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 특수 실종' 자영업 비명..한숨짓는 식당·자포자기 노래방
[아시아경제 이선애 기자] "8월부터 두 달간 영업을 못 해 집에 생활비 한 푼을 가져가지 못했는데, 결국 또 영업 제한이라는 날벼락이 떨어졌네요. 밤 9시 이후 영업 금지는 그냥 전면 금지와는 다를 게 없습니다. 살길이 막막하네요." 23일 저녁 8시 서울 강동구에서 노래방을 운영하는 김모씨는 자포자기한 듯 한숨을 내쉬었다. 노래방에는 손님이 단 한 명도 없었다. 그는 "2단계 논의가 흘러나올 때부터 손님이 자취를 다시 감추기 시작했다"면서 "거리두기 지침 완화 전까진 아예 매출을 못 올린다고 봐야 할 것"이라고 토로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여파에 따른 사회적 거리두기로 올 한해 장사를 망친 자영업자들이 거리두기 격상 지침으로 연말 특수마저 기대할 수 없게 돼버리자 망연자실해 하고 있다. 24실 0시를 기해 수도권의 사회적 거리두기가 2단계로 격상되며, 이를 몇시간 앞둔 수도권 주요 상권 식당과 술집 등에는 좀처럼 손님을 발견하기가 쉽지 않았다. 곳곳에 휴업 팻말이 즐비했고, 임대문의도 적잖이 눈에 띄었다.
오후 9시 이전까지만 정상 영업을 할 수 있고, 이후에는 포장·배달만 가능한 식당의 경우 일찌감치 홀장사를 마치는 분위기가 역력했다. 노원구에서 고깃집을 운영하는 박모씨는 "연말에는 평소 매출의 두배 이상을 벌 수 있는데, 올해는 연말 특수까지 사라져 1년 내내 장사를 망쳤다고 봐야 한다"면서 "포장만 하고 있는데 배달 서비스도 시행해야 먹고 살 수 있을 것 같아 검토를 해봐야 할 것 같다"라고 전했다.
일산에서 냉면·갈비전문점을 운영하는 이모씨는 "최근에 확진자 수 증가와 비례해 매출이 다시 빠지기 시작했다"면서 "연말로 갈수록 외식을 꺼리는 분위기가 짙고, 배달 수요도 줄어들고 있어 매출 걱정이 크다"고 울상을 지었다. 종로에서 한식점을 이모씨는 "12월 연말모임 단체 예약이 대부분 취소됐다"면서 "더는 대출을 받을 길도 없고 정부가 주는 지원금은 턱없이 부족해 그냥 막막하고 악몽의 연속"이라고 토로했다. 이어 그는 "이 인근의 상권은 직장인 중심의 오피스 상권이라 9시 이후 배달 수요도 거의 없다"면서 "차라리 직원들을 내보내고 영업을 안하는게 더 나은 선택일지 모르겠다"고 덧붙였다.
카페는 영업시간과 관계없이 포장·배달만 허용된다. 지난 8월 실시했던 2.5단계와 다르게 이번에는 프랜차이즈 카페뿐만 아니라 모든 카페 내 취식이 금지된다. 올해 처음으로 카페 시장에 뛰어들어 광화문에 가게를 차린 김모씨는 "왜 창업을 했나 스스로 원망을 하고 있고, 배달할 여건이 안된 상황이라 막막하다"면서 "정부가 내수 경제를 생각해서 신중하게 거리두기 지침을 정했으면 좋겠다"라고 하소연했다. 대학로에서 카페를 운영중인 이모씨는 "아르바이트 직원 2명에게 무급휴직을 해달라고 전했다"면서 "자영업자들에게 너무 가혹한 연말로, 포장과 배달만으로는 생계유지가 안된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카페 매장 영업이 금지되면 매출의 40∼50%가량 타격이 불가피하다. 지난 8월 코로나19 재확산으로 수도권에서 거리두기 2.5 단계가 시행돼 카페 내 취식이 금지됐을 당시, 주요 커피 브랜드의 매출이 30% 이상 빠진 것으로 나타났다.
노래방과 스크린골프장 등은 가장 손님이 많이 몰리는 시간대에 영업을 아예 중단해야 해서 거의 자포자기 상태이다. 이들 업종은 오후 9시 이후 영업이 금지된다. 강남의 한 스크린골프장은 "평일에 직장인들 손님이 많고 오면 2시간은 기본이라서 9시를 넘기는 것은 당연한데, 장사하지 말라는 말과 다름이 없다"면서 "자영업자들만 말라 죽을 것 같다"고 토로했다.
유흥주점과 단란주점 등 유흥시설 5종은 또다시 문을 닫게 됐다. 한국유흥음식업중앙회는 손해가 막심한 상황에서 또다시 영업 중단으로 폐업 위기에 내몰리고 있다고 호소했다.
PC방의 경우 음식 섭취(칸막이 안에서 먹으면 제외)가 제한된다. 홍대에서 PC방을 운영하는 강모씨는 "PC방 매출의 반 이상으 먹거리에서 나올 정도로 식음료 매출 비중이 상당한데, 음식 섭취 제한으로 손해가 클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선애 기자 lsa@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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