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전히 감동인 오빠 성시경

2020. 11. 23. 15: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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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언어를 배우고, 요리 자격증을 따고, SNS에서 라이브 방송을 한다. 그리고 맛있는 음식을 사람들과 나눠 먹는다. 데뷔 20주년을 맞은 가수 성시경이 자신의 세계를 확장하는 방법은 특별할 게 없다.
안경 30만원대 프라다 by 룩소티카. 반지 (왼쪽부터) 16만9천원, 9만8천원 모두 불레또. 터틀넥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화보 촬영에 연예인이 간식을 준비해 온 건 처음이었어요. 더군다나 이렇게 직접 구운 쿠키를 말이죠.

아무래도 쿠키 같은 거 가져오면 사람들이랑 금방 친해질 수 있고, 단 거 먹으면 기분도 좋아지잖아요. 쿠키는 얼마 전 제과 기능사 시험 보느라 두 번 구워보고 집에서는 처음 만들어봤어요. 사실 오늘 아침에 만들까 하다가, 어젯밤 10시에 만든 거예요. 쿠키는 하루 지나야 설탕 맛이 퍼져서 더 맛있거든요.

지금 라이브로 라디오 〈푸른밤, 그리고 성시경입니다〉 〈FM 음악도시 성시경입니다〉(이하 〈음악도시〉)를 듣는 기분이 들어 좋아요. 마지막으로 라디오 진행을 한 게 벌써 6년 전이죠.

그때 〈음악도시〉를 관두지 않았으면 지금까지 계속하고 있었을 거예요. 바보 같아서 뭔가 시작하면 잘 놓지 못하는 편이거든요. 당시엔 관둘 수밖에 없는 이유가 있어 그만뒀지만 그때는 정말 라디오를 좋아해서 했어요. 라디오는 지금도 너무 많은 분들이 하고 있고, 따뜻한 매체임은 분명해요. 제가 라디오를 할 때도, 라디오의 힘이 많이 빠졌을 때였지만, 세상이 바쁘게 돌아갈수록 라디오 같은 느린 매체가 필요하고, 문자보다는 손 편지가 좋다고 말했어요. 저의 한마디로 그때의 노력을 수포로 만들고 싶진 않지만, 세상은 너무 많이 변했어요. 어릴 때 공부했던 ‘문화 지체 현상’이 지금 일어나고 있다고 생각해요. 그때를 후회하진 않지만 지금은 별로 하고 싶지 않아요. 차라리 매일 라이브 방송을 켜거나 유튜브를 하겠어요. 저는 합리성을 추구하는 사람이에요. 한마디로 직거래가 가능한데, 굳이 유통사를 끼고 싶지 않은 거죠.

보이는 것뿐 아니라 실제로도 합리적이고 이성적인 것 같아요. 그럼에도 스스로 멍청하다 느낄 때가 있어요?

어릴 때 회사 계약 문제가 있었어요. 너무 여리고 의리만 찾다가 제대로 된 결정을 내리지 못했죠. 그런 면에선 비합리적인 편이에요. 그건 부모님 때문인 것 같아요. 의리에서 미덕을 찾으려 애썼죠. 술 좀 덜 마시고, 20대 때 제과 기능사 자격증도 따놓고, 중국어나 영어 공부도 바짝 더 해서 자격증도 따놓을걸 하는 마음이 있어요. 단지 자격증을 따는 게 의미가 있는 게 아니라, 그렇게 했다면 내 시야와 세상이 넓어지지 않았을까 싶죠. 그랬다면 만나는 사람도 달랐을 거고, 지금쯤 결혼했을지 누가 알겠어요?

지금이라도 제과 기능사 자격증을 따고, SNS도 시작했으니 점점 시야가 확장되고 있지 않아요?

예전을 돌아보면 내가 바보 같았다 느끼는 거고, 지금 바보냐고 묻는다면 그렇지 않아요. 이제 와서 하는 말인 거죠. 한번 더 생각하면 그때로 돌아가도 아마 똑같이 그랬을 거예요. 사실 저는 지금이 가장 재미있고, 뭔가 이치를 깨닫게 되는 나이 같아요. 그런데 점점 체력이 떨어져요. 게임을 할 수 있는 동전이 얼마 없어 조바심 나는 거죠.

현재 하고 있는 방송이 〈온앤오프〉를 포함해 4개예요. 20대들은 성시경을 가수보다는 방송인으로 인지하는 경우가 많죠.

〈배틀 트립〉 아저씨로 보죠. 하하. 그건 제 잘못 같아요. 너무 게을렀던 거죠. 〈월간 윤종신〉까지는 아니어도 계속 음악에 나를 걸쳐놨어야 했어요. 근데 공연이 워낙 잘되니까, 나는 뭔가 계속하고 있다 생각한 거죠. 해마다 큰 공연을 두 번씩 했고, 작년에는 공연을 50회 했으니까. 그러다 보니 관객 중에 10대가 점점 줄어들었어요. 사람들은 귀에 익숙한 걸 듣잖아요. “성시경 노래 나왔다!”가 돼야 하는데, “이 아저씨 가수네?”라는 식이 됐으니 반성해야죠.

셔츠 43만5천원 아워레가시 by 비이커. 안경 30만원대 프라다 by 룩소티카. 어깨에 두른 카디건, 팬츠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그래서 〈온앤오프〉 방송 초반에 집에서 음악 하는 모습을 많이 보여준 건가요?

