앰비규어스댄스컴퍼니의 이상하고 아름다운 춤

2020. 11. 20. 14: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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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아지경의 '흥'을 그저 '카타르시스'라 옮기기엔, 이 무용수들의 몸짓에는 언어로 못다 담는 힘이 있다. 누적 유튜브 조회 수 3억 뷰를 넘어서며 세계를 매료시킨 앰비규어스댄스컴퍼니의 이상하고 아름다운 춤.
(왼쪽부터, 유동인)셔츠 가격미정 s.t.듀퐁. 니트 베스트, 팬츠, 슈즈 모두 가격미정 프라다. 선글라스 가격미정 오프화이트. (조혜원)재킷, 스커트 모두 가격미정 프라다. 니트 톱 가격미정 몽클레르 그레노블. 부츠 가격미정 포츠 1961. (장경민)롱 코트 1백78만원, 셔츠 47만원 모두 피망. 니트 베스트 가격미정 마크 제이콥스. 팬츠 가격미정 닐바렛. 부츠 가격미정 프라다. (이혜상)니트 베스트, 슬리브리스 셔츠, 스커트 모두 가격미정 프라다. 워머 가격미정 1 몽클레르 JW 앤더슨. 선글라스 29만8천원 렉토. (박시한)재킷 96만원 피망. 셔츠 가격미정 프라다. 팬츠 가격미정 엠포리오 아르마니. 선글라스 가격미정 오프화이트. 슈즈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김보람)니트 톱, 셔츠, 팬츠 모두 가격미정 프라다. 선글라스 가격미정 오프화이트. 스니커즈 가격미정 유니페어. (권령은)셔츠 가격미정 마쥬. 터틀넥, 스커트 모두 가격미정 아크리스.

앰비규어스댄스컴퍼니(이하 ‘앰비규어스’)가 출연한 한국관광공사 광고 시리즈의 누적 유튜브 조회 수가 3억 뷰를 넘어서며 세계적인 화제를 모았어요.

공연이 매진되는 걸 보면 살다 보니 별일이 다 있다 싶어요. 한국관광공사 광고를 촬영하느라 강릉, 전주, 부산 등 많은 도시를 방문했는데, 한국에 이렇게 아름다운 곳이 많은지 몰랐어요. 촬영하는 건 힘들었지만 그 도시를 여행하는 기분이 들어 좋더라고요.

장르에 얽매이지 않는 춤을 춘다는 평이 많아요. 그런데 무용을 잘 모르는 사람의 시선으로는 장르가 그렇게 중요한가 싶기도 해요. 현대무용도 방송 댄스도 아닌 듣도 보도 못 한 스타일이 팀의 매력이기도 하잖아요.

물리학에서 말하는 불확정성원리를 좋아하는데요, 경계라는 개념도 좀 더 세밀하게 들어가보면 애매해지기 마련이에요. 사람들은 어떤 개념을 각기 다른 장르로 구분하곤 하지만, 그 속성은 결국 연결돼 있다고 생각해요. 처음엔 저희 스스로도 우리 팀이 하는 작업이 ‘무용’이라고 단정하기 어려웠지만 다행히 무용계에서 거부감을 느끼기보다는 새로운 시도로 봐주셔서 여기까지 온 것 같아요. 사실 규정할 수 없는 존재로 사는 느낌은 익숙해요. 하하. 가끔은 춤뿐만 아니라 어느 곳에서도 잘 적응하지 못하는 저를 발견하곤 하거든요.

서울편 영상에 활용된 작품 〈피버〉는 ‘범 내려온다’ 춤으로 불리며 인기를 끌었죠. 안무 튜토리얼도 유행이라 저도 직접 춰봤는데, 몸이 불편하고 어색한 동작이 가득했어요. “어려울 거라 생각했는데 상세히 보니 더 확실하게 어려운 춤이란 걸 알겠네요”라는 ‘베댓’처럼 팔과 다리 마디마디를 다 움직여야 하는 고난도의 춤이더라고요.

몸으로 만들어낼 수 있는 동작은 무한하다고 생각해요. 가능한 다양한 움직임을 추구하며 시도하다 보니 조금 어려운 동작이 나오는 게 아닐까 해요. 그 와중에 자신의 몸과 딱 맞는 동작을 만나기도 한답니다. 기본기가 탄탄하고 수준 높은 춤을 춰야 하는 것은 무용가에겐 당연한 책임이고요.

퍼 코트, 레더 셔츠 모두 가격미정 우영미. 트루퍼 해트 가격미정 위크엔드 막스마라. 선글라스 가격미정 오프화이트.

그런 이질적인 요소가 특유의 ‘이상한’ 매력을 완성하는 것 같아요. 안무 동작이 워낙 ‘빡세서’ 레퍼토리를 마친 무용수가 실신하다시피 하는 영상도 있던데, 그렇게 어렵게 안무를 짜면 무용수들이 볼멘소리 안 해요?

항상 무용수들에게 미안한 마음이에요. 제가 안무를 좀 더 잘 만드는 사람이었다면 쉽고 편안하면서 관객이 감동할 수 있는 가성비 좋은 안무를 짤 수 있을 텐데…. 저는 정말 곡소리가 나올 정도로 힘든 안무밖에 못 짜는 사람인 것 같아요. 하하.

거의 모든 공연에서 선글라스를 껴요. 눈과 표정을 숨기지 않고 드러낸다면 오히려 감정을 표현하는 데 용이하지 않을까요?

눈은 이미 언어로서 많은 역할을 하고 있어요. 몸(춤)은 아직 언어로서 부족한 부분이 많고요. 둘 다 보인다면 관객은 더 쉽게 이해할 수 있는 눈의 언어에 좀 더 집중하게 된다고 생각해요. 선글라스는 관객의 시선을 눈이나 얼굴, 표정이 아닌 몸에 집중시키려는 의도에서 쓰기 시작했는데 이제 저희 팀의 시그너처가 됐어요.

