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llo, 헬스] 코로나 덮친 겨울..깊어지는 노인 우울증, 해법은

권오용 2020. 11. 24. 0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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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인 우울증을 정상 노화 과정으로 오해하는 경우 많아, 방치 시 치매나 자살로 이어질 수 있어, 조기 진단 및 치료가 최선

직장인 김민국(49, 가명)씨는 요즘 지인들을 만나면 부모의 우울증 검사를 적극적으로 권한다. 지난 여름 혼자 사는 80세 어머니의 경험 때문이다. 당시 김씨의 어머니는 밤에 한숨도 못 자는 불면증과 함께 과거에 했던 일을 기억하지 못하는 증상을 보였다. 더구나 식사도 제대로 못하면서 불안감이 커진 어머니는 매일같이 아들을 찾았다. 김씨는 ‘혹시 치매인가’ 하고 놀라 병원에서 검사를 받았다. 결과는 다행스럽게 치매는 아니었다. 대신 우울증 진단을 받았다. 김씨는 “노인 우울증이 본격적으로 시작되는 단계였다”며 “바로 약물치료를 시작했는데, 지금은 식사도 잘하시고, 잠도 잘 주무시고, 표정도 밝아지셨다”고 말했다.

코로나에 겨울까지 엄습…노인 우울증 '비상'

코로나19 3차 대유행에 바깥 활동이 어려운 겨울이 본격적으로 시작되면서 노인 우울증이 더 깊어질 수 있어 우려된다.

코로나19 사태로 남녀노소 불문하고 우울증(코로나 블루)을 겪고 있다. 그중에서도 노인층은 고위험군에 속한다. 코로나19 감염 우려에 가족 및 사회 생활이 청·중년층보다 크게 줄면서 더 큰 고립감과 외로움 등 정신적인 어려움을 겪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전남 완도군이 지난 5월 경로당 이용 노인 3982명을 대상으로 우울증 검사를 한 결과, 절반이 넘는 53.8%(2140명)가 우울증 증상을 보였다. 이들은 평소 자주 방문하던 경로당, 노인 대학 등의 운영이 중단되면서 느낀 무료함과 외로움이 우울증으로 이어진 것으로 보인다.

서울성모병원 정신건강의학과의 강동우 교수는 “노인은 코로나19 감염에 대한 불안·두려움이 커서 다른 연령층보다 강하게 외부 접촉 제한과 고립된 생활을 한다”며 “이런 상태가 장기화하면 우울 발생 가능성이 높다. 실제로 이런 이유로 병원을 찾는 노인 환자가 증가하고 있다”고 말했다.

혼자 사는 독거노인의 우울증은 더욱 위험하다. 이들은 우울증이 있어도 병원에 갈 생각조차 못 하는 경우가 많다. 노인 우울증은 제때 치료하지 않고 방치하면 치매나 극단적 선택으로 이어질 수 있다.

강 교수는 “노년기에 우울 증상이 심화할 경우 짧은 여생을 떠올리며 자살 사고에 보다 취약하게 되는 경향이 있다”고 했다.

노인 우울증을 막기 위해서는 조기 진단과 치료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강 교수는 “환자나 보호자가 우울증 증상을 정상 노화 과정으로 보고 방치하는 경우가 많다”며 “조기에 진단하고 치료하면 건강한 노년기를 가꾸어 나갈 수 있다”고 말했다.

다음은 강동우 교수와의 노인 우울증과 관련한 일문일답이다.

-코로나19로 인한 우울증이 사회적으로 문제다. 특히 젊은 층보다 고립도가 높은 노인의 우울증이 더 심각해 보인다.

“노인은 코로나19 감염으로 인해 수명 단축 및 노년기 병환 발생에 대한 불안·두려움을 보다 강하게 경험한다. 이 때문에 외부와의 접촉을 보다 제한하게 되고, 고립된 상태에서 지내게 되며, 이 같은 상태가 장기화될 경우 우울 발생의 가능성이 커진다. 실제 이런 이유로 병원을 방문하는 노년기 우울 및 불안장애 환자가 증가하고 있다.”

-노인 우울증은 치매 검사를 하다가 발견되는 경우가 많다는데.

“치매의 대표적인 증상은 기억력을 포함한 인지 기능의 저하이지만, 신경 퇴행의 과정에서 우울이 노년기에 발생 및 진행되는 경우가 많다. 노년기 우울은 젊은 성인기의 우울증과 뇌에서 생물학적 발병 과정에 차이가 있으며, 인지 저하 증상과 종합적으로 평가하는 것이 중요하다.”

-노인 우울증과 치매를 혼동하는 경우가 많다. 어떤 점이 비슷하고, 다른가.

