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떨어져 있는 낙엽 하나로도 이야기하는 게 예술"

은평시민신문 2020. 11. 23. 18: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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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참여예술 프로젝트 진행 중인 문해주 작가

[은평시민신문]

 문해주 작가 (사진: 최영교)
ⓒ 은평시민신문
코로나19로 인해 예술인들의 삶은 더욱 위태로워졌다. 시각예술, 연극, 무용, 클래식 및 전통 공연 등 전시 및 공연예술 분야뿐만 아니라 문학, 독립영화, 대중문화 등 전 영역의 피해가 극심하다. 지난 7일 김예지 국민의힘 의원이 문화체육관광부로부터 제출받은 '코로나19 관련 문화예술 분야 피해 추정 자료'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8월까지 예술인들이 받은 고용피해는 1260억 원에 달했다.

불안 속에서도 자신의 자리를 지키고 있는 은평구의 예술인들을 만나 재난 전과 후 삶을 물었다. 이번에는 참여예술 프로젝트와 예술교육을 하고 있는 문해주 작가를 만나 인터뷰를 나누었다. 

- 안녕하세요 반갑습니다. 오늘 인터뷰는 은평구, 여성 예술가, 코로나 이렇게 세 가지 이슈를 가지고 이야기 나누겠습니다. 우선 현재 어떤 일을 하고 계신지 소개 부탁드립니다. 
"설치미술, 참여예술 프로젝트와 예술교육을 하고 있습니다. 사람과 사람 사이, 사람과 사물 사이, 지역과 공간 사이에 이루어지는 관계에서 작품이 이뤄지는 것 같아요. 사람에게 관심이 많고 질문하기를 좋아해서 사람에게 영감을 많이 받아요. 개인작업도 하면서 사람들과 함께하는 협업작업과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으며, 예술 교육 같은 경우도 참여자들과 예술가가 함께 할 수 있는 예술에 관심을 가지고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 좀 더 구체적으로 설명을 해 주신다면요?
"지금 현재 코로나로 현장에서 많이 바뀐 것은 아무래도 접촉의 변화겠지요. 하자센터에서 진행하고 있는 '[온라인 쌍방향 활동형 워크숍, 하자 ON] 나W당신' 이라는 프로젝트도 서유진 작가와 함께 온라인에서 진행하고 있습니다.

이것을 기획하고 실현하면서 지금까지 청소년 600명 정도 온라인으로 만났어요. 청소년들이 학교도 동아리 활동도 못 나가고 저 또한 어디 못 나가고 전시와 여러 프로젝트가 취소되는 상태였어요. 이런 어려운 시기에 유일하게 만난 대상이 청소년이었고 오히려 그들을 통해 저 또한 위로를 받았습니다. 온라인에서도 충분히 소통이 가능하다는 것을 알게 됐죠."
 
 2015-2020 하자센터 청소년 예술강사 활동
ⓒ 은평시민신문
- 청소년들이랑 어떤 프로그램을 하신 건가요.
"고민이 많았던 지점이라면 물질적인 작업을 많이 하는데 온라인에서는 물질을 만지며 감각하는 예술 활동이 어려웠어요. 오히려 다시 온라인 구조 안에서 어떻게 만날 것인지를 연구했죠. 카메라를 가지고 만나는 놀이 형식의 예술, 현대미술을 보면서 퀴즈를 풀기도 하는 예술 놀이를 통해 자신 이야기를 이끌어내는 놀이를 했어요. 카메라를 서서히 켤 수 있는 놀이를 하면서 청소년들 스스로 자신을 오픈하는 기회가 된 것이죠."

- 청소년들을 대상으로 예술교육을 하고 계신데 특별한 매력이 있으신가요?
"하자센터의 경우 지난 5년간 프로그램을 진행해온 영등포라는 지역에 있는데요. 영등포라는 지역은 다른 영감을 주는 지역이기도 하고 이 곳에서 수많은 청소년들을 만났죠. 올해는 온라인으로 작업실에서 만나고 있어요.

사실 예술 교육으로서 청소년을 만나오고 있지만 제가 오히려 청소년들에게 많이 배우고 와요. 청소년들이 힘들 수 있는 그 시기에 고민들이 있어요. 그 고민들이 예술가와 닮아있는 구조도 있고 하자센터에서 청소년을 대상으로 예술 강사를 하고 있으니까 아무래도 다른 연령층에 비해 영감을 많이 받죠. 참여예술 프로젝트도 마찬가지이지만 참여자들과 예술로 가까이에서 호흡할 수 있다는 것이 포인트인 것 같아요. 예술을 매개로 작업의 연장선으로서 청소년 예술교육에 임하고 있어요."

