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탁류청론]실효성있는 대책협의회부터 구성해야

정동훈 2020. 11. 19. 1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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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은 연이은 택배노동자의 과로사 소식에 안타까운 심정을 드러냈다.

지난달 CJ대한통운을 비롯한 한진ㆍ롯데 등 주요 택배업체들은 택배노동자의 과로사와 관련해서 국민들에게 사과하고, 이번달부터 분류작업 인력을 투입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택배노동자를 지지하고 응원해주시는 많은 국민 여러분의 노력으로 택배노동자 과로사에 대한 택배업체의 책임을 인정하게 만들고 정부의 대책도 이끌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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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세규 전국택배연대노조 교육선전국장

택배 주문하기 너무 죄송하고 미안해요.", "요즘 시대에 과로사라니... 어떻게 이런 일이.", "조금 늦게 받아도 되니까, 택배기사님들 처우 좀 개선시켜 주세요."

국민은 연이은 택배노동자의 과로사 소식에 안타까운 심정을 드러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로 힘겨운 나날을 보내왔던 국민은 '코로나의 숨은 영웅' 택배노동자의 죽음을 속절없이 지켜봐야 했다. 지난 12일 정부 관계부처 합동으로 '택배기사 과로방지 대책'이 발표됐다. 지난 추석기간 특별대책을 발표한 이후 말 그대로 종합대책을 마련한 것이다. 이번 대책은 5대 과제, 29개 항목한 달하는데, 그만큼 개선되어야할 환경이 많다는 것을 방증하고 있다.

뒤늦은 감은 없진 않지만 일단 정부의 노력은 긍정적이라고 본다. 특히 산재보험 적용ㆍ장시간 노동에 대한 사업주 조치의무 구체화ㆍ건강진단 실시 및 사후관리 등 일회성 이벤트가 아닌, 법과 제도를 통해 택배노동자의 열악한 환경을 개선하겠다고 밝힌 점은 주목할 만하다.

하지만 택배노동자 장시간 노동의 핵심원인으로 지목됐던 '분류작업' 개선문제를 포함해서, 주 5일제 실시ㆍ적정 수수료 보장 등 핵심 사안들은 여전히 노사 간 합의 속에 추진되어야 한다는 점에서 반쪽짜리 대책이라는 평가도 제기되고 있다.

지난달 CJ대한통운을 비롯한 한진ㆍ롯데 등 주요 택배업체들은 택배노동자의 과로사와 관련해서 국민들에게 사과하고, 이번달부터 분류작업 인력을 투입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여전히 분류작업 인력은 투입되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심지어 인력투입 비용을 택배노동자에게 전가하려는 움직임까지 일부에서 발생하기도 했다. 정부 대책이 한낱 종이 쪼가리로 전락하지 않기 위해선 정부만 앞세우고 여전히 뒤에 숨어있는 택배업체들을 앞으로 끌어내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정부 발표 중 '택배기사 과로방지대책 협의회'를 구성ㆍ운영하겠다는 것은 상당히 중요한 문제라고 볼 수 있다.

정부와 택배업체 그리고 택배노동자가 마주 앉아 분류작업 개선ㆍ주 5일제 실시ㆍ택배 가격 구조 개선 등 이견이 존재하고 민감한 문제들에 대해 논의해야 한다. 올해만 15명에 달하는 택배노동자가 과로사했지만 아직 택배업체들은 택배노동자를 자신의 직원으로 인정조차 하지 않고 대화 한 번 나눈 적이 없는 현실이다. 정부ㆍ택배업체ㆍ택배노동자 간의 협의기구를 통해 실행되지 않은 대책 100가지가 아닌, 실효성 있고 현실적인 대책 10가지를 내실있게 제출하는 것이 중요하다.

또한 현재 국회에 발의돼 있는 생활물류서비스산업법, 일명 택배법의 연내 제정 추진 역시 필수적이다. 택배 관련 법이 전혀 존재하지 않기 때문에 지금의 택배 현장은 무법천지와 다를 바 없고, 그속에서 온갖 갑질과 편법ㆍ꼼수가 난무하고 있다. 당연히 가장 약자인 택배노동자에게 모든 피해가 고스란히 전가되고 있다. 택배법 제정은 택배노동자의 과로사를 방지하고 열악한 노동환경을 개선하는 가장 기본적인 조치가 될 것이다.

택배노동자를 지지하고 응원해주시는 많은 국민 여러분의 노력으로 택배노동자 과로사에 대한 택배업체의 책임을 인정하게 만들고 정부의 대책도 이끌어냈다. 하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택배노동자의 실질적인 처우 개선이다. 택배노동자의 과로사는 코로나19로 예기치 못한 물량 증가도 한 요인이겠지만, 특수고용노동자로 아무런 법적 보호를 받지 못했던 택배노동자의 열악한 환경이 빚어낸 결과이기 때문이다. 이번 정부 대책 발표를 계기로 척박한 택배 현장에 새로운 새싹이 돋아나길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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