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지만 가장 위대한 사진 앨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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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만 해도 숨이 턱까지 차오릅니다.
그런 후, 흘린 땀방울이 비명을 지르는 듯한 셔터 소리를 내야만 이런 사진들을 찍을 수 있었을 겁니다.
20여 년 전, 마동욱이 수몰을 앞둔 고향을 담아낸 사진을 보며 느껴지는 첫인상은 서사적인 고향사랑과 서정적인 땀방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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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윤수 기자]
생각만 해도 숨이 턱까지 차오릅니다. 이마에는 땀방울이 송송 맺히고 등줄기에도 땀이 흘렀을 겁니다. 긴장한 뒷다리는 점점 팽팽해지고 가방을 둘러멘 어깨는 뻐근했을 게 분명합니다.
지금이야 드론이 있으니 적당한 곳에 편하게 자리 잡고 앉아 모니터 열심히 들여다보며 손가락만 민첩하게 잘 까딱 거리면 어렵지 않게 얻을 수 있는 사진이지만 그때는 그러지 못했을 거라는 걸 압니다.
동네 전체를 사진 한 장에 담아내려면 동구 밖까지 훤히 내려다보이는 산꼭대기까지 올라가야 했을 겁니다. 그런 후, 흘린 땀방울이 비명을 지르는 듯한 셔터 소리를 내야만 이런 사진들을 찍을 수 있었을 겁니다.
20여 년 전, 마동욱이 수몰을 앞둔 고향을 담아낸 사진을 보며 느껴지는 첫인상은 서사적인 고향사랑과 서정적인 땀방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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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눈빛사진가선 065 <아! 물에 잠긴 내 고향>(마동욱 사진집 / 발행처 눈빛출판사) |
ⓒ 눈빛출판사 |
수몰을 앞둔 마을에서 이어지고 있는 모습들은 실향민들이 품고 살아가야 할 아련한 그리움과 자연 파괴적인 갈등입니다. 개발과 보상, 이해관계를 달리하는 사람들 사이에서 벌어지는 모습은 갈등이고 분노입니다. 수몰을 앞둔 마을에서 벌어지고 있는 가지각색의 사건, 행사, 시위하는 모습 등은 그 시절 그 지역에서 비롯되고 있는 서사적 사건들을 갈무리하는 기록입니다.
그로부터 20여 년이 지난 지금, 다시 사진집을 출간하기 위해 그동안 촬영했던 필름을 찾아 유치면 일대 수몰지역의 모습을 사진으로 만나고 보니 당시 그때의 시간으로 돌아가 있는 느낌이다. 기억이 생생하다. 수십 년 정들었던 집이 포클레인으로 부서지는 모습을 보며 한없이 눈물에 젖어 눈물을 훔치던 노인들의 모습, 철거되는 집과 마을을 지켜보며 눈물을 훔치던 수몰민들의 모습이 자꾸만 떠오른다. -4쪽, '사진작가의 노트'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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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997년, 유치면의 날 행사 -책 23쪽- |
ⓒ 눈빛출판사 |
대개의 사람들이 거반 한두 개쯤은 갖고 있을 앨범에 비해 훨씬 얇거나 소박할 수도 있지만 이 사진집이 담고 있는 규모와 의미, 상징하는 바는 여느 앨범과는 견줄 수 없을 만큼 크고, 깊고, 무겁고, 넓을 겁니다. 그래서 필자는 감히 이 사진집을 작지반 가장 위대한 앨범, 서사적이고 서정적인 앨범이라고 정리합니다.
누군가에게는 그냥 사진일 수 있지만 실향민이 된 장흥군 유치면 사람들에게는 시간을 거스르게 하는 타임머신, 그때를 생생하게 기억하게 하는 서사적이고 서정적인 사진들이 될 것이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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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눈빛사진가선 065 <아! 물에 잠긴 내 고향>(마동욱 사진집 / 발행처 눈빛출판사 / 2020년 11월 11일 / 값 12,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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