- 앞서 코로나 시대 이후 오히려 온라인을 통한 예술교육의 가능성에 대해서 언급해주셨어요. 좀 더 예술가 개인 측면에서 예술을 보여주는 방식의 변화에 대해 묻고 싶습니다. 
"코로나로 인해 예술 측면에서 영향 받은 것은 어떤 사람들을 만나서 뭔가를 많이 했었는데 어느 공간을 정하고 약속한 시간에 가서 만나는 방식이 줌만 켜만 서로의 공간과 시간 속에서 만난다는 거잖아요.

얼마 전 '제5회 국제예술교육실천가대회'가 열렸었는데 전 세계 문화예술가들이 예술교육의 가치와 역할, 가능성 등을 함께 모색하는 교류의 장이었어요. 처음에는 오프라인으로 진행하기로 했는데 여차저차한 과정을 거쳐 결국에는 온라인으로 만났는데 여러 나라에서 참여해 똑같은 주제를 두고 자신이 어떻게 실천하고 어떤 방향으로 이뤄지는지 워크숍까지 이뤄지고 발제도 진행됐어요. 

그 분들을 만나면서 제 기존 사고가 깨졌던 것 같아요. 지역이라고 해서 저는 지금까지 영등포, 은평, 서대문, 성북에서 작업을 했었는데 지역을 넘어서 전 세계적으로 프로젝트를 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직접적으로 경험했고, 이것을 계기로 온라인으로 할 수 있는 프로젝트를 추진할 수 있지 않을까, 라는 생각을 해요."

- 거주하고 있는 지역과 활동하는 지역 사이에 차이가 있다면 어떤 것일까요. 은평구에 남다른 애정이 생긴 이유가 있으신지요.
"부산에서 태어나서 대학을 서울에서 다니느라 예술가로서 활동을 하면서 떠돌이처럼 살았습니다. 그래서 내가 살아가는 공간과 다른 지역을 바라볼 때 다양한 관점에서 보는 것 같아요. 서울에서 살면서 5년 동안 쭉 산 곳은 은평구예요. 떠돌아다니며 잠깐씩 정착하며 자연을 느끼며 살기가 어려웠는데 은평구는 햇빛도 좋고 바람도 좋은 지역이랍니다. 자연스럽게 북한산 자락에 텃밭을 얻기도 했고요. 은평구는 마음의 쉼터에요. 다른 지역에서 열심히 예술 활동을 하고 은평구로 돌아오면 편안함을 느껴요."

- 그렇다면 은평구에서 거주와 동시에 예술 활동도 함께 하시면 더욱 좋지 않을까요.
"맞아요. 그에 대한 고민, 숙제가 항상 남아있습니다. 왜 난 은평구에서 뭔가를 못할까라는 생각에 대한 답변은 일단 아는 지인도 없다는 것이죠. 이렇게 은평구에서 살고 있는 홍희진씨를 만나서 뭔가 발견한 느낌이 들어요.

- 저도 학창시절을 모두 은평구에서 보내고 유학을 하고 돌아와서도 잠시 살다가 타지에서 활동하다가 육아문제로 다시 친정집인 은평구로 돌아와 살고 있죠. 지인 얘기를 하셨는데 예술 활동에 있어 동료가 굉장히 중요한 것을 저도 느낍니다. 동력을 얻는 그 지인은 어디에 계실까요. 소개해주실 수 있으신가요.
"문래동에서 예술가들이 모여서 2013년 <관계;대명사> 팀 (문해주, 서유진, 손민지, 한누리)을 만들었어요. 저희 팀은 우리 주변에서 마주하는 다양한 '관계'들을 예술로 연결하고 소통할 수 있는 참여예술프로젝트 작업을 주로하고 있습니다. 서로 각자의 작업을 하면서 또 함께 프로젝트를 하면서 영감을 주고받고 있습니다. 대표적인 작업으로 2015 서울문화재단에서 진행한 엉뚱한 사진관 프로젝트 작업으로 <3x4cm : 우리들의 초상>이예요. <3x4cm : 우리들의 초상>는 '뒷모습증명사진', '엉뚱한 이력서' 작업으로 사회 속에서 소외된 개인을 다시 재조명하고자 하였어요. 

