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예대 '황금폰 사건', 보다 못한 학생들이 나섰다

김동규 2020. 11. 16. 18: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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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팟인터뷰] 서울예술대학교 사진작가 사이버성폭력 대응모임

[김동규 기자]

"내 전 여친 얼굴 나온 건 다 황금폰에 있어." 

서울예대 출신 사진작가 두 사람이 학교 재학 시절 촬영한 동문들의 신체 사진을 단체 채팅방에 공유하고 성희롱성 발언을 일삼았다는 사실이 지난 10월 19일 JTBC 보도를 통해 드러났다. 이른바 '사진작가 황금폰' 사건이다. 

가해자인 사진작가 A씨는 피해자들의 신체 사진을 채팅방에 공유한 후 학과와 이름을 언급하기도 했다. 다른 사진작가 B씨는 전 연인의 나체 사진을 채팅방에 올렸다고 한다. 

사건은 지난 6월 피해자 측이 경찰에 고소장을 제출하면서 공론화되기 시작했다. 그러나 경찰 측은 9월이 돼서야 가해자 휴대폰과 컴퓨터 압수수색을 실시했다. 가해자의 이사로 인해 거주지 특정이 늦어졌다는 이유에서다. 

JTBC 보도 당시 B씨는 서울예대 측과 계약을 맺고 학생들의 프로필 사진을 촬영하는 업무를 수행하고 있었다. 서울예대는 사건 직후 B씨와의 계약을 해지했다. 그러나 서울예대는 피해자 중 일부가 학교 재학생들이라는 사실이 드러났음에도 추가 조치를 하지 않고 있다. 결국 학내 분위기에 분노한 학생들이 직접 서울예대 사진작가 '황금폰 사건' 대응 모임을 구성하여 활동하기 시작했다. 

16일 오전 서울예대 곳곳에 '사진작가 황금폰 사건' 관련 학교 측 대응을 규탄하는 내용의 대자보가 붙었다. 서울예술대학교 사진작가 사이버성폭력 대응모임이 학교 측에 '황금폰 사건' 관련 입장 표명, 가해자 징계 및 진상조사, 재발방지 대책 마련을 요구했다. 

같은 날, '서울예술대학교 사진작가 사이버성폭력 대응모임' 관계자와 인터뷰를 진행했다. 그는 '황금폰 사건' 피해자의 가까운 지인으로 사건을 접한 직후부터 대응 모임에 참여해왔다.

다음은 제보자와의 일문일답.

"성폭력 대응 매뉴얼 있지만, 지켜지지 않는다" 
 
 16일 서울예술대학교에 부착된 대자보
ⓒ 서사대
 
- '대응 모임'이 구성된 계기는 무엇인가?
"사건을 접한 학교 재학생들과 졸업생들이 학내 커뮤니티를 통해 자연스럽게 모였다. 트위터와 인스타그램에 대응 모임 계정이 개설됐고, 지금은 여러 연대단체와 함께 행동하고 있다."

- 지금까지 어떤 대응을 해왔나?
"첫 활동은 10월 20일에 있었던 청와대 국민청원이었다. "사진작가들의 엄벌을 촉구한다"라는 내용의 청원을 올렸다. 청원에는 지금까지 약 3200명 정도의 시민들이 참여해주었다. 청원 링크를 알리는 과정에서 함께해주는 사람도 늘어나게 되었다. 11월 16일에는 학내 곳곳에 학교 측 대응을 비판하는 내용의 대자보를 부착했다."

- 학교 분위기는 어떠한가?
"사건이 알려진 직후부터 많은 분이 함께 분노해주셨다. 굉장히 많은 응원을 받았다. 하지만 가해자의 신상이 알려진 이후부터 피해자를 추측하는 내용의 2차 가해가 있었다. 모 교수는 한 재학생이 수업 시간에 사건을 언급하자, "언론이 학교 이름을 언급해 학교에 타격을 준다. 괜히 학교의 유명세를 이용한다"라고 발언했다. 이에 몇몇 학생들이 웅성거리자, 교수는 "너희도 황금폰 필요하냐"라고 발언했다."

- 학교는 어떤 입장인가.
"서울예술대학교 측은 학내 성폭력 사건들에 대해 침묵을 고수해왔다. 학교 측은 가해자가 자신들과 계약을 맺고 재학생들의 프로필 사진을 촬영하는 업무를 수행하고 있었음에도 그 흔한 유감 표명조차 하지 않고 있다. 2018년에도 학내 성폭력 사건이 있었는데 변하지 않은 것 같아 분노를 느낀다."

- 학교가 무엇을 해야 한다고 보나.  
"학교 재학생 및 졸업생 수십 명이 사건에 관련돼 있다. 학교 측의 자체적인 진상 조사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징계와 재발 방치책 마련도 필수적이다. 학교에 자체적인 성폭력 대응 매뉴얼이 존재하는데, 전혀 지켜지지 않고 있다. 매뉴얼은 교수, 재학생, 학내 노동자에 대한 성폭력 예방 교육 실시를 규정하고 있다."

- 앞으로 어떻게 대응할 생각인가?
"다음 주 중으로 1인 시위와 서명운동을 시작할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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