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회식했다가 감염되면 문책..공무원 "왜 우리만? 가혹하다"

채혜선 2020. 11. 23. 16: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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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일 서울 세종로 정부서울청사에서 공무원들이 점심을 먹기 위해 나서고 있다. 뉴스1

23일부터 공무원 등 공공부문 산하 직원에게 적용하는 특별 방역 지침을 놓고 공직 사회가 술렁이고 있다. 대면 모임·행사·회식 등을 했다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 19)에 감염되거나 전파한 공무원은 문책한다는 내용을 두고서다. “애꿎은 공무원에게만 책임을 묻는 건 가혹하다”는 의견과 “연말을 앞두고 느슨해진 경각심을 되살릴 기회”란 의견이 맞선다.


“문책 가혹” vs “진작 했어야”

23일 오전 경기도 수원시청 구내식당에서 코로나 19 예방을 위한 점심시간 시차 운영으로 좌석이 비어 있다. 뉴스1

정부는 ▶직원 3분의 1 재택근무 ▶출근·점심 시간 분산 ▶출장 원칙적 금지 ▶대면 모임 자제 등 내용을 담은 ‘공공부문 방역 관리 강화 방안’을 23일부터 적용하기로 했다고 22일 밝혔다. 특별 방역지침에 따라 공공부문 내 예정된 모임이나 행사가 잇따라 취소됐다. 한 지자체 관계자는 “코로나 19의 전국적 확진자 증가로 지역 방역망을 강화하고 주민 동참을 끌어내기 위해 공직자들이 솔선해 사회적 거리두기를 더 강력하게 준수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직장인 익명 커뮤니티 ‘블라인드’에는 “특별 방역 지침을 어기면 문책한다는데 무섭다”는 공공부문 직장인의 글이 줄줄이 올라왔다. 한 공공기관 직원은 “이젠 코로나 19에 걸리면 죄인 되는 분위기라 오히려 더 쉬쉬할 것 같다”고 적었다. 여기에 한 공무원은 “증상이 있어도 웬만하면 검사 안 받으려고 하겠다”는 댓글을 달았다. 전북에서 일하는 20대 공무원은 “아무리 조심해도 코로나 19에 걸릴 수 있는데 공무원에게만 그러는 건 너무한 처사”라며 “지금도 검사 한 번만 받아도 소문이 쫙 퍼지는데 이런 지침은 역효과가 생길 것 같다”고 우려했다.

강화한 지침을 수긍하는 입장도 있었다. 서울교통공사에 다니는 30대 A씨는 “코로나 19 사태가 장기화하며 경계심이 느슨해진 분위기가 곳곳에 있었는데 이렇게라도 경각심을 주는 게 맞다”며 “지하철 내 마스크 착용을 매일 단속하는 입장에서 이런 방침은 진작 있었어야 한다”고 말했다.


일반 회사원 “우리도 회식 금지해달라”

23일 경기도 수원시 팔달구 거리에 시민들의 경각심을 고취하는 현수막이 내걸려 있다. 뉴시스

일반 회사원 사이에선 “공공부문뿐만 아니라 민간에도 적용하는 강제 지침을 만들어달라”는 의견도 나왔다. 연말을 앞두고 송년회 등 모임·회식 약속이 늘어나고 있어서다. 경기도 광주시에 사는 30대 직장인 김모씨는 “회식하자고 한 사람을 우리도 문책해줬으면 좋겠다”며 “어쩔 수 없이 회식에 참석하는 분위기가 있다”고 털어놨다. 경기도 성남시에 있는 한 회사에 다니는 직장인 김모씨는 “이번 주말 워크숍이 예정돼있는데 그대로 강행한다고 한다”며 “공무원만 잡으면 무슨 소용이냐. 강력한 지침이 일괄 적용돼야 한다”고 말했다. 포털사이트 기사 댓글에도 “남편이 회식에 끌려다니는 거 보면 너무 불안하다” “회식이 안 된다고 하니 점심에 모인다. 이도 잡아달라”는 의견이 있었다.

전문가들은 보다 더 체계적이고 정교한 방역 지침을 마련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정기석 전 질병관리본부장(한림대성심병원 호흡기내과 교수)은 “공공부문에서 모임·행사를 무조건 막지 말고 업무상 편의를 위해서라도 참석 인원이나 실내 면적을 제한하는 보완책이 있어야 한다”며 “업무상 불가피한 만남은 징계에서 예외로 하는 등 공무원에게만 가혹한 규정을 다듬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채혜선 기자 chae.hyese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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