광고에 쓰인 BGM인 이날치의 ‘범 내려온다’ 역시 앰비규어스 하면 생각나는 시그너처가 됐죠. 이날치의 레트로 판소리 사운드를 움직임으로 표현했듯, 안무 협업을 해보고 싶은 음악 혹은 뮤지션이 있다면요?

어떤 음악의 안무를 만들든 그 음악가와 협업을 하는 기분이 들어요. 예를 들어 모차르트 음악의 안무를 짰을 때는 내가 음악 하나하나를 표현하는 과정을 그에게 보여주고 있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죠. 어렸을 때 백업 댄서로 활동하면서 방송 댄스와 스트리트 댄스를 많이 췄어요. 여전히 그런 춤을 좋아하지만 개인의 취미와 취향으로만 남아 있죠. 작업은 무용수들과 함께 만들어가는 부분이 더 크니까요.

국악을 접목한 밴드 이날치와 협업이 크게 알려진 까닭에, 전통 무용단으로 오해하는 사람도 있죠. 한국관광공사 홍보 영상 시리즈의 각 편마다 다른 레퍼토리를 보여줬듯, 정말 다양한 작품을 선보이는 현대무용단인데 말예요.

이번에 〈기가막힌 흥〉이라는 새 레퍼토리도 발표해요. 기존 무용수들과 특별히 초빙한 게스트 댄서(박시한, 권령은, 조혜원)와 함께 출연하는 작품인데요, 다들 기가 막히게 잘해서 저도 기가 막히게 춤춰보려고 노력한 작품이에요. 참고로 이 레퍼토리는 무당이 신굿을 할 때 자신이 사라지고 영이 들어오는 순간을 모티브로 구상했으니 흥 넘치고 즐겁게 관람하시면 좋겠어요. 어쩌면 잠들지도 모르지만요. 하하.

모든 의상 본인 소장품(〈기가막힌 흥〉 레퍼토리 이상).

〈기가막힌 흥〉의 안무에 사용했다고 소개한 테크닉 중 ‘오버하기’, ‘필 내기’, ‘못해도 잘하는 척하기’, ‘간지내기’ 등이 포함돼 있어요. 춤에서 제일 중요한 건 ‘느낌’이라는 말로 들리기도 하는데요?

춤은 느낌보다 ‘확신’이라고 생각해요. 추상적인 것을 표현할 때 자기 확신이 없으면 추상적으로 끝나버릴 수도 있거든요. ‘잘하는 척’이라는 테크닉에 정답이 있진 않아요. 무용수들 각자 ‘잘하는’ 몸짓을 보여달라고 해석하길 기대했을 뿐이죠. 저 역시 여전히 ‘잘하는 게’, ‘잘 추는 게’ 뭔지 모르는걸요.

〈피버〉에서 현대의 아디다스 운동복에 조선 시대 장군 모자를 믹스매치하는 식의 패션 센스가 돋보였다면, 〈기가막힌 흥〉은 1980년대 테크노풍 ‘츄리닝’을 선보여요. 공연 의상을 선택할 때 중요한 기준은 뭐예요?

춤추기 편한 의상이 뭔지 생각해보면 콘셉트가 딱 나와요. 이번에는 그게 ‘연습복’이었고요. 이 작품은 정말 끝내주게 멋진 춤이 필요했고, 그러려면 항상 입는 연습복이 가장 춤추기 좋은 의상이라 생각했어요. 우리 팀의 스타일은 멋지게 입는 게 중요해요. 다른 사람의 시선과는 무관하게 스스로 인정하는 멋이오.

앰비규어스의 인기 덕에 현대무용에 대한 관심도 높아진 것 같아요. 여전히 무용극을 어렵게 생각하는 사람이 많은데, 보다 보면 ‘보는 눈’이 생긴다고 하잖아요. 이런 포인트에 집중하면 공연을 더 재밌게 즐길 수 있다라는 팁이 있다면요?

공연을 보다 잠이 들었다면 푹 잔 기분을 느낄 수 있을 거예요. 저 또한 무용을 처음 배우고 공연을 보러 다닐 때 정말 많이 잤는데, 개운하게 숙면한 기분이 들었거든요.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계속해서 보러 다니는 거예요. 그럼 다음에는 더 푹 잘 수도 있거든요. 하하.

(왼쪽부터, 이혜상) 니트 카디건 34만8천원 낸시부. 터틀넥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조혜원)니트 톱, 스카프 모두 가격미정 위크엔드 막스마라. (권령은)보디슈트 가격미정 미우미우. 터틀넥 가격미정 푸시버튼.

광고 출연 이후 인터뷰 요청이 쇄도하는데, 불가피하게 반복적인 질문을 많이 받았더라고요. 직접 앰비규어스의 인터뷰어가 된다면 뭘 물어보고 싶나요?

춤을 추면서 가장 어려운 부분이 뭐냐고 묻고 싶어요. 어쩌면 이 일이 아무런 의미가 없을 거라는 생각이 들면서도 계속 연습할 때 힘들다는 생각을 종종 하거든요.

십수 년을 포기하지 않고 안무가로 활동하면서 “모든 사람이 다 춤추면서 살았으면 좋겠다”라는 말을 자주 했어요. 자신을 표현하고 몸을 움직인다는 것, 혹은 춤을 춘다는 것의 본질은 뭘까요?

심장이 뛰고 있다면 춤추고 있는 게 확실해요. 혹시나 회사에 다니고 있다면 춤추고 있는 것이 확실해요. 혹시나 방구석을 굴러다니고 있다면 춤추고 있는 것이 확실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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