그때 마침 한창 음반 제작을 열심히 하고 있을 때였고, 그 과정을 프로그램에 녹여도 좋겠단 생각은 했죠. 하지만 그 프로그램은 〈마녀사냥〉을 만든 정효민 PD가 연출했기 때문에 출연한 거예요. 효민 PD가 “형에 대한 오해가 너무 많은데 난 진짜 형을 잘 보여줄 수 있다”라고 하더라고요. 많은 관찰 예능이 있지만 억지로 할 필요도, 착한 척할 필요도 없이 자연스러운 저를 보여주면 된다면서요. 거기에 솔깃했어요.

그 프로그램을 보며 생활인 성시경에게 호감을 느끼는 사람이 많아요.

저에게 도움이 되는 프로그램은 맞는 것 같아요. 그런데 늘 얘기하지만 오해는 오해일 뿐이에요. 대중이 타당한 이유로 사람을 미워하는 경우는 별로 없어요. 그리고 그 미움의 이유나 오해가 사실이 아님을 밝힌다 해서 대중이 미안하다고 하지도 않죠. 그런 오해가 신경 쓰이고, 상처도 받지만 이성으로 이겨내려 해요. 어느 커뮤니티에선 저를 한남의 대표 주자로 표현하더라고요. 그런 여론을 만들어요. 재미있으니깐 그렇겠죠? 지금은 상관없어요. 난 잘 살고 있고, 그들이 뭐라고 한들 내가 방송을 못 하거나 내 팬들이 사라지는 게 아니니깐요. 그런데 요즘엔 너무 못된 사람이 많아 가만히 있으면 안 되겠단 생각도 해요. 제가 꽂히면 김가연 씨보다 더할걸요?

여전히 소개팅에서 “성시경 팬이다”라고 말하면 난색을 표하는 남자가 많아요.

저는 뭇 남자들에게 사랑받고 싶어 애가 탄 적이 없어요. 하하. 제 주변에 있는 남자들이 저를 얼마나 좋아하고 예뻐하는데요. 그게 중요하죠.

최근 SNS에서 성시경은 여자 연예인들이 운동하는 장면만 나오면 “무섭다”라고 말한다는 얘기가 떠돌았어요.

말이 되나요? 수많은 말 중에 섞인 한마디겠죠. 저는 반전이 있는 사람을 좋아해요. 근육질인 사람이 손 편지를 쓰고, 연약해 보이는데 에너제틱한 걸 해내는 사람을 볼 때 섹시함을 느껴요. 그런 제가 운동하는 여성을 두고 무섭다고 했다고요? 말도 안 돼.

가죽 코트 1백55만6천원 막시제이. 재킷 31만5천원, 팬츠 17만5천원 모두 인스턴트펑크. 안경 30만원대 프라다 by 룩소티카. 목걸이 29만8천원 불레또. 티셔츠, 양말, 슈즈, 벨트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본격적으로 예능에 진출한 계기가 된 프로그램이 〈마녀사냥〉이죠. 그동안 방송에서 했던 말 중에 실수라 여기거나 후회했던 발언은 없어요?

저를 가장 잘 이해하는 사람들은 라디오를 들었던 팬들이에요. 라디오는 편집을 할 수 없으니깐요. 가장 저다울 때죠. 하지만 TV는 다 편집이에요. 그래서 저를 아껴주는 좋은 PD를 만나길 바라는 수밖에 없어요. 물론 편집할 일 없게 조심하며 스님처럼 방송할 수도 있겠지만, 그러면 녹화 분위기가 좋진 않거든요. 그러니 저는 편집하는 사람들을 믿고 방송하는 거예요. ‘저 사람을 믿지 말았어야 했는데’라고 생각한 적은 있어도 방송에서 선을 벗어난 언행을 한 적은 없어요.

올해가 데뷔 20주년이었는데 생각보다 너무 조용하게 지나갔어요.

기념일보다 기념일이 아닌 날이 더 중요하다 생각해요. 평소에 잘하는 게 더 중요하죠. 20주년 공연을 못 한다는 사실보다 코로나19 때문에 모든 가수가 공연 자체를 못 하는 게 싫어요.

부를 때마다 빠짐없이 이입하게 되는 노래가 있어요?

대부분 옛날 노래죠. 장필순 누나의 ‘나의 외로움이 너를 부를 때’나 노영심 누나가 쓴 ‘당신은 참’, 조동익 선배님의 ‘향기로운 추억’ 같은 노래. 강승원 선배의 노래도 좋고요. 나의 깨달음, 단상, 고찰 등을 세련된 음악에 담아 읊어내는 거요. 그 여운이 대단히 오래가면서도 질문을 던지는 것 같아요.

〈코스모폴리탄〉 인스타 댓글로 받은 질문을 보니, 사람들은 여전히 성시경의 이상형을 궁금해하더군요.

그 질문을 몇 명 했는지가 중요해요. 하하. 사람 만날 기회를 많이 늘려야 할 것 같아요. 11월은 저에게 라마단 기간이라, 쑥과 마늘을 먹으며 더 멋있어져야죠. 데뷔 때만큼 살을 빼려 해요. 금주를 하고 있어 가능할 것 같아요. 그러고 나서 한번 만나보죠. 그래서 이상형은요? 말 잘 통하고 유머 코드 맞는 건 정말 중요해요. 누구나 콤플렉스가 있지만 그게 너무 심하지 않은 게 좋죠. 왠지 모르지만 꽂히는 사람이 있어요. 나이가 들어 잘 안 꽂히고, 겁이 나는 게 흠이지만.

연말을 어떻게 보낼 생각이에요?

늘 방송하거나 콘서트를 했는데 이번에는 지인들과 술 마시며 코지하게 보낼 것 같아요. 테이블 위에는 〈코스모폴리탄〉 12월호가 있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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