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연예인들은 왜 자꾸 사라지는 걸까_라파엘의 한국살이 #42

김초혜 2020. 11. 20. 14: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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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서는 거의 매주 셀럽의 사과문을 보는 것 같다.
ⓒUnsplash

영국에서 셀럽이 스캔들로 인해 대중으로부터 완전히 외면받는 사례는 드물다. 사회적으로 용서받을 수 없는 심각한 범죄에 연루되어 확정판결을 받은 경우에만 사회적으로 매장당한다. 1970년대 록스타였지만 아동 성범죄를 저지른 게리 글리터, 유명 어린이 프로그램 진행자였지만 성범죄를 저지른 롤프 해리스, 영국 국민 MC였지만 알고 보니 450명을 성추행한 지미 새빌 등은 회복 불가능했다.

반면 한국 셀럽들의 갑작스러운 퇴장은 아주 흔하고 빈번하다. 유명세를 타다 하루아침에 스캔들에 휘말려 대중의 시선과 관심에서 사라진다.

1) 특정 미디어를 통해 데뷔한다

2) 점점 노출 빈도가 늘어나고 유명해진다.

3) 부정 이슈가 생긴다

4) 미디어는 논란을 부채질한다

5) 포털 검색어 순위에 오른다

6) 사실 확인이 되기도 전에 누리꾼의 비난 댓글이 쏟아진다

7) 당사자는 해당 논란에 대해 하루 이틀간 침묵한다

8) 대중은 당사자의 반응을 기다린다

9) 셀럽은 사과문을 올리고 활동 중단을 선언한다

10) 대중은 사건에 더 관심을 가지지 않고, 셀럽의 컴백 여부는 불투명해진다

ⓒUnsplash

사실 셀럽에게 있어서 스캔들은 숙명과 같은 거다. 유명세에 따라 차이가 있겠지만, 대중은 셀럽의 일거수일투족에 관심을 갖는다. 어디서 누구랑 뭘 했는지, 뭘 입는지, 뭘 좋아하는지 등등…. 이런 환경에서 셀럽의 부주의로 비롯된 작은 실수는 세상 밖으로 쉽게 알려지고 이슈가 된다.

영국의 경우 이렇다. 셀럽이 알코올 중독, 마약 남용, 불륜, 욕설, 폭행, 법 위반을 저지르는 것은 흔한 일이다. 이를 옹호한다는 뜻이 아니다. 당사자는 반성하거나, 재활치료를 받거나, 벌금을 내게 된다. 이런 과정 자체도 나중에는 미디어를 통해 ‘개과천선’ 여정으로 고백하며 이슈가 되기도 한다. 대중은 셀럽 역시 자신과 별반 다르지 않은 나약하고 불완전한 인간임을 확인하고, 이을 더 가깝고 친숙하게 여기기도 한다.

한국은 셀럽의 잘못에 대한 관용도가 남다르다. 대중은 셀럽의 잘못을 진단하는 검사, 배심원, 판사의 역할을 기꺼이 맡는다. 일단 대중의 심기를 건드리고 그들의 눈 밖에 나면 하루아침에 직업이 사라질 수도 있다. 한국은 셀럽에게 큰 기대와 가혹한 평가 기준을 들이민다.

「 한국 셀럽은 왜 빈번하게 사회적으로 매장되는 걸까? 」
우선 한국 사람들은 자신에 대한 기준도 높고 엄격하다. 현재보다 더 나은 모습을 추구하는 경향이 강하다. 외모, 학업, 지식, 직업, 주거지, 재산, 권력 등의 분야에서 본인의 위치에서 부족하다고 느끼는 부분을 끊임없이 채우려고 한다. 자기 자신에 대한 채찍질을 멈추는 순간 남보다 뒤처진다고 느낀다. 그러다 보니 현재의 자신은 기대하는 모습보다 항상 부족하고 초라하고 인정하거나 받아들일 수 없는 모습으로 여겨진다. 이런 자기 불만족은 아는 것도 많고 수입도 좋고 그만하면 괜찮은 삶을 살고 있다고 생각되는 내 주변 사람들에게서도 쉽게 발견할 수 있다.

이러이러한 부분을 개선해서 나아가다 보면 언젠가는 본인이 추구하는 모습에 근접해 있을 거라 생각하는 듯하다. 이런 잣대를 타인에게도 들이댄다.

ⓒUnsplash

셀럽은 종종 대중들이 기대하는 완벽한 모습에 근접했다고 여겨진다. 셀럽의 생활, 외모, 패션, 피부, 몸매, 인성, 지적 수준, 행동 등 많은 부분이 동경의 대상이 된다. 그러다 어느 순간 셀럽의 불완전한 모습이 보이면 그때부터 악몽이 시작된다. 셀럽이 대중의 모범이 되지 못하고 나처럼 불완전한 한 인간일 뿐이라면, 애초에 인기와 사랑을 받을 자격조차 없는 것으로 간주하는 것만 같다.

셀럽의 완벽함(혹은 특별함)은 착각이며 의도된 환상일 뿐이다. 대중은 자신이 걸었던 기대와 환상을 깨뜨린 ‘죄’를 셀럽에게 묻는 것이다. 나랑 다를 바 없는 인간이 대중의 사랑을 받고 그로 인해 경제적으로 성공하는 것. 또 남부럽지 않게 호화로운 삶을 사는 것에 불편함을 느끼는 거다.

한국 사람들은 좋은 대학, 연봉 높은 직장, 넓은 집을 향한 여정 속에서 기회의 문이 좁아지고 있다고 느낀다. 사회는 나의 실수를 봐주지 않는데…. 셀럽의 실수는 한순간일 뿐이니 봐주자고? 그들에게 컴백의 기회를 준다고? 터무니없고 말도 안 되는 거다.

자신을 쉽게 사랑할 수 없는 개인, 셀럽의 자격은 공인으로서 타인의 모범이 되는 것이라는 신념, 그리고 셀럽의 불완전한 모습은 공존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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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살이 10년 차, 영국에서 온 남자 라파엘 라시드가 쓰는 한국 이야기는 매주 금요일에 업데이트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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