이러한 팀원들과 인연이 만들어진 곳이 영등포구 문래동이라 제게는 남달라요. 성북구 같은 경우는 문인사기획전5 신동엽 <때는 와요> 기횐전에 참여했어요. 김학량, 문해주, 신정균, 홍장오 총 4인의 시각예술 작가들이 신동엽의 작품을 토대로 작업한 작품들을 전시했어요. 저는 참여하며 낙엽을 공중에 띄우는 작업을 했었는데 보셨는지 모르겠네요."

- 네. 보내주신 포트폴리오를 통해서 이미지로만 봤는데요. 한 눈에 세계지도로 보이더라고요. 이 예술가는 수명을 다하고 떨어져 말라비틀어진 죽음에 또 문구를 새겨 넣고 공중에 띄웠구나. 그 띄워놓은 낙엽들이 조명을 받아내어 벽에 그림자로서 세계지도를 맺히게 한다는 인상을 받았어요. 그래서 이것으로 말 걸기를 하고 싶었습니다. '문해주 작가에게 세계지도란?'
"세계지도를 보셨군요. 꼭 세계지도로서 보이려고 의도한 것은 아니에요. 떨어져 있는 낙엽 하나를 가지고 다양한 것을 발견하는 것이 굉장히 재밌었어요. 신동엽 시인이 걸었을 길을 걸으며 성북구라는 지역에서 주운 낙엽으로 다시 만든 작품이에요. 신동엽 시인의 작업을 이해하기에 앞서 그의 삶이 궁금했어요. 생전에 시인이 바라보았을 민중의 역사가 서린 대자연의 풍경과 그가 고민했을 그 당시 정치*사회적 상황들을 생각하며, 세계지도의 형상이 낙엽의 그림자로 표현됐어요."

- 은평구, 성북구에 이어 서대문구에서의 경험도 여쭤보고 싶습니다.
"서대문 같은 경우 홍제동에 2013년 <이방인프로젝트> 작업을 개인 프로젝트로 진행했어요. 홍제동은 저가 기억하는 고향 부산처럼 재개발을 아직 안했고 재래시장이 있고 골목길이 재밌는 곳이었어요. 거기서 만난 닷라인TV 공간과 큐레이터, 예술가들, 동네주민들과 지금까지도 함께 하고 있어요. 서울에 와서 유령처럼 떠돌아다니는 거주를 했었는데 그 공간에 가면 내가 걸었던 길도 있고 아는 사람도 있고 마음이 편하고 이러한 연결고리에서 작업으로 연장됩니다.

그래서 은평구에서도 활동을 하려고 고민을 하고 있던 중에 은평문화재단 연구등 파일럿 프로젝트를 제안하게 됐어요. 은평예술회관에서 일단 은평구에 사는 구민들의 생각을 모른다고 생각해서 그 분들의 생각을 알아내고 그 분들이 생각하는 예술에 대한 생각을 알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어떤 가족 구성인지도 알고 싶어서 우선적으로 가족 단위의 열명 이내로 인원으로 오프라인으로 가족의 관계를 예술로 연결하는 예술교육 프로그램을 진행할 계획이에요."

- 저도 타 지역에서의 활동이 은평구에서는 잘 펼쳐지지 않더라고요. 앞서 말씀하신 지인의 문제도 있겠지만 인프라의 문제도 있다고 봐요. 은평구 예술 정책에서 생각하는 예술에 대한 인지도나 정서도 영향을 준다고 생각을 하고요. 현재 하고 계신 프로젝트로 제일 힘들거나 곤란한 점은 무엇인가요.
"최근 작업으로서 영등포아트홀에서<해독>이라는 전시 작품 만들 때 힘들었는데요. 예술교육이나 협업 작업을 할 때 참여하는 개개인의 생각을 합치는 것을 굉장히 즐기는 편인데 이번의 경우는 제 개인 작업을 혼자 하다 보니 제 안의 여러 가지들과 싸우는 것이에요. 괴로웠다가도 깨달음을 찾으며 행복을 느끼는 일련의 반복 과정을 거쳐서 고통을 짜내서 나온 개인 작업이 있어요. 인간이 대단한 것이 그새 온라인에 능숙해졌다고 몸의 감각이 깨어나는 데 시간이 걸리는 경험을 하게 됐는데 이 지점이 힘들더라고요."
 
