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크레딧⑯] 모노트리 "작곡가들 업무 시스템 위해 퍼블리싱 설립"

류지윤 2020. 11. 20. 0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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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노트리

플레이리스트에서 음악은 누군가에게 위로를, 누군가에게는 공감과 기쁨을 선사한다. 이같은 노래 한 곡이 발표되기까지 보이지 않는 손들의 노력이 동반된다.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가수 외 프로듀서, A&R, 엔지니어, 앨범 아트 디자이너 등 작업실, 녹음실, 현장의 한 켠에서 노래가 나올 수 있도록 묵묵히 일하고 있는 사람들을 만나봤다.<편집자 주>


황현, 지하이(G-high), 이주형 세 작곡가는 2014년 12월, 프리랜서 생활을 접고 퍼블리싱 회사 모노트리를 설립했다. 당시만 해도 작곡가들이 활동하기 편하게 체계적으로 시스템이 잡혀있지 않았다. 경험을 통해 느껴왔던 고충 개선과 자신들은 물론, 후배 작곡가들이 더 편하게 일할 수 있는 환경의 필요성을 절실하게 느낀 것이 회사 설립의 발단이 됐다.


"이전에는 프로듀서팀이 형, 동생 개념으로 가거나 크루 개념으로 함께 했어요. 좋은 점도 있지만 나쁜 점도 있었죠. 하지만 활동하면서 그런걸 명료하게 정리할 수 있었으면 좋겠단 생각을 했어요. 또 음악을 잘하는데 사람을 낯설어하는 작곡가들이 많아서, 그런 친구들을 위한 에이전시 느낌으로 우리가 도움을 줄 수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죠. 쉽게 작곡가 매니지먼트라고 생각하시면 이해하기 편할 것 같아요."(황현)


처음 모노트리를 시작했을 때 이들의 목표는 해외진출이었다. 독일, 미국, 덴마크, 중국, 일본 등 다양한 나라에서 열리는 송캠프를 떠나 외국 가수에게 모노트리의 곡을 어필하고, 또 외국 작곡가들이 일하는 방법을 살피며 취할 것이 있다면 벤치마킹을 하려는 의도였다.


"5~6년 전에 해외 작가들과 작업했을 때는, 그들이 우리와 다른 음악적 성향이나 지점이 있다고 느꼈는데 어느 순간 그렇지 않더라고요. 해외 진출을 해보자고 마음을 먹었지만, 몇 나라 빼고는 케이팝 만한 다이내믹한 시장이 없더라고요. 해외에서도 모두가 케이팝 가수들에게 곡을 주고 싶어해요. 케이팝이 곧 세계화라는걸 체감했죠."(지하이)


"현재 케이팝은 국내 작곡가들이 필연적인 강세를 가질 수 밖에 없어요. 이유는 가사때문이죠. 외적으로는 케이팝을 더 잘 분석하는 해외작곡가들도 많아요. 그 정도로 해외에서 케이팝이 주류로 여겨지고 있죠."(황현)


6년 동안 도원결의해 모노트리를 운영해오고 있는 지금, 그들이 목표했던 회사 방향과 현재의 그림은 많이 달라졌다. 천상 작곡가였던 이들 역시 회사 운영은 처음이라 많은 시행착오를 겪었고 보완을 통해 지금은 안정적인 궤도에 올랐다. 하지만 단 한가지, 지금까지 고수하고 있는 방침은 후배들을 위한 지원사격이다.


"케이팝이 세계화 되어가는 과정에, 주먹구구식으로 일을 하는 상황을 개선하고 싶었어요. 작곡가들이 활동하며 손해보는 일도 많거든요. 새로 시작하는 후배들은 이런 환경에서 일하지 않길 바랐습니다."(이주형)


황현ⓒ모노트리

모노트리는 획일화를 지양하고 각자의 개성을 살린 나무로 큰 숲을 이루자는 뜻을 담고 있다. 황현, 지하이, 이주형 세 작곡가는 지향하는 음악은 물론, 회사 내 역할, 성격까지 모두 다르다. 회의 하면서 단 한 번도 만장일치가 없었다고 말하지만, 이는 반대로 상대방이 보지 못하는 영역을 짚어내 시야확보를 할 수 있는 장점이기도 하다. 이들은 서로가 다르기에 지금까지 모노트리를 이어올 수 있었다고 입을 모았다.


