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비클릭] 내가 죽던 날 | 따뜻한 위로 건네는 '연대의 메시지'

2020. 11. 24. 15: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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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박지완 감독/ 116분/ 12세 관람가/ 11월 12일 개봉
극장가에 흥미로운 변화가 엿보인다. 바로 ‘여성 영화’다. 2020년 한국 영화계는 그 어느 때보다도 많은 여성 감독과 여성 주연 배우가 등장해 스크린을 채우고 있다.

‘찬실이는 복도 많지’ ‘오케이 마담’ ‘야구소녀’ ‘결백’ ‘삼진그룹 영어토익반’ ‘소리도 없이’ 등 여성 감독이 만들었거나 아니면 여성이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영화가 대거 나왔다. 이 영화 중 일부는 코로나19가 아니었다면 개봉 일정을 잡는 일조차 쉽지 않았을 것이다. 코로나19가 오히려 영화계에 새로운 바람을 몰고 온 셈이다.

‘내가 죽던 날’ 역시 박지완 감독이 여성의 시선으로 풀어낸 작품이다. 이른바 ‘여성적 시선’은 최근 한국 영화계 가장 중요한 흐름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주인공 현수(김혜수 분)는 남편의 외도와 그로 인한 이혼 소송에 지쳐 휴직 중인 형사다. 고통에 겨운 나머지 일이라도 하면 어떻게든 버틸 수 있을 것 같아 복직을 신청한 현수. 어느 날 작은 섬에서 유서를 남기고 실종된 소녀 세진(노정의 분)의 자살 사건을 종결지으라는 지시를 받고 섬으로 향한다. 세진은 경찰의 중요 참고인으로, 섬에서 보호받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세진에게 섬의 생활은 마치 감옥과도 같았다.

이 영화는 상처 입은 여성들의 연대와 위로를 그린 이야기다. 섬에서 세진을 지켜준 순천댁(이정은 분) 역시 힘든 일을 겪은 여성이다. 충격과 상처는 세 사람의 공통점이다. 이들은 주변 사람의 어둠을 바라보지 못했다. 현수는 남편의 외도를 모른 채 그럭저럭 삶에 만족했고 세진은 아버지의 범죄를 모른 채 행복하게 살았다. 순천댁 역시 전신마비라는 장애가 있는 딸과 살아가야 하는 동생의 속내를 들여다보지 못한 채 순진하게 살았다. 동생의 죽음 후 농약을 마신 순천댁은 목소리를 잃었다.

세 여자의 공통점은 또 있다. 모두 자신만을 탓한다. 세진은 아버지의 충격적인 범죄 사실에 자신이 잘못한 게 없으면서도 세상을 향해 사과한다. 순천댁은 동생의 아픔을 알아주지 못한 자신을 견디지 못했다. 처절하고 깊은 상처에 영화의 분위기도 자꾸만 침전해간다.

영화의 장점은 세 배우의 연기와 메시지의 뚜렷함에 있다. 김혜수는 오랜만에 스크린에서 자신의 존재감을 유감없이 보여준다. 현수가 세진의 모습에서 자신을 발견하듯 김혜수는 현수에게서 자신을 발견한 것처럼 보인다. 이정은의 연기는 명불허전이다. 소리를 내지 못하는 순천댁의 아픔과 마음을 절절하게 표현한다. 그에게는 대사조차 필요치 않다.

영화의 메시지는 뚜렷하게 전달된다. 상처를 위로하고 서로를 감싸자는 연대의 메시지. 인생은 곧 투쟁이며, 싸우기 위해서는 다칠 각오를 해야 한다는 것을 관객에게 간곡히 외친다.

영화는 세 여성의 목소리로 따듯한 위로의 말을 건넨다.

[라이너 유튜버 유튜브 채널 ‘라이너의 컬쳐쇼크’ 운영]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085호 (2020.11.25~12.01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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