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이 설레는 드림트래블러, 조세호

2020. 11. 24.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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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그맨 조세호는 거리에서 많은 사람을 만났고, 그들에겐 삶을 설레게 하는 저마다의 이유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 그리고 무수한 꿈을 마주하는 동안 자신만의 질문도 품게 됐다. "당신은 내일이 설레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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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능〈유 퀴즈 온 더 블럭〉(이하 〈유퀴즈〉)에서 시청자를 사람 여행으로 안내하고 있어요.오늘은 남극부터 사막까지, 방구석 판타지 여행을 콘셉트로 촬영했는데, 어떤 여행지가 기억에 남아요?

사막 사진을 보니 예전에 촬영차 오만의 사막에 갔던 기억이 떠올랐어요. 끝이 보이지 않는 길을 3박 4일 동안 걸으며 처음에는 힘들었는데, 익숙해지고 나니 다른 잡념 없이 오롯이 나 자신에게 집중하며 내가 누구인지 고민하게 돼 좋더라고요. 가끔 그곳 생각이 나요. 오늘 촬영 덕에 오로라도 한번 보고 싶어졌고요.

다이어트 후 첫 잡지 화보기도 하죠? 트레이너 말로는 삼겹살 50근이 빠질 만큼 큰 변화인데, 단순히 몸매 관리 차원을 넘어 매일 자신과의 약속을 지켜냈다는 게 큰 의미로 남았겠어요.

올해가 마지막 30대였거든요. 40대를 조금이라도 변화된 모습으로 맞이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컸어요. 예전에도 몇 번 빠른 시간 내에 다이어트를 성공한 경험이 있지만 그만큼 요요가 빨리 오더라고요. 이번에는 지속 가능한 다이어트를 했어요. 어떻게 보면 사막을 걷는 것과 비슷했죠. 매일 정해진 거리를 조금씩 천천히 달려 완주하듯, 현실적으로 지킬 수 있는 점진적인 목표를 세웠거든요. 그러기 위해서는 내가 좋아하는 것 중 포기할 수 있는 걸 찾는 게 먼저였어요. 술을 마시는 대신 탄수화물은 줄이고 운동을 생활 속에 넣는 식이죠. 원하는 걸 얻으려면 포기해야 하는 것도 분명 생겨요.

‘조세호도 저렇게 살을 빼는데, 나도 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도 많더라고요.

제가 전하고 싶은 메시지도 바로 그거예요. 조세호라는 사람도 이렇게 했으니 다들 충분히 저보다 잘할 수 있다는 거죠. 이번에 다이어트할 때 실제로 먹었던 간편식 브랜드와 협업 제품을 출시하게 됐는데, ‘Better than 세호’를 슬로건 중 하나로 정한 것도 그런 이유예요. 저는 모두가 나보다 잘났다고 생각하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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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이어트가 얼마나 힘들고 지난한 과정인데요. 부단한 노력의 결과인데 ‘조세호도 해낸’ 만만한 도전으로 받아들여질 땐 섭섭하지 않아요?

전혀요. ‘조세호도 했으니까 나도 할 수 있어’라는 인식은 저라는 사람이 누군가를 움직이는 계기가 되고 좋은 영향을 줬다는 뜻이니까요. 무엇보다 사람들에게 즐길 거리를 주고 싶어요. 그게 “조세호 살 뺐는데 별로래”, “살 빠지니까 재밌는 얘기를 덜 해도 재밌어” 같은 반응이라 해도 사람들이 재밌어하고 웃을 수 있으면 저는 그걸로 된 거거든요.

예능에서도 주로 당하는 캐릭터잖아요. 자존감이 높지 않으면 자신을 공격하는 개그를 유머로 받아들이지 못하는 거 알죠? 알고 보면 내면이 단단한 사람이 아닐까 생각해봤어요. “세호 씨가 당하는 모습 보며 지금 내 처지를 위로받는다”라고 하는 사람도 많아요.

하하. 실제로 저는 단단하고 싶은데 그렇지 못해서, 지금은 채워가는 과정 같아요. 예전엔 삶의 시기별로 목표를 정해놨는데 지금은 그냥 오늘 내가 할 수 있는 것만 최선을 다해 재밌게 하자는 주의예요. 스스로에 대한 기대치도 일부러 낮춰요. 오늘은 10점만 맞자는 생각으로 살기 때문에 72점만 나와도 너무 행복한 거죠. 100점짜리 인생이 아니어도 상관없어요. 그냥 스스로에게 잘하고 있다는 메시지를 많이 주고 싶어요.

사람들 개개인이 삶을 대하는 태도와 철학을 매주 시청자에게 전하고 있잖아요.〈유퀴즈〉는 사람 여행을 하는 프로그램을 표방하면서, 각계각층에서 제 역할을 다하는 이들을 소개해요. 벌써 방영한 지 2년이 넘었죠?