"셋이 회의만 해도 많이 싸워요.(웃음) 싸우는 포인트도 다 다르고요.그래도 셋이라 다행인 건 다수결로 일을 진행할 수 있다는 점입니다."(지하이)


경영과 회계를 맡아 회사의 큰 주축을 담당하고 있는 건 대표이사를 겸하고 있는 황현 작곡가다. 맡은 일을 꼼꼼하고 집요하게 처리하는 성격으로 회사의 살림을 도맡아하고 있다. 지하이 작곡가는 해외 비지니스 전담을 비롯해 저작권 관리, 모노트리 유튜브를 끌어가고 있다. 신인 작가 육성 및 발굴은 평소에도 사람을 잘 챙기는 성격의 이주형 작곡가의 몫이다. 그는 회사 이메일로 들어오는 작곡가 지망생들의 데모곡을 모두 듣고, 원석을 발견하는 일을 하고 있다.


"음악 잘하는 사람을 발굴 하는 일이 너무 재미있어요. 그런 분들은 얼마든지 모노트리에 문을 두드려주셨으면 합니다. 정말 모든 곡을 다 듣거든요."(이주형)


바쁜 일정으로 한 사람이 바쁠 때는 나머지 두 사람이 빈 자리를 채우는 형식이다. 서로를 잘 알고 공백을 채울 수 있다는 점이 모노트리의 강점이다.


"각자 분야에서 비지니스를 하긴 하는데 우리 셋도 천상 작곡가라 처음엔 힘들었어요. 그래도 각자 성향에 맞게 총대를 매는 역할을 맡고 업무 분담을 했죠. 운영을 하면서 작곡가 시장에 확실히 시스템이 필요한 일이란 걸 느끼고 있어요."


"만약 한 명이 모노트리를 운영했다면 절대 여기까지 못왔을 겁니다. 각자 상호보완이 되기 때문에 함께 할 수 있는거라고 생각해요. 운영도 하지만 저희의 음악도 만들어야 하기 때문에 스케줄이 일정하진 않아요. 제가 바쁠 때는 지하이 형과 주형이가 나눠서 자리를 채워주죠. 올해 제가 엠넷 '로드 투 킹덤' 때문에 많이 바빠서 회사를 제대로 돌 볼 수 없었죠. 이 때 지하이 형이 업무를 분담해줬어요."(황현)


지하이ⓒ모노트리

이제 이들의 각자 음악 스타일을 물었다. 각자의 음악 스타일을 본인이 말하지 않고 상대방의 입에서 설명될 수 있다는 것이 이들의 견고한 세월과 우정을 느끼게 만든다.


"스스로 일궈내는 것에서 동생이지만 현이를 존경합니다. 황현의 음악을 듣는 분들은 느끼실겁니다. 소스와 멜로디 가사 하나까지 디테일 해서 놀랄 때가 많아요. 황현의 음악은 멜로디 가사, 편곡 등 모든 것이 잘 어우러졌어요. 흉내내지 않는다는게 또 현이의 장점입니다."(지하이)


"지하이 형은 색깔이 확실해요. '힙하다'는 말 외에는 표현할 방법이 없어요. 남들이 유행이라고 하는 음악을 절대로 따라가지 않아요. 음악으로 돈을 버는 작곡가의 경우에는 대중이 좋아하는 음악을 하기 위해 상업적인 취향을 찾아듣기 마련인데 지하이 형은 시대를 앞선 음악들을 선호해요. 듣는 음악도 우리가 잘 모르는 숨은 아티스트의 노래고요. 음악 한 마디만 들어도 지하이 형이 만들었다는 걸 알 수 있죠."(황현)


"지하이 형을 멋있다고 생각하는게 저와 현이 형과 공동작업하는 사람은 피곤할 수 있어요. 정해진 대로 하는 편이거든요. 그런데 지하이 형 방에서 함께 작업한 사람은 행복하게 나와요. 트랙만 만들어놓고 탑라이너의 의도 안에서 가장 좋은 곡을 만들어내요."(이주형)


"주형이의 음악은 감성이 뛰어나요. 모든 곡에 자신의 마음을 담죠. 감성적으로 작곡을 해요. 또 멜로디나 코드 메이킹 좋기로도 유명하고요. 코드를 어렵게 쓰면서도 사람에게 닿을 수 있는 멜로디로 다가가죠. 밸런스가 좋은 작곡가입니다. 현이가 이과 감성이라면 주형이는 문과 감성이죠."(지하이)


황현 작곡가는 음악을 만들 때 메시지를 중요하게 여겼고, 지하이 작곡가는 자신 만의 색깔, 이주형 작곡가는 공감이라고 밝혔다.


