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에 태어난 얼룩한 그대, 참나무겨울가지나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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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헌 기자]
11월이면 단풍철도 막을 내리고 점차로 스산해지는 날씨에 맞춰 겨울나기를 준비해야 할 때다. 김장을 마치고 보일러를 살펴보고 동파 예방을 위해 수도를 점검해야 하는 계절. 혹독한 겨울을 피해 철새들이 남하하고 여러 생물들은 동면에 들어간다.
바로, 이 겨울 무렵에 깨어나 활동하는 곤충이 있다. 바로 자나방과에 속하는 '참나무겨울가지나방'이다. 다른 거의 모든 벌레들이 여름을 지나며 삶을 마감하지만, 몇 종류의 겨울자나방류는 지금이 성충으로 활동하는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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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참나무겨울가지나방 암놈 날개가 퇴화하여 날 수 없기에 페로몬을 방출하여 수컷을 유인한다. |
ⓒ 이상헌 |
우리나라 전역에 서식하므로 조금만 관심을 가진다면 어렵지않게 나풀대는 녀석들을 볼 수 있다. 개울물이 흐르는 산지의 데크나 화장실과 같은 인공 구조물의 벽면, 나무 껍질 위에서 발견할 수 있다. 한마디로 말해 계곡 주변이 삶의 터전이다. 한국곤충총목록에 수록된 우리나라 겨울자나방은 21종이다. 이 가운데 얼룩소 무늬를 가진 참나무겨울가지나방 암놈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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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참나무겨울가지나방 수컷 암놈과는 전혀 다른 모습이라 다른 종이라 착각하기 쉽다. |
ⓒ 이상헌 |
이름을 보고 짐작할 수 있듯이 애벌레 시절에 참나무잎을 먹고 자란다. 참고로 참나무라하면 갈참나무, 굴참나무, 떡갈나무, 상수리나무, 신갈나무, 졸참나무 등을 통틀어 말하는 것이다. 참나무 외에도 먹이식물이 여럿 있다. 때에 따라서는 벚나무류에서 대량 발생하는 경우도 왕왕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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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무의 갈라진 틈에 알을 슳어놓고 있는 참나무겨울가지나방 참나무류 뿐만 아니라 나무 데크 사이에도 알을 깐다. |
ⓒ 이상헌 |
필자와 같은 곤충 사진가에게 겨울은 쉬는 계절이 아니다. 오히려 헐벗은 나뭇가지를 헤치고 곤충들의 먹이식물이 되는 나무를 찾아두는 일로 바쁘다. 그래야 이듬해 해당 장소를 찾아가 그들의 생활사를 기록할 수 있기 때문이다. 때로는 일부러 눈밭을 찾기도 한다. 한겨울에 활동하는 눈각다귀를 보기 위해서다.
한편 겨울에서 이른 봄 사이에 필드에 나가보면 그 해에 어떤 곤충이 이상 증식하겠는지를 가늠할 수 있다. 생육조건이 맞아 떨어지면 종종 대량발생 하는데 몇 년 전에는 황다리독나방이 창궐하였었고 뒤를 이어 갈색여치, 작년에는 매미나방(집시나방)이 그러했다. 올해는 기록적인 수준을 보였는데 이미 작년에 그 전조가 보였다. 누런색 매미나방 알집이 유난히 눈에 띄었기 때문이다.
암컷은 자신의 털을 뽑아서 이렇게 폭신하고 보온 능력이 뛰어난 난괴를 만든다. 접착력이 뛰어나서 제거하기도 까다로운 편이다. 이 속에서 겨울을 나고 봄이 되면 수십에서 수백 마리의 애벌레가 나온다. 그렇기에 한번 대량 증식하면 2, 3년 정도는 그 위세가 지속된다.
언론의 속성상 사후 결과만을 다루지만 사전에 적절한 통제가 이루어지면 그 피해를 최소화 할 수 있다. 그러나 인력과 예산이 문제라서 쉽지 않은 일이다. 앞으로 발생할지도 모를 피해에 자원을 할당한다는 것은 지금과 같은 환경에서는 어려운 일이다. 여기에는 심리적 요인도 한몫 하지만 말이다.
아무튼, 올해도 벌레 사진가는 겨울 시즌을 맞이하여 필드에 나갈 준비를 착실하게 하고 있다. 이상 발생하는 종이 있는지 살펴본 뒤 그 소식을 전해두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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