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점] 연예인의 전시회, '가십'으로만 치부할 수 있나

박정선 2020. 11. 20. 0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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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영남, 대작 논란 있지만 1973년부터 개인적 열어
하정우, 나얼, 솔비 등도 개인전 열고 꾸준한 활동
작품 자체 인정받는 경우 드물지만, 긍정적 시각도 늘어나
ⓒ블랙핑크 제니 SNS

“연예인이라서 원망스러울 때도 많았다”


많은 연예인들이 이른바 ‘아트테이너’(아트와 엔터테이너의 합성어)라는 이름으로 본격적으로 예술 활동을 펼치고 있다. 미술 전공자부터 비전공자까지 작가 스펙트럼도 다양하다. 다만 과거 연예인의 전시를 단순 ‘가십’으로 평가했던 때와는 달리, 이 역시 하나의 예술로 인정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대작 논란으로 시끄러운 이슈가 있지만, 1세대 아트테이너로는 조영남을 꼽는다. 조영남은 지난 1973년 첫 개인전을 연 이후 수십회의 개인전을 치렀고, 40년 넘게 작품 활동을 이어오고 있다. 2017년 1심 판결은 유죄였지만, 항소해 이듬해 나온 2심 판결은 무죄였다. 대법원 역시 최종 판결에서 ‘사법 자제’ 원칙을 강조하면서 2심 판단에 손을 들어줬다.


배우 하정우 역시 유명인이 그림들 발표한 것에 대해 ‘유명세로 실력도 안 되는 사람이 그림을 그리는 척 한다’는 부정적인 시선이 있었지만, 국내 H·art Gallery에서 개인전을 연 것을 시작으로 뉴욕, 홍콩 등지에서도 전시를 하면서 꾸준히 활동하고 있다. 나얼은 대학교와 대학원에서 순수 미술을 전공하면서 화가 유나얼로도 활동하고 있다. 여전히 작업과 전시를 이어오고 있다. 지난 4월에도 문래동에 전시장을 오픈, 벌써 10번째 개인전을 열었다.


방송에서 여러 차례 ‘아티스트 권지안’으로 소개된 가수 솔비는 2010년 치유 목적으로 미술을 시작한 것을 계기로 화가로 변신했다. 2012년 첫 개인전을 열었고, 2015년 음악과 미술을 결합한 ‘셀프 콜라보레이션’을 통해 독창적인 예술 세계를 보여주기도 했다. 현재까지도 화가로서 역량을 발휘하며 예술 활동을 펼치고 있다. 이밖에도 이혜영, 임하룡은 물론 최근 송민호와 류준열도 각각 그림이나 사진으로 전시회를 열고 있다.


다만 연예인의 작품이 그의 유명세를 넘어 작품 자체로 인정받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 특히 지드래곤의 전시회는 전형적인 ‘수익을 위한 전시회’라는 평가를 받은 사례로 남았다. 그는 2015년 6월 서울시립미술관에서 전시 ‘피스마이너스원’으로 논란을 일으킨 바 있다. 자신의 솔로 앨범과 동명인 전시는 현대미술가들과의 협업을 표방했지만, 정작 지드래곤 자신이 작가로서 보여준 결과물은 미흡했다는 평가다. 업계 관계자들은 당시 이런 상업적 전시가 미술적 담론을 형성하는 등 긍정적 역할을 할 수 있는지에 대한 강한 의문을 드러냈다.


하지만 최근 들어 연예인들의 예술 활동을 긍정적으로 보는 시각이 많아졌다. 한 관계자는 “연예인들의 예술 활동은 이전부터 있어왔고 대중 미술의 저변 확대라는 긍정적인 시선도 있었지만, 당연히 연예인들의 유명세를 이용해 ‘수익 사업’을 한다는 인식이 더 짙었던 것도 사실”이라면서 “하지만 최근에는 트렌드가 변하고, 대중의 인식에도 변화가 생기면서 연예인도 예술인으로 인정해주는 분위기가 형성되고 있는 것 같다”고 했다.


실제로 연예인들이 그림을 그리고, 사진을 찍으면서 자신의 개인 전시를 여는 건, 예술 장르 사이에 존재하는 공통적인 부분들 때문이다. 감정이나 생각을 음악이나, 연기로 표현했던 이들이 그 감정을 발현하는 매개체를 ‘그림’ 혹은 ‘사진’으로 바꿨을 뿐이다. 물론 미술을 전공한 이들도 있지만, 다수의 연예인들이 꼭 전공을 하지 않았더라도 자신의 표현의 수단으로서 그림을 활용할 수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이기도 하다.


특히 예나 지금이나, 미술계의 ‘대중화’는 늘 관심사였다. 때문에 자신이 좋아하는 유명인의 작품을 감상하면서 공감을 느낄 수 있고, 그로인해 미술에 대한 관심까지도 높일 수 있다는, 대중미술의 저변 확대라는 긍정적 측면은 미술계에서도 반기는 부분이다.


솔비는 한 자선 전시회에서 자신의 작품을 소개하면서 “연예인이라서 원망스러울 때도 많았다”면서도 “그렇지만 연예인이기 때문에 오늘 이 행사를 더 알리고 좋은 뜻을 함께 나눌 수 있고, 웃을 수 있고, 행복을 얻어가는 것 같다”고 말했다. 물론 실력이 배제된 개인의 이익을 위한 전시회는 지탄 받아야 마땅하지만, 이들의 미술 활동이 과연 ‘가십’으로만 치부될 행위인지는 다시금 생각해 봐야 할 것이다.

데일리안 박정선 기자 (composerjs@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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