 동서간 거리 34.3km, 남북간 거리 33.6km, 낙엽, 장소 특성적 설치 (2019)
ⓒ 은평시민신문
- 다시 비대면 시대 얘기를 해볼게요. 예술가 개인으로서 비대면 시대가 되어 이점 혹은 단점이 있다면 말씀해주세요.
"사람의 육성처럼 호흡하고 직접적으로 느낄 수 있는 감각들을 온라인 화면이라는 구성 때문에 안 보여진다는 것은 계속 아쉽다는 생각이 들어요. 같이 느낄 수 있다는 것은 퍼포먼스이든 어떤 작업이든 또 다른 감각으로서 눈빛만 봐도 안다는 것인데 카메라에 가려진 듯 보이지 않는 부분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비대면 시대가 되어 더 많은 사람들을 만나면서 작업을 하는 것 같아서 사람이 이렇게나 변화에 잘 적응하는 생명체라는 생각도 들죠. 코로나가 발발하고 온라인 만남을 녹화한 영상본을 보니까 목 빠지게 카메라 앞으로 다가섰었는데 점차 자세를 수정하면서 변화한 것 같아요."

- 코로나 이전까지 예술 측면에서 보지 못하거나 인지하지 못한 것이 있다는 것에 동의하시나요. 그렇다면 어느 지점일까요.
"예술 활동을 하면 우선 만나야 된다는 키워드가 컸는데 하자센터에서 다년간 예술교육 수업을 하며 지금 느끼고 있는 것은 오히려 지금 이 시대가 예술을 필요로 하지 않은가라는 것이에요. 예술이라는 키워드로 사람들의 심리상태, 마음, 감정을 잘 들을 수 있지 않을까 소통할 수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강해졌죠. 코로나 때 예술을 통해 알아가는 것이 더욱 나에게도 중요해졌다라는 생각이 듭니다. 그간 예술에서 발견하지 못했던 것을 알게 되고 예술이 오히려 지금까지 해준 역할에 대해서 환기하게 되고, 예술가로서의 사회적 역할이 더욱 중요해졌다고 생각돼 책임감을 많이 느낍니다."

성별로 구분 짓는 질문으로서 여성 예술가에 대해 말하는 것에 대해 불편할 때가 있어요. 남성예술가로서 살아가는 것에 대해 묻지는 않잖아요. 육아와 연결지어 엄마와 예술가로서의 정체성 사이 어려움을 호소하기도 하지만 저는 그 부분을 부각해서 말하고 싶지는 않습니다만 '여성'이라는 키워드가 앞에 놓여있을 때 어떤 지점을 말씀해주실 수 있으실까요.  

누군가가 육아를 도와줄 수 없는 상황에 예술가로서 잘 살아갈 수 있을까라는 생각은 합니다. 결혼을 했고 자녀가 없는 상황이지만 주변의 상황들로 짐작할 수 있죠. 어머니라는 키워드로 작업을 했었는데요. 희생하는 삶을 너무나 많이 지켜보면서 나름의 삶을 살고 있죠."
 
 의자 프로젝트. (2019-2020)
ⓒ 은평시민신문
- 지금까지 실현하지 못한 프로젝트가 있으시면 말씀해주세요.
"뭔가 마음에 담아두는 성격이 아니라서 힘들다고 해도 그 지점을 보완하고 그것을 못해서 쌓인 걱정은 없어요. 앞으로 실현할 것을 말한다면 이제 개인전을 할 때가 된 것 같아요. 이번에 영등포아트홀에서 '의자 프로젝트' 작업의 연장으로 작업을 했어요. 의자라는 것이 개인의 신체 일부를 많이 닮기도 했고 한편으로는 일상에서 필요에 의해 사용되지만 부러지거나 필요가 없어지면 쉽게 버려지기도 하는 이 사물이 사람과 닮아있다는 생각이 들어요. 길거리에 보이는 이 사물에 대한 애착에 대한 지점, 바라보고 깨달으며 사물을 기록하는 작업을 작년부터 시작 했어요. 200개 넘는 의자 사진과 정확한 의자의 위치를 기록한 구글 '의자 지도'를 만들어 기록을 하고 있어요. 

이번 작업은 버려진 의자를 통해 '잘못된 만남'이라는 조형작품과 사진을 뚫어서 빛 드로잉으로 표현한 '비어있는 드로잉 시리즈 1~9' 사진 설치 작업과 '(실현)'이라는 제목의 영상 작업도 있어요. 이 작업을 하면서 저는 사실 이번 코로나로 인해서 흔들리는 공동체 관계들에 대해서 이야기 해보고 싶었는데 이 주제로 좀 더 작업을 이어 해보고 싶어요. 보이지 않는 사각지대에 대한 얘기를 이 의자 프로젝트를 통해서 진행할 생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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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글쓴이는 홍희진 (주)안테나 아트디렉터입니다. 이 기사는 은평시민신문에도 실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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