"메시지가 가장 중요하다고 말하는 이유는, 제 노래를 부르는 가수가 잘 되기 위함입니다. 제 개인의 메시지를 넣을거라면 제 앨범을 내겠죠. 저는 가수에게 노래를 넘기는 순간 제 곡이 아닌 그 가수의 노래라고 생각해요. 그리고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가 있어야 노래가 생명력을 가지고 오래가는 것 같아요."(황현)


"대중 작곡가기 때문에 대중성을 가져가야 하지만, 자기 색깔을 자신있게 내놓을 수 있는 것도 중요합니다. 곡 의뢰 레퍼런스가 오더라도 그걸 내 식대로 표현할 수 있는 능력과 과감함이 필요해요. 그게 굳이 많이 쓰이는 스타일이 아닐지라도 스스로에게 새로운 도전이 될 수 있거든요."(지하이)


"저는 일상을 곡에 녹이려고 합니다. 같이 작업하거나 지인들의 일상을 물어보고 그걸로 가사를 써요. 뻔한 이야기일 수 있지만, 뻔한 이야기에 많은 사람들이 공감을 하니까요. 대신 음악적으로는 전형적이지 않으려고 노력해요. 특이한 소재를 고민해봤지만 저와는 안맞는 것 같아요."(이주형)


이주형ⓒ모노트리

지난 4월, 모노트리는 가수 제작으로 영역을 넓혔다. 적재의 기획음원 '타투'와 싱어송라이터 옐로의 음반을 제작했다. 이외에도 티셔츠 만드는 굿즈 사업도 병행하고 있다. 회사 운영을 하며 다음에는 무엇을 할 것인지 기대를 갖게 만드는 물음표를 가져가려 한다.


"옐로는 저희 회사 첫 아티스트입니다. 아이돌 스타일은 제작 기반이 마련되지 않았고, 아티스트가 조금 더 하고 싶은 이야기를 할 수 있도록 서포팅에 초점을 맞췄습니다. 회사의 영역을 조금씩 늘려가고 있는데, 앞으로도 이런 것들을 꾸준히 할 수 있는 회사가 됐으면 좋겠어요."(황현)


황현 작곡가는 모노트리의 색깔을 묻는 질문에 "원히트 원더는 없을 회사"라고 말했다. 무조건 팔리기 위한 곡을 만드는 것이 아닌, 오래 할 수 있는 음악을 만들고 제작할 것이라는 각오가 담겨있는 말이었다.


"지금 아이돌 노래를 많이 하고 있는데 나중에 나이를 먹어도 첫사랑 이야기를 계속 할 수 있는 음악을 하고 싶습니다."(황현)


"어떤 아이돌이 됐던, 제 색깔을 더해서 시너지가 날 수 있는 곡을 만드는 작곡가로 남고 싶습니다."(지하이)


"아이돌, 발라드 구분 짓지 않고 저와 함께한 사람들이 결과물에 만족할 수 있는 노래를 만들고 싶어요. 혼자 하는 음악이 아닌 모두가 공감하는 음악을 만들 예정입니다."(이주형)


마지막으로 이들은 모노트리에 데모곡을 보내는 작곡가 지망생들을 위한 중요한 팁을 건넸다.


"저희는 만듦새를 떠나 개인의 역량이 최대한 발휘된 완성품을 바랍니다. 한 부분만 뛰어나도 강점이 있다면 저희가 먼저 나서서 연락을 드립니다. 남에게 선보일 수 있는 퀄리티를 만드는 것도 능력으로 간주하니 데모곡을 보내기 전에 참고하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이주형)

데일리안 류지윤 기자 (yoozi44@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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