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디까지 만지는 거지" 샤넬코리아 女직원들 10년 참았다
프랑스 브랜드 샤넬의 국내 법인 샤넬코리아에서 근무하는 40대 간부가 10년 넘게 십수 명의 여성 직원을 상습적으로 성추행했다는 의혹이 제기된 가운데 자신을 피해자 중 한명이라고 밝힌 A씨가 성추행뿐 아니라 인사상 불이익도 당했다는 추가 피해 사실을 털어놓았다.
샤넬코리아에서 약 10년간 일했다는 피해자 A씨는 25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10년간 반복적으로 성추행이 있었다”며 “아무렇지도 않게 행해졌기 때문에 그 수를 세어보지는 않았다”고 주장했다.
A씨는 “악수하면서 깍지를 낀다든지 악수하는 방법을 알려준다면서 손을 꽉 잡는다든지 하는 식이었다”며 “어깨랑 손을 만질 때 주물주물한다는 느낌도 많이 받았고 팔 안쪽을 이렇게 (만졌다). ‘어디까지 만지는 거지’ 생각하게 만들 정도로 만졌다”고 했다.
A씨는 이같은 피해를 본 여성 직원이 12명 정도 된다며 “더 될 수 있는데 지금 다른 분들은 두려움에 떨고 있어서 아무 말도 못 하고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브래지어 끈을 만지거나 명찰이 삐뚤어졌다고 하면서 가슴 부분을 만지는 피해를 입은 사례도 있다”고 덧붙였다.
진행자가 “그런 일을 당했는데도 10년간 참고 살아야 될 만큼 그 가해자가 가진 회사 내 권력이 막강했던 것이냐”고 묻자 “현재도 그러니까 이러고 있는 것”이라고 답했다.
가해자로 지목된 간부는 전국의 백화점 매장 영업을 총괄하는 업무를 맡은 40대 남성으로 알려졌다. A씨는 피해를 입은 사실을 알릴 경우 원치 않는 곳으로 발령이 나는 등 갑질 인사를 겪기도 한다고 했다.
A씨는 피해 사실을 알리면 “낙인이 찍혀서 계속 이상한 매장을 돌게 되어 있다”며 “숨죽이고 버텨야 하고 여기서 그런 걸 말하는 순간 그 사람이 부적응자가 되는 것”이라고 했다.
이어 “지금처럼 불만을 제기하거나 자기 말을 듣지 않으면 강제적인 인사이동이 있었다”며 “그 사람이 업적을 쌓아놨기 때문에 그 사람을 신처럼 모시는 사람들이 많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우리는 노조 쪽이고 저쪽은 사측이잖냐”며 “그쪽에 반기를 드는 사람은 어떻게든 괴롭혀서 그만두게 하려고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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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해 사실 발설하면 CCTV처럼 감시”
A씨는 또 피해 사실을 발설한 이들을 감시하는 인력도 있었다고 주장했다. A씨는 “피해자의 일거수일투족을 옆에서 CCTV처럼 돌리는 사람들이 있다”며 “밥을 뭘 먹었는지 어떤 일을 했는지 무슨 실수를 했는지 그런 것이 그 사람한테 1시간 안에 다 보고가 된다”고 주장했다.
A씨 등 피해자로부터 이같은 사실을 제보받은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산하 백화점면세점 판매서비스노동조합 샤넬코리아 지부는 지난달 14일 사측에 해당 내용을 알리고 이에 대한 조사를 요청한 상태다.
A씨는 문제를 제기한 이후에도 사내 분위기는 변하지 않았다며 “지금 바뀐 게 없고 더는 조처를 하지 않아서 너무 두렵다”며 “무엇을 말하기가 무섭고 자꾸 숨게 되고 이렇게 되면 저희는 또 시름시름 앓다가 나가야 할 것 같다”고 했다.
이에 대해 샤넬코리아 측은 이날 “피신고자는 신고가 접수된 직후 매장 직원과 접촉이 없도록 업무 조정 됐다”며 “회사는 신고 내용에 대한 조사를 완료하는 즉시 조사결과에 따른 적절한 조치를 취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 직장 내 부적절한 행위 신고에 대한 공식 입장문
「 샤넬코리아는 최근 직장 내 부적절한 행위에 대한 신고와 관련해 관계 법령 및 사내 규정에 의거하여 철저하게 조사 중이며, 그 과정에서 직원의 인권을 철저히 보호하고 있습니다.
회사는 이 건을 매우 엄중하게 받아들이고 있습니다. 피해 신고 접수 직후 회사는 신고인 보호를 위하여 피신고인과 신고인 간의 접촉이 일어나지 않도록 즉각적인 조치를 취했습니다. 또한, 곧바로 본 건을 조사할 외부 조사인을 지정하여, 조사에 착수했습니다. 사건 조사 과정은 관련된 모든 사람을 보호하고 외부 조사인이 철저하고 정확하게 조사할 수 있도록 엄격하게 비밀로 유지되고 있습니다.
회사는 신고를 대리 접수한 샤넬 노동조합에 진행 상황을 공유하고 있습니다. 또한, 외부 조사인은 노동조합 위원장이 배석한 가운데 신고인 조사를 완료하였습니다.
회사는 신고인에 대한 모든 지원을 보장하며, 공정하고 정확하게 조사를 진행할 것입니다. 조사 결과를 토대로 신고 내용이 사실로 확인되면, 회사는 즉각 관계 법령과 사규에 맞는 적절하고 합당한 조치를 취할 예정입니다.
샤넬은 이러한 문제들을 극도로 경계하며 어떠한 형태의 차별이나 성희롱 및 괴롭힘도 용납하지 않습니다. 회사는 샤넬 윤리 행동 강령(Ethics@CHANEL code of conduct)을 전 직원에게 전달해 왔고, 그 일환으로 매우 엄격한 가이드라인을 시행해 오고 있습니다.
」
정혜정 기자 jeong.hyeje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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