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화구 안에 물이 고이는 물영아리오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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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병철 기자]
지난 13일 금요일, 금요일에 오름 올라가는 표선에 사는 네 부부 모임인 금오름나그네가 물영아리오름에 올랐다. 금오름나그네는 서귀포시에서 노지탐험대에 뽑혀 지원을 받고 있다. 오늘은 우리의 활동을 취재한다고 해서 취재하기 쉬운 물영아리오름을 오르기로 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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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물영아리오름 입구에서 보는 물영아리오름은 펑퍼짐해서 둘레가 상당히 넓다. |
ⓒ 신병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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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물영아리오름 안내도 중잣성길안내지도인데 물영아리오름 탐방을 계획하는데 적합하다. |
ⓒ 신병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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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잣성길 중잣성과 거의 나란히 길이 나 있다. |
ⓒ 신병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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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물영아리오름전망대 중잣성길 중간에 있는 전망대에서 주변 오름들을 잘 살펴볼 수 있다. |
ⓒ 신병철 |
전망대에는 안내판에서 보이는 오름들을 사진과 함께 전시하고 있었다. 동쪽 성산일출봉 쪽의 전망이다. 오름 이름들이 모두 우리에게 낯익다. 우리는 신났다. 모르는 오름 이름이 거의 없다. 대부분 올라가 본 오름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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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물영아리오름 습지 물영아리오름 분화구는 물이 고여 있어 습지가 되었다. |
ⓒ 신병철 |
"어...형님, 반가워요."
"어...여긴 웬 일이여? 금요일마다 오름 간다더니, 이번엔 여기 왔나 보네."
마스크 쓰고 앞만 보고 가는 이웃 동네 형님을 만났다. 세상에, 여기서 만나다니, 코로나 시대이니 마주쳐 가는 사람들을 쳐다 볼 여유도 없다. 흘깃 본 모습을 알아보고 인삿말을 건넸다. 한 부부 빼고는 모두 아는 사람이었다. 저녁 식사를 함께 하자고 약속하고 헤어진다.
분화구 정상 한 곳에 도달했다. 아래에서 올라오는 계단길과 만났고, 그 길은 물이 고인 습지로 내려가는 길로 연결되었다. 안내판에 3분이면 습지, 즉 물이 고인 분화구에 도달한다고 했다.
아래로 내려간다. 넓직한 분화구가 보인다. 온갖 습지에 대한 해설을 담은 안내판이 즐비하다. 비가 안 온 지 오래 되어 습지는 거의 말랐다. 한 가운데 물이 조금 남아 있다. 물이 고였을 때 장관을 상상만 해 본다.
물영아리오름은 람사르습지로 선정되어 보호 대상이 되었다. 산 중에 조성된 습지여서 특이한 생태계가 형성되었고, 그래서 예사롭지 않은 생물들이 출현하고 있다. 맹꽁이를 비롯한 동물도 그렇고, 도꼬마리같은 식물도 그렇다. 그래서 사람이 다니는 탐방로는 모두 데크를 깔아 생태계를 보호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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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물영아리 둘레길 물영아리오름 아래자락 둘레길은 가을이 한껏 묻어 나는 들길이다. |
ⓒ 신병철 |
소몰이길을 걸으면 푸른목장 초원길이 나타나고, 그 길이 끝나면 또 소몰이길이 나타난다. 두 번째 소몰이길은 가을이 익어가고 있었다. 억새는 완전히 피어 하얗게 변했다. 단풍이 간혹 빨갛고 노랗게 물들어 제주도도 가을이 익어가고 있음을 알려주고 있다. 겨울이 가까워 와도 가을임을 느낄 수 없는 제주의 추래불사추(秋來不似秋)의 현장으로 여기가 딱이다 싶다.
둘레길을 따라 출발점으로 돌아간다. 물영아리오름보다 작은 도래오름 가까이 왔다. 도래오름궤가 표시가 되어 있어 찾아 보았으나, 출입이 금지되어 있다. 아래에서 보는 물영아리오름은 더 넓고 거대해 보였다.
이 오름 주변의 아름다운 경치 8가지를 수망팔경이라고 한다지만, 자주 올 수 없는 우리는 지금의 경치에 만족한다. 곧 출발점에 도달했다. 중앙계단길의 지루함에 질려 달갑지 않은 오름이었는데, 착각임을 알았다. 분화구 능선을 따라 한바퀴 도는 길이 없어 안타까웠으나, 중잣성길과 이어지는 아래자락 둘레길은 멋졌다.
예상치 못한 푸근함으로 흔쾌해진 우리는 표선에서 가장 맛깔스런 식당으로 가서 남자는 장어구이를, 여자는 갈비살구이를 먹다가 서로 바꾸어 먹고 이야기 호수에 빠지고 말았다. 즐거운 하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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