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사들 집단행동 조짐..실명·직 걸고 "추미애 폭거 고발한다"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윤석열 검찰총장에 대해 징계 청구 및 직무배제라는 초강수를 둔 것을 두고 일선의 현직 검사들이 실명과 직을 내걸며 격앙된 반응을 계속해서 내고 있다. 추 장관이 한 평검사를 ‘좌표 찍기’ 했을 당시보다 분노 수준의 차원이 다르다는 게 검찰 내 분위기다. 이런 가운데 검사들이 집단행동에 나설 분위기도 감지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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尹 직무배제 후…일선 검사들 내부망 글 게시
25일 법조계에 따르면 전날 윤 총장에 대한 징계 청구 및 직무배제 발표 이후 검찰 내부망 ‘이프로스’에는 현직 검사들의 비판 취지 글이 계속 올라오고 있다.
지난달 “검찰 개혁은 실패했다”는 글을 올려 추 장관으로부터 ‘커밍아웃’ 저격을 당했던 이환우(43·사법연수원 39기) 제주지검 검사는 “우리는 그리고 국민은, 검찰개혁의 이름을 참칭해 추 장관이 행한 오늘의 정치적 폭거를 분명히 기억하고 역사 앞에 고발할 것”이라고 했다. 김경목(40·38기) 수원지검 검사는 “소위 집권세력이 비난하는 수사를 하면 언제든지 해당 세력 정치인 출신 장관이 ‘민주적 통제, 검찰개혁’이라는 이름으로 검찰총장을 직무배제 시킬 수 있다는 선례를 남기는 일”이라고 지적했다.
평검사들의 글이 물꼬를 튼 데 이어 부장급 이상 검사들의 글이 내부망에 올라왔다. 김수현(50·30기) 제주지검 인권감독관은 “총장 직무배제를 하려면 그에 걸맞는 이유와 근거, 정당성과 명분이 있어야 할 텐데 직무배제 사유 어디에도 그런 문구를 발견할 수 없다”며 “검찰 역사에 조종(弔鐘)이 울리는 듯해 우울하고 참담하다”고 적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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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함께 지혜 모으자”…“부당 지시 거부하자”
특히 김창진(45·31기) 부산지검 동부지청 부장검사는 “위법하고 부당한 징계권 행사를 좌시하지 않는 것이 국민이 우리에게 부여한 의무라는 생각이 든다”고 글을 올렸다. 그러면서 “다 함께 지혜를 모아야 할 때인 것 같다”며 “후배검사들에게 부끄럽지 않은 선배 검사로서 목소리를 내야 할 때”라며 검찰 구성원들에 공개적으로 밝혔다.
그는 “압수수색 과정에서 위법이 있어도, 심지어 상대방을 폭행해 기소돼도 징계는커녕 직무배제는 이뤄지지 않고, 정권에 이익이 되지 않는 사건을 수사하면 총장도 징계받고 직무배제될 수 있다는 분명한 시그널”이라고 짚었다. 채널A 강요미수 의혹 사건에서 한동훈 검사장에 대한 독직폭행 혐의로 기소된 정진웅 차장검사 사례를 든 것으로 풀이된다.
정희도(54·31기) 청주지검 부장검사도 검찰 구성원에게 동조를 구했다. 정 부장검사는 “정치인, 정치검사들의 말도 안 되는 심히 부당한 업무 지시를 그대로 이행하는 검사들은 없어야 될 것”이라며 “지시가 부당하다고 판단되면 상사를 최대한 설득하고, 만약 설득되지 않는다면 거부하는 것이 맞을 것 같다”고 했다. 그러면서 “부당한 지시는 거부하자”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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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단행동까지 이어질까…36기 검사 회의 거론
일선 검사들은 검사들의 내부망 글에 댓글을 달며 공감을 표하고 있다. 김창진 부장검사 글에는 100개 가까운 댓글이 달렸고, 다른 글에도 50개 이상 댓글이 게시됐다. 이런 가운데 복수의 검사들에 따르면 평검사 수석급인 연수원 36기 검사들 사이에서 평검사 회의 개최 등 아이디어가 공유되고 있다고 한다. 서울과 수도권 및 부산 등 각 지방검찰청 소속 검사들 사이에 이같은 얘기가 오가고 있고, 대전지검의 경우 구체적인 회의 개최 방안이 논의되고 있다는 게 검찰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앞서 검찰 내부를 들끓게 했던 추 장관의 ‘좌표 찍기’ 당시 때는 각급 검사회의나 기수 모임 등 집단행동에 대해서 ‘제식구 감싸기’로 비칠 우려가 제기돼 신중한 분위기가 흘렀다. 그러나 헌정 사상 초유의 사태가 벌어지자 검사들 사이에서는 실명 댓글 반발보다 더 강도 높게 목소리를 내야 한다는 생각이 퍼지고 있다고 한다.
서울 지역에서 근무하는 한 부장검사는 “법무부 측의 편향된 시각으로 이뤄진 횡포에 가만히 있을 수 없고, 성명서나 의견서 등을 내야 한다는 검사들의 목소리가 많다”고 말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평검사는 “정해진 것은 없지만, 얘기는 나오고 있는 상황”이라며 “회의를 하게 된다면 각 청별로 진행을 할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또 다른 부장검사는 “평검사들뿐만 아니라 검사장 등 고위 간부들 사이에서도 ‘뭔가 해야 하는 거 아니냐’는 얘기가 있다고 한다”고 전했다.
나운채·김수민 기자 na.uncha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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