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냥 안나오면 안되나요".. '조두순 방지법'에도 시민불안은 '여전'

조현지 2020. 11. 21. 05: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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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두순 최근 모습. 사진=SBS 시사 프로그램 ‘그것이 알고싶다’ 방송화면 캡처

[쿠키뉴스] 조현지 기자 =정치권의 잇단 대책에도 불안이 계속되고 있다. 미성년자 성폭행범 조두순(68)의 출소를 앞둔 안산 시민들의 이야기다.

조두순은 지난 2008년 12월 안산 단원구 한 교회 앞에서 초등학생을 납치해 성폭행하고 중상을 입혀 징역 12년을 선고받았다. 다음 달 13일 만기출소를 앞두고 있다.

조두순의 출소 소식이 전해지자 안산은 ‘패닉상태’에 빠졌다. 조두순이 “출소 후 안산으로 돌아가겠다”고 밝힌게 그 이유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로 우울감을 느낀다는 ‘코로나블루’에 빗댄 ‘조두순 블루’라는 말도 생겼다.

다른 지역 국민들의 반응도 다르지 않았다. 지난 9월 21일 쿠키뉴스의 의뢰로 여론조사기관 데이터리서치가 전국 만 18세 이상 성인 1000명에게 아동 성폭력범 등을 보호수용 시설에 격리하는 ‘보호수용법 제정’에 대해 의견을 물은 결과, 90.2%가 법 제정에 동의했다. 

이같은 여론에 정치권은 일사분란하게 움직였다. 법무부는 ▲조두순의 출소 직후 1대1 전자감독을 통한 24시간 밀착감시 ▲조두순 주거지 반경 1km 이내 여성안심구역 지정 ▲폐쇄회로(CCTV) 35개 추가 설치 등 안전 대책 강구에 나섰다. 또 조두순에 대해선 ▲피해자 접근 금지 ▲음주 금지 ▲아동시설 출입금지 ▲외출제한 등의 제재를 가하기로 했다.

안산시에는 내년 상반기까지 3622대인 관내 CCTV가 2배 늘어난다. 안면 인식 카메라도 30대를 도입해 도시정보센터가 조두순의 행동을 CCTV로 직접 감시한다. 또 군 경력자, 무도단증 보유자 등으로 구성된 ‘청원경찰’ 6명이 조두순의 주거지 등 범죄발생 우려지역을 24시간 순찰할 예정이다.

국회에서도 법개정을 통한 지원에 나섰다. 19일 국회 본회의에선 이른바 ‘조두순 방지법’ 중 하나인 ‘사법경찰법 개정안’이 통과됐다. 개정안은 전자장치 피부착자가 이를 훼손하거나 외출 제한, 피해자 접근금지 등 준수사항을 위반할 경우 사법경찰관이 즉시 대응에 나설 수 있는 내용을 담았다. 

다만 거주제한, 약물치료, 보호수용 등의 내용을 담은 다른 법안들은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법안소위에서 논의하기로 결정했다. 범죄자의 거주이전의 자유 등 ‘인권침해’ 우려가 있다는 지적 때문이다. 해당 법안들이 조두순의 출소 전까지 공표되려면 늦어도 이달 안에 법안소위에서 통과돼야한다.

그러나 다수의 조두순 방지대책에도 불구하고 시민 불안은 여전한 것으로 확인됐다. 대다수의 안산 시민들이 법의 그물망이 아무리 촘촘하더라도 ‘빈틈’은 생기기 마련이라며 정부의 대책에 대한 불신이 컸다.

안산에 거주하며 서울 소재의 대학으로 통학하는 대학생 A씨(22·여)는 “당장 학교 다니는 것부터 걱정이다. 학교 수업, 과제 때문에 주 3회는 지하철 막차를 타고 집에 들어오는데 내년부터는 부모님이 마중나오시기로 했다. 일이 발생하고 수습하는 건 소용이 없다. 사건이 발생할 여지를 절대 줘선 안되는데 24시간 감시, CCTV 같은 걸로 막아질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특히 ‘보호수용법’ 제정에 대한 의견이 많았다. 대학생 B씨(21)는 “솔직히 범죄의 무게에 비해 형량이 낮았다. 정부가 뭘 많이 한다는 건 알겠다. 그렇지만 재범에 대한 불안감은 여전하다. 범죄자가 마음만 먹는다면 감시에서 벗어나거나 사각지대를 활용하는 등의 방법으로 범죄가 또 일어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저렇게 많은 대책들 보다 차라리 보호수용법을 제정하는게 100배는 더 효과적이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최근 언론 보도를 통해 밝혀진 조두순의 행보가 불안감을 가중하는 요소가 되기도 했다. 안산에서 초등학생 자녀를 키우고 있는 C씨(35·여)는 “최근 ‘범죄를 저지른 기억이 없다’고 조두순이 말한 걸 보면 교도소 내에서 교화과정도 잘 거치지 못한 것 같다. 사회로 돌아올 충분한 준비가 덜 된 상태로 보인다”며 “맞벌이로 아이들 등하교를 함께하지 못해 불안하다. 부모님을 불러서 도와달라고 해야할 판”이라고 토로했다.

오랜 기간 동안 안산에 거주한 D씨(73·여)는 “조두순 때문에 안산이 ‘범죄의 도시’라는 이미지를 갖게 됐다. 그때나 지금이나 안산에 피해를 주고 있다”며 “나는 상관 없다. 근데 내 손녀들이 걱정이다. 왜 굳이 출소시켜서 시민들을 이렇게 불안하게 만드냐”고 분노했다.

한편 조두순이 안산으로 돌아오겠다는 의사를 밝히자 피해자와 가족은 안산을 떠나겠다고 밝혔다. 피해자 아버지는 지난 12일 “(가해자가 아닌) 피해자가 피해야 하는 상황을 만든 것에 관해 국가가 되돌아봐야 한다. 법적 대안이 없다고 말로만 할 게 아니라 대안을 마련해 줬어야 한다”고 격분했다.

hyeonzi@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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