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TS세대보다 잘 뛰는 HOT세대 언니들
최하위 예상 뒤엎고 선두권 질주
베스트5 평균 32세, 한채진 36세
스피드로 안 되면 구력·경험으로
“100살은 아니라서 다행.”(이경은)
“내가 2월생 아니었으면 세 자릿수 찍을 뻔.”(김단비)
“이 언니가 나이가 좀 많아서.”(한채진)
여자 프로농구 인천 신한은행 한채진(36)·이경은(33)·김단비(30)를 23일 인천 도원체육관에서 만났다. “세 사람 나이를 합치면 99살”이라고 하자 이들은 웃으며 한마디씩 보탰다.
신한은행이 2020~21시즌 1라운드를 공동 선두(4승 2패)로 마쳤다. 우승 후보 우리은행도 꺾었다. 30대 베테랑이 돌풍을 이끌었다. 김수연(34), 김아름(26)까지 베스트 5 평균 연령은 31.8세다. 부산 BNK(23.6세)보다 7살 많다.
개막 전 꼴찌 후보로 꼽혔다. 올 시즌 외국인 선수제도가 폐지됐는데, 주전 센터 김연희가 부상으로 시즌 아웃됐다. 이경은은 “2018~19시즌 꼴찌였다. 지난 시즌 채진 언니, 수연 언니가 합류했다. 다들 오합지졸이 모였다고 했다. 외국인 선수가 세 번 바뀌었다. 결국 4위였다. 그런데 연희까지 다쳤다”고 상황을 토로했다. 그렇다고 더 물러날 순 없었다. 그는 “젊은 BNK를 스피드로 이길 수는 없다. 우리가 구력과 경험은 앞선다. (정상일) 감독님과 (노장 팀 상황에 맞춰) 잘 준비했다”고 말했다.
포워드 한채진은 리그 최고령인데, 평균 출전시간 1위(38분48초)다. 김단비는 “힘들어서 무릎 잡고 있는데, 채진 언니는 멀쩡하다. 언니가 더 늦게 은퇴할 것 같다”며 웃었다. 이경은도 “(임)영희 언니는 은퇴한 39살까지 풀타임을 뛰었다. 채진 언니도 타고난 체력에 노력, 약도 잘 챙겨 먹는다”고 거들었다.
한채진은 “나와 단비가 열심히 뛰니까 후배들이 따라올 수밖에 없다. 단비 한 마디에 다들 어떻게 움직일지 안다. 우린 다 같이 HOT 세대”라고 말했다. 듣고 있던 김단비는 “언니, 전 동방신기 세대예요”라고 맞받더니 “그래도 농구는 언니들과 비슷한 시대에 배웠다”고 한발 물러섰다.
수년간 부상으로 고생했던 포인트가드 이경은은 노련하게 팀을 이끈다. 또 결정적인 득점도 올린다. 무릎 연골이 마모돼 일주일에 한 번 주사를 맞으며 뛴다. 평균 신장이 작아 김단비가 파워포워드까지 보는 실정이다. 그래도 리그 득점 3위(평균 20점)다. 한채진은 “경은이는 독한 여자다. KDB 시절에는 탱크 같았다. 자기관리로 부상을 이겨냈다. 단비는 포지션을 바꿔 상대 에이스를 막는다. 힘들 텐데 잘 이겨낸다. 센터 수연이는 골 밑에서 궂은일을 해준다”고 칭찬했다.
신한은행은 2007년부터 6년 연속 통합우승했다. 한때 ‘레알 신한’으로 불렸다. 이경은은 “KDB에서 뛸 때인데, 110%를 다해도 이길 수 없는 팀이 신한이었다. 정선민, 하은주 언니 등 멤버가 막강했다”고 기억했다. 당시 영광의 주인공 김단비는 “그때로 돌아갈 수 없겠지만, 최선을 다한다”고 말했다.
22일 재개된 2라운드에서 KB가 단독 선두(5승 2패)로 치고 나갔다. 한채진은 “KB 박지수(1m96㎝)는 외국인 선수 같다. 지수가 있는 한 KB는 강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단비는 “코로나19로 관중이 10%만 입장하지만, 어쨌든 팬 앞에서 뛴다. 이기는 경기를 보여드릴 것”이라고 다짐했다.
인천=박린 기자 rpark7@joongang.co.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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