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식했다가 감염되면 문책..공무원 "왜 우리만? 가혹하다"

23일부터 공무원 등 공공부문 산하 직원에게 적용하는 특별 방역 지침을 놓고 공직 사회가 술렁이고 있다. 대면 모임·행사·회식 등을 했다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 19)에 감염되거나 전파한 공무원은 문책한다는 내용을 두고서다. “애꿎은 공무원에게만 책임을 묻는 건 가혹하다”는 의견과 “연말을 앞두고 느슨해진 경각심을 되살릴 기회”란 의견이 맞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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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책 가혹” vs “진작 했어야”

정부는 ▶직원 3분의 1 재택근무 ▶출근·점심 시간 분산 ▶출장 원칙적 금지 ▶대면 모임 자제 등 내용을 담은 ‘공공부문 방역 관리 강화 방안’을 23일부터 적용하기로 했다고 22일 밝혔다. 특별 방역지침에 따라 공공부문 내 예정된 모임이나 행사가 잇따라 취소됐다. 한 지자체 관계자는 “코로나 19의 전국적 확진자 증가로 지역 방역망을 강화하고 주민 동참을 끌어내기 위해 공직자들이 솔선해 사회적 거리두기를 더 강력하게 준수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직장인 익명 커뮤니티 ‘블라인드’에는 “특별 방역 지침을 어기면 문책한다는데 무섭다”는 공공부문 직장인의 글이 줄줄이 올라왔다. 한 공공기관 직원은 “이젠 코로나 19에 걸리면 죄인 되는 분위기라 오히려 더 쉬쉬할 것 같다”고 적었다. 여기에 한 공무원은 “증상이 있어도 웬만하면 검사 안 받으려고 하겠다”는 댓글을 달았다. 전북에서 일하는 20대 공무원은 “아무리 조심해도 코로나 19에 걸릴 수 있는데 공무원에게만 그러는 건 너무한 처사”라며 “지금도 검사 한 번만 받아도 소문이 쫙 퍼지는데 이런 지침은 역효과가 생길 것 같다”고 우려했다.
강화한 지침을 수긍하는 입장도 있었다. 서울교통공사에 다니는 30대 A씨는 “코로나 19 사태가 장기화하며 경계심이 느슨해진 분위기가 곳곳에 있었는데 이렇게라도 경각심을 주는 게 맞다”며 “지하철 내 마스크 착용을 매일 단속하는 입장에서 이런 방침은 진작 있었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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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 회사원 “우리도 회식 금지해달라”

일반 회사원 사이에선 “공공부문뿐만 아니라 민간에도 적용하는 강제 지침을 만들어달라”는 의견도 나왔다. 연말을 앞두고 송년회 등 모임·회식 약속이 늘어나고 있어서다. 경기도 광주시에 사는 30대 직장인 김모씨는 “회식하자고 한 사람을 우리도 문책해줬으면 좋겠다”며 “어쩔 수 없이 회식에 참석하는 분위기가 있다”고 털어놨다. 경기도 성남시에 있는 한 회사에 다니는 직장인 김모씨는 “이번 주말 워크숍이 예정돼있는데 그대로 강행한다고 한다”며 “공무원만 잡으면 무슨 소용이냐. 강력한 지침이 일괄 적용돼야 한다”고 말했다. 포털사이트 기사 댓글에도 “남편이 회식에 끌려다니는 거 보면 너무 불안하다” “회식이 안 된다고 하니 점심에 모인다. 이도 잡아달라”는 의견이 있었다.
전문가들은 보다 더 체계적이고 정교한 방역 지침을 마련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정기석 전 질병관리본부장(한림대성심병원 호흡기내과 교수)은 “공공부문에서 모임·행사를 무조건 막지 말고 업무상 편의를 위해서라도 참석 인원이나 실내 면적을 제한하는 보완책이 있어야 한다”며 “업무상 불가피한 만남은 징계에서 예외로 하는 등 공무원에게만 가혹한 규정을 다듬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채혜선 기자 chae.hyese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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