“치매가 동반되지 않은 노인 우울증의 경우 우울 증상으로 인해 2차적으로 인지 효율이 저하됨으로써 인지 저하가 동반된다. 이 경우 우울 증상이 호전되면 인지 저하도 함께 호전되는 경우가 많다. 또 우울 증상으로 인해 인지 저하가 동반된 경우 본인의 인지 저하 증상을 주변에 보다 강하게 호소하는 경향이 있다. 치매를 유발하는 알츠하이머병과 같은 신경 퇴행성 질환으로 인해 우울증이 동반 발생하는 경우, 인지 저하 증상이 노출되는 것에 대해 꺼리는 경향이 높다. 또 우울 증상이 회복된 뒤에도 인지 저하가 지속한다.“

우울증 심하면 자살도…약물치료 부작용·중독성 거의 없어

-대표적인 증상은.

“노인 우울증은 젊은 성인기 우울증보다 불안·초조의 증상이 동반되는 비율이 높으며, 신체적 증상(통증·심계항진·소화불량 등)이 동반돼 나타나는 비율 또한 높다. 또 노년기에 우울 증상이 심화할 경우 짧은 여생을 떠올리며 자살 사고에 보다 취약하게 되는 경향이 있다.”

-치료하면 완치된다고 하는데…

“노년기는 신체적·사회적 기능 상실이 연달아 발생하는 시기이기 때문에 지속적으로 우울 증상을 심화시킬 수 있는 유발 요인들이 산재해 있다. 특정 기간에 우울 증상이 치료 후 회복되어도 이후에 새로운 유발 요인에 의해 증상이 재발할 수 있다. 우울 증상을 특정 기간에 완치하고 끝낸다는 접근 방법보다는 우울한 기분이 발생하더라도 대처할 수 있는 적응 방식을 터득하는 것이 중요하다. 또 신경 퇴행성 질환으로 인해 우울증상이 동반 발생한 경우 지속적인 치료를 요하는 비율이 보다 높다.“

-치료는 어떻게 하나.

“약물치료 및 지지적 면담 치료, 인지행동치료 등을 시행하며, 동반된 치매에 대한 평가 및 치료를 시행하게 된다.”

-노인 우울증약은 정신이 멍해지거나 잠이 계속 온다거나 하는 부작용은 없나. 계속 먹어야 하는 중독성에 대한 우려도 있다. “노인 우울증 약제는 노년기의 동반 질환(심혈관 질환·대사성 질환·암 등)을 고려해 해당 질환에 유해한 영향을 미치지 않는 약제 위주로 사용한다. 노인의 경우 약물 대사 기능 저하가 동반된 경우가 많기 때문에 이에 대한 정확한 평가 및 약물 용량의 적절한 조절이 이루어진 상태에서 처방될 경우 부작용 경험 없이 복약 지속 가능하다. 대부분의 항우울제는 중독성이 없으며, 중독성 또는 의존성이 발생 가능한 항불안제의 경우도 전문의 처방 하에 용량 및 복약 기간을 통제할 경우 중독성 및 의존성이 발생하는 경우가 거의 없다.“

환자·보호자, 정상 노화 과정으로 착각…증상 의심 즉시 병원으로

-환자나 보호자가 가장 많이 오해하거나 잘못 알고 있는 것은. “환자 스스로나 보호자가 우울증 증상과 함께 동반되는 인지 기능 저하 등에 대해 정상 노화 과정으로 생각해 방치하는 경우가 많다. 노년기에도 노년기의 인생사 변화에 부합하는 적절한 기분 경험이 충분히 가능하다. 신경 퇴행성 질환으로 인한 인지 저하가 동반된 경우에도 최근 조기 진단 및 치료로 관리가 가능하기 때문에 우울 및 인지 변화가 관찰될 경우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의 평가 및 치료를 조기에 시행하는 것이 중요하다.“

-부모의 우울증이 걱정되는 자식들이 가장 우선적이고 적극적으로 해야 할 일은.

“부모의 우울 증상이 부모의 일상생활, 즉 가정 내 생활, 사회생활 등을 저해하는 강도인지를 확인하는 것이 중요하다. 또 우울 증상이 1회성 또는 간헐적으로 발생하는 것이 아닌 지속적으로, 악화하는 경과로 진행하는 것은 아닌지 확인하는 것이 중요하다.

-마지막으로 당부하고 싶은 것은.

“노인 우울증과 이에 동반되는 치매와 같은 신경 퇴행성 질환을 조기에 진단하고 치료하면서 건강한 노년기를 가꾸어 나갈 수 있다. 증상이 의심될 때에는 주저하지 말고 병원을 방문하도록 해주세요.”

권오용 기자 kwon.ohy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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