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복절 집회 탓이라는 서울시..전문가 "그럴거면 우한 탓해라"
서울시가 최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가 급증한 원인으로 지난 8월 광화문 집회를 지목해 논란이 일고 있다. 지난 주말 민주노총 도심 집회나 지난달 말 핼러윈 데이와의 연관성에는 선을 그으면서 석 달 전 보수단체의 광화문 집회를 언급한 것이다. 일각에선 정치적 판단을 내린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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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 “8·15 집회 잔존 감염이 영향”
문제가 된 발언은 19일 서울시 브리핑에서 나왔다. 박유미 서울시 시민건강국장은 ‘8월 중순 이후부터의 발생 상황과 지금의 차이가 무엇이냐’는 질문에 “최근 양상은 집단감염보다는 일상생활에서 소규모ㆍ다발적으로 발생하는 것이 큰 차이”라고 답했다. 그러면서 “8·15 (집회) 등으로 확진자가 많이 발생했을 때 지역 사회에 꽤 많이 잔존 감염을 시켜놨고 이 잔존 감염이 최근 발생하고 있는 집단감염으로 이어졌다”고 덧붙였다.
또한 박 국장은 “핼러윈이나 주말 도심 집회와의 연관성은 나타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그는 “확진자들의 GPS를 분석한 결과 연관성이 없었고 최근 확진자가 60세 이상 고령층에서 많다는 점을 고려하면 실질적으로 연관이 있다고 보기 힘든 상황”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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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거슬러 올라가면 중국 우한 탓해야”
전문가들은 그동안 방역 고삐가 느슨해질 때마다 여러 곳에서 집단 감염이 발생했는데 굳이 3개월 전 특정 집단을 거론하는 건 방역 실무 책임자로서 적절치 않은 태도라고 비판했다. 김우주 고대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집회뿐 아니라 교회와 콜센터, 물류센터, 클럽 등 다양한 집단 감염 발생지가 있었고 이것이 잔존 감염원이 됐다. 어느 한 모임만이 확진자 급증의 원인이라고 핀셋 지적하는 건 편협한 사고”라고 말했다. 또 “그렇게 따지면 중국 우한에 먼저 잘못을 물어야 한다. 1000만 인구의 방역 실무 책임자로서 시민들의 단합과 연대를 끌어내야 하는데, 이런 프레임을 잡는 건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김신우 경북대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무증상 감염 여파가 그때부터 있었다는 말 같은데 그것보다는 최근 시민들의 활동 영역이 늘어나고 거리두기가 많이 느슨해진 경향이 더 클 것”이라고 분석했다. 김 교수는 “너무 오래전 일보다는 최근의 사건들이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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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확산세 억제됐다”며 거리두기 완화한 정부는?
일각에선 지난달 거리두기 조치를 1단계로 완화한 정부가 이제 와서 책임 떠넘기기를 한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앞서 정부는 지난달 12일 “확산세가 억제되고 있다”며 1단계로 거리두기를 완화해 시기상조라는 지적을 받았다. 이에 한 SNS 이용자는 “확산세가 억제되고 있다며 거리두기를 완화할 땐 언제고, 지금 와서 잔존 감염이 있었다고 한다”고 말했다. 또 다른 이용자는 “코로나 잠복기가 3개월은 안 가지 않나? 8월 것을 아직도 핑계 대는데 그동안은 왜 잠잠했던 거냐”고 반문했다.
한편 논란이 커지자 서울시는 19일 오후 “광복절 집회 때문에 최근 확진자가 늘었단 뜻은 아니었다”고 해명했다. 서울시는 “8, 9월 집단감염의 특징을 설명하기 위해 8ㆍ15 집회를 예시로 든 것이다. 당시 집단감염 여파로 찾아내지 못한 무증상 감염자들이 지역사회에 남아 있다는 취지였다”고 설명했다.
이우림 기자 yi.wool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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