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컬 프리즘] 파주는 풀고, 연천은 막고..민통선 관광 기준이 뭔가

전익진 2020. 11. 19. 0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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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익진 사회2팀 기자

“우는 아이 젖 주기 식인가.” 경기도 최북단 연천군 주민들의 하소연이다. 연천군 민간인 출입통제선(민통선) 내는 아프리카돼지열병(ASF)에 이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지난해 10월부터 1년이 넘도록 생태 견학과 안보 관광이 전면 중단된 상태다. 하지만 같은 조건에 방문객 수도 몇배 많은 파주 민통선 관광은 부분적으로 지난달부터 시행되고 있다. 심지어 파주 임진강에는 곤돌라도 설치돼 운행 중이다. 이 때문에 연천 주민들은 상대적 박탈감을 토로하고 있다.

연천군 중면 횡산리 민통선 내 임진강 빙애여울은 세계적인 두루미 생태 명소다. 매년 겨울이면 귀한 겨울 철새인 두루미(천연기념물 제202호)와 재두루미(천연기념물 제203호) 600여 마리가 시베리아에서 날아와 겨울을 난다. 올해도 지난달 말부터 돌아오고 있다. 이곳은 지난 겨울에 이어 이번 겨울에도 공개되지 않고 있다. 망원경을 갖춘 탐조대가 마련된 인근 ‘임진강평화습지원’도 마찬가지다.

지난 2일 연천군 민통선 내 임진강 빙애여울 재두루미. [사진 이석우]

인근의 안보 관광지인 태풍전망대와 연천군이 조성한 예술전시장인 연강갤러리도 비어 있다. 1년이 넘도록 민통선 관광이 불허되고 있어서다. 철책 부근 태풍전망대는 휴전선 남측 11개 전망대 가운데 북한과 가장 가까이 있다. 북한 최전방 지역을 망원경으로 조망할 수 있어 중부전선의 가장 인기 있는 안보 관광지다. 연간 관광객이 6만∼7만명에 달했다.

이 여파로 연천 민통선 일대의 관광 경기는 최악으로 치닫고 있다. 민통선 입구 근처 한 음식점 주인은 “파주 민통선 지역 주민들은 올 들어 2차례나 트랙터까지 동원해 시위를 벌인 뒤 민통선 관광이 재개됐는데, 연천 민통선 지역 주민들은 가만히 있어 그런지 모르겠다”고 했다. 이석우 연천지역사랑실천연대 대표는 “ASF도 거의 종식돼 이달부터 양돈농가에 재입식이 추진될 정도인 점에 비춰 단계적인 개방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연천군도 같은 입장을 보인다. 김광철 연천군수는 “민통선 관광객은 논과 밭·들녘으로 다니는 게 아니라 방역수칙을 지키며 정해진 장소만 차량을 이용해 방문한다”며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해 제한적으로나마 연천 민통선 관광이 재개돼야 한다”고 했다.

국방부·환경부·농림축산식품부 등 관계 당국은 파주와 형평성을 고려해 연천 민통선 지역에 대한 관광 재개를 적극적으로 검토해야 한다. 연천은 경기도 31개 지자체 중 가장 낙후한 지역이다. 인구는 매년 감소 추세를 보이며 현재 4만3574명에 불과하다. 재정자립도는 18.3%로 매우 열악하다. 낙후한 접경지역 경제 활성화 차원에서 연천 민통선 생태안보 관광이 절실하다. 지역 주민들이 민원하고 시위해야만 움직이는 행정편의주의적 발상을 접고 선제적으로 행동할 때다.

전익진 사회2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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