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대출 올해 종료" 美 경제수장 정면충돌

정현진 2020. 11. 20. 1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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므누신, 19일 파월에 서한.."일부 대출 예정대로 연말 종료"
Fed "모든 긴급 자원 지속해야"..'사실상 반대'
스티븐 므누신 미국 재무부 장관과 제롬 파월 Fed 의장 [이미지출처=로이터연합뉴스]

[아시아경제 정현진 기자] 스티븐 므누신 미국 재무부 장관과 제롬 파월 연방준비제도(Fed) 의장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에 따른 경제 타격을 막기 위해 도입된 긴급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대출 프로그램 연장 여부를 놓고 정면충돌했다. 므누신 장관이 코로나19 재확산에 따른 경기침체 우려에도 불구하고 일부 프로그램을 올해 말 중단하기로 결정하자 파월 의장을 비롯한 Fed가 즉각 반대 입장을 나타낸 것이다.

대출프로그램이 재무부 방침대로 중단될 경우 재도입이 어려워져 조 바이든 차기 행정부의 코로나19 경기대응이 더욱 곤경에 처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19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 등에 따르면 므누신 장관은 이날 파월 의장에게 서한을 보내 재무부와 Fed가 공동으로 진행하고 있는 일부 대출프로그램을 예정대로 12월31일에 중단하고 이들 프로그램에 투입된 자금 가운데 남은 부분을 돌려줄 것을 요청했다. 연장을 하지 않겠다고 한 대출은 메인스트리트대출, 기간자산담보부증권매입(TABSLF), 지자체유동성창구(MLF), 발행시장 기업신용기구(PMCCF) 등이다.

므누신 장관은 이 프로그램들이 "목표를 충분히 달성했다"면서 "은행이 기업과 지자체, 비영리 단체의 대출 수요를 맞출 능력이 있다"고 설명했다. 앞서 의회는 지난 3월 이들 프로그램에 4550억달러(약 506조8000억원)를 투입하기로 결정한 바 있다. 의회를 통해 이 가운데 남은 자금을 재배치해 필요한 곳에 쓰겠다는 설명이다.

다만 기업어음(CP) 매입기구, 프라이머리딜러대출, 머니마켓뮤추얼유동성창구(MMLF), 급여보호프로그램(PPP)에 대해선 만기일인 12월31일 이후 90일 연장하자고 제안했다. 일부 신용이 취약한 부분을 지킬 필요가 있다는 판단인 것으로 보인다.

Fed는 곧바로 실망감을 드러냈다. Fed는 성명에서 "Fed는 코로나19 기간 중 어렵고 취약한 경제에 안전장치로 중요한 역할을 하기 위해 도입된 모든 긴급 자원들을 지속적으로 활용해야 한다고 본다"며 므누신 장관 서한에 불만을 나타냈다. 이틀 전인 지난 17일 파월 의장이 긴급 대출 프로그램 등을 종료할 적절한 때가 아니라고 본다고 한 것을 감안하면 므누신 장관이 일부 대출을 중단하겠다고 한 것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내놓은 것으로 풀이된다. 당시 파월 의장은 "적절한 때가 온다면 우리는 그 도구들을 치울 것"이라면서 "아직 그 시점이 오지 않았고 조만간 올 것으로 보이진 않는다"고 했다.

다만 므누신 장관이 연장과 중단을 요구한 대출프로그램들은 재무부와 Fed가 공동으로 진행한 만큼 둘 가운데 한 쪽이 단독으로 진행할 수 있는 것은 없다. 또 Fed에 요청한 자금 반환과 사용처 재할당 등은 Fed의 동의 없이 재무부가 단독으로 진행하는 것이 불가능하다.

재무부의 이 같은 요청에 현지 언론들은 대규모 경기부양책을 추진하고 있는 바이든 차기 행정부에 부담을 줄 수 있다는 해석을 내놓고 있다. Fed가 미사용 자금을 재무부에 돌려줄 경우 차기 행정부와 민주당은 대출프로그램을 다시 시작하는 등 이를 다시 경기 부양에 활용할 수는 없게 된다. 뉴욕타임스(NYT)는 "경기부양을 다시 시작하려는 차기 재무부 장관의 입지가 좁아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기존에 있던 지원마저 사라질 것이라는 우려에 시장은 불확실성이 한층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금융자문회사 에버코어 ISI의 크리슈나 구하 부회장은 시장에서 안전장치를 빼는 것은 항상 어려운 일이었으며 지금 이를 하는 건 위험하다고 봤다. 그는 "운이 있다면 결국 심각한 타격 없이 넘어가겠지만 운이 없다면 엄청난 비용을 치르면서 끝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시장에서는 Fed가 경기 침체에 대응하기 위해 다음 달 중 장기채 매입 확대 발표를 할 가능성도 염두에 두고 있다고 외신들은 전했다. 데이비드 베셀 브루킹스연구소 허친스센터 센터장은 "과거에도 (경제수장 간) 의견충돌은 있었지만 대개 공개적으로 이를 보이진 않았다"면서 이번 일이 이례적인 일이라고 지적했다.

의회에서는 경기부양책 논의가 재개될 기미가 보이기 시작했다. 이날 상하원 원내대표 보좌진들이 한자리에 모여 경기부양책 논의에 대해 의견을 교환했다. 이후 척 슈머 상원 민주당 원내대표는 미치 매코널 상원 공화당 원내대표가 실무진 단계의 협상을 진행하는 데 동의했다고 밝혔다. 아직 의견차는 남아 있지만 교착상태에 놓여있던 협상이 재개될 것으로 풀이된다.

정현진 기자 jhj48@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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