같았습니다. 상체를 부축하고 그날 가지고 간 콩물을 따 입에 갖다 대며 좀 드셔 보시라고 하니 겨우 입을 축이시기 시작했고, 그렇게 한 병(500mL)을 다 드셨습니다.

집에서 나와 집주인 아주머니께 왜 이 지경이 되도록 그냥 계셨냐고 하니 '그동안 어르신의 상태를 잘 몰랐다'며 '기관에 연락했다'고 하셨습니다. 회사 담당자를 통해 구청 담당 주무관에게 연락하여 당장 입원이 필요하신 분임을 말씀드리라고 했습니다. 다행히 어르신은 이후 병원에 입원할 수 있었습니다."
  
 지역 돌봄에 대한 보답
ⓒ 서울시 플랫폼라이더 협의회
   
이와 같은 사례는 강동구 외에도 많은 지역에서 발생하고 있다. 돌봄SOS센터 도시락을 지원받는 이들이 대부분 취약계층이다 보니 고시촌이나 반지하 등 우리 사회에서 돌봄이 필요한 이들을 살필 수 있는 계기가 되고 있으며, 덕분에 많은 비극을 미연에 방지하는 효과를 누리고 있다.  

지역의 일꾼 나눔반장
  
지역 돌봄의 새로운 계기가 된 서울시의 돌봄SOS센터. 그러나 이 사업이 마냥 쉬운 것만은 아니다. 차상위계층이 주 대상이 되는 만큼 지역에서 대상자를 발굴하는 것도 쉽지 않을뿐더러, 행정의 복지부분이 사회적경제기업과 일을 하는 것도 이번이 처음이기 때문이다. 선행사례가 없으면 뭐든 원활하지 않은 것이 행정 아니던가.

이런 어려움을 극복하기 위해 각 자치구에는 '우리동네 나눔반장'이 활약하고 있다. 그들의 역할은 돌봄SOS센터와 사회적경제 가운데서 민간 협업을 원활하게 만드는 것이다. 돌봄SOS센터로 접수 들어오고 있는 주문을 총괄하며, 동시에 현장에서 발생하는 문제를 해결하고 있다.

이와 덧붙여 나눔반장의 또 하나의 임무는 지역의 돌봄과 관련된 네트워크를 구축하는 것이다. 결국 사회적경제의 돌봄이란 예산으로 움직이는 국가 차원의 복지와 달리 지역 공동체 안에서 선의를 가진 시민들이 지속가능하게 서로를 돌봐주고 살펴주는 것을 의미하는데 나눔반장이 그 연대의 토대를 마련하고 있는 중이다. 
 
 서울시의 긴급돌봄SOS센터를 기대한다
ⓒ 서울시 플랫폼라이더 협의회
 
서울시의 돌봄SOS센터는 2021년부터 본격적으로 시행될 예정이다. 이를 통해 많은 이들이 복지 사각지대에서 벗어나길 바라며, 사회적경제기업은 새로운 활로를 찾길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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