1회 촬영을 정말 못 잊어요. 무더운 여름에 광화문 일대를 걸어 다니면서 길거리 인터뷰를 했는데, 아침 9시부터 저녁 6시까지 누군가와 수다 떠는 게 너무 힘들었어요. 나중엔 인터뷰이 말에 집중하지 못하는 저를 보고 실망했죠. 대본이 없다 보니 저는 형식적인 질문만 던지는데, 재석이 형은 그 사람에게 진심으로 궁금한 이야기를 끌어내더라고요. 이후 한 사람을 만났을 때 어떤 태도를 보여줘야 그가 자신의 속얘기를 해줄 수 있을지 고민을 정말 많이 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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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는 사람의 진심을 끌어내는 노하우도 생겼을 것 같아요.

누군가의 이야기를 잘 들어주다 보면 분명 나도 진심으로 궁금한 게 생기겠지 싶어 남의 이야기를 잘 듣는 것부터 시작했죠. “대단하네요”라는 리액션을 많이 하는데, 프로그램을 하면 할수록 이 세상에 소중하지 않은 사람이 없다는 생각이 들어요. 누구에게나 이야기가 있고 소중한 추억과 목표가 있더라고요. 누구도 허투루 산 사람이 없어요. 길에서 우연히 어깨를 부딪친 사람에게 꿈이 뭐냐고 묻는 식이지만 아무런 꿈이 없다고 대답하는 사람은 없었거든요. 오늘 저녁에 뭐 먹을지부터 다가오는 주말이 왜 설레는지까지, 사소한 꿈이라 할지라도요. 지금껏 만난 수많은 사람 중 기억에 남는 건 (박)지선이에요. 그 친구와 함께 나눈 이야기가 기억에 많이 남아요.

늘 밝았던 사람이라, 많은 이들이 충격과 슬픔을 느끼는 것 같아요.

얼마 전에 저희 외삼촌이 갑자기 박지선 씨를 애도하는 마음으로 저한테 메시지를 보내주셨거든요. “어느 한 사람이 떠나려고 하는 것은 그가 맺을 열매를 다 맺었다는 것이다. 떠나야 하는 이에게 힘껏 박수 치라. 그는 인간이 짊어진 의무와 책임을 다했고 누려야 할 권리나 행복을 남은 이에게 양보했으니 힘들게 떠나는 것 같으나 누구보다 홀가분할지어다”라는 글이었어요. 한 사람의 삶을 열매라고 표현하는 건 조심스럽지만, 지선이는 본인이 할 수 있는 건 다 하고 갔다고 생각해요. 가슴이 너무 아프고, 제가 할 수 있는 건 그 친구가 살았던 시간이 힘들었다면 지금은 그저 편안하게 있으면 좋겠다는 마음과 기도뿐이에요. 지선이는 항상 사람을 기분 좋게 해줬던 친구고, 그 친구를 보며 저 역시도 상대에게 좋은 사람이 되고 싶다는 마음을 가졌어요. 그러니까 제가 더 잘 지내야 할 것 같아요. 지선이의 장점을 기억하면서요.

코미디언 중에 외향적일 것으로 보이지만 의외로 내성적인 사람이 꽤 많더라고요. 웃음을 주는 직업이기 때문에 늘 밝아야 한다는 강박감이 있진 않아요?

예전에는 그랬어요. 힘든 일이 있어도 나는 웃음을 주는 사람이니까 속에 있는 슬픈 마음을 드러내면 안 될 것 같았거든요. 지금은 생각이 바뀌었어요. 무대에서 누군가를 즐겁게 만드는 게 제 일이지만, 무대 밑으로 내려간 후에는 나 역시 누구에게나 위로받을 수 있는 사람이라고 생각해요. 우리 모두 서로 잘 위로하며 살아갔으면 해요.

지금껏 ‘양배추’, ‘프로 불참러’, ‘아기자기’까지, 많은 애칭이 있었어요. 앞으로는 사람들이 나를 어떤 사람으로 기억해줬으면 하나요?

그냥 구 양배추, 현 조세호로 기억해주셨으면 해요. ‘대단히’ 혹은 ‘상당히’라는 말을 자주 쓰는데요, 부담스럽지 않을 정도로 ‘상당히’ 무게가 실리는 느낌이라서요. 그래서 조세호는 상당히 웃긴 개그맨이라는 말을 듣고 싶어요. 되게 옷 잘 입는 개그맨도 추가요.

2020년이 두어 달 남짓 남았는데, 마지막 30대가 가기 전에 꼭 하고 싶은 게 있다면요?

작은 목표인데, 올해 남은 시간 동안 책 한 권 읽었으면 좋겠어요. 최근에 장기하 씨가 쓴 책을 직접 선물받아서 그거 먼저 읽어보려고요. 내 생각도 중요하지만, 이제는 누군가의 생각도 들여다보는 시간을 가져야겠다고 생각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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