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세 경찰대생이 현직 경찰에 "경사고 나발이고 무릎 꿇어"

이가람 2020. 11. 15. 0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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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대학은 지난 3월 12일 경찰대학 제36기, 경찰간부후보생 제68기, 변호사·회계사 경력경쟁채용자 등 169명의 합동 임용식을 충남 아산 소재 경찰대학에서 개최했다. 뉴스1

“경찰대생인 피고인은 경찰관에 대한 평소 인식을 그대로 드러냈다.”
서울남부지법 형사13단독 류희현 판사가 7월 공무집행방해·모욕 혐의로 기소된 박모(22)씨의 선고 공판에서 한 말이다. 경찰대 3학년이던 박씨는 1월 22일 현직 경찰관들을 폭행하고 모욕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박씨는 경찰대생 신분을 내세우며 “경사고 경장이고 나발이고 무릎 꿇고 XX마세요”라며 경찰관들을 윽박질렀다. 류 판사는 “피해 경찰관이 상당한 모욕감과 허탈감을 느꼈을 것"이라며 박씨에게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경찰대는 2월 박씨를 퇴학시켰다.


경찰, 경찰대 건물 증축비 100억 신청

사진 뉴시스


13일 경찰청이 내년도 예산안에 경찰대 건물 증축비 100억원을 포함시킨 것으로 알려지면서 논란이다. 경찰대는 그간 소속 학생의 잇따른 일탈과 국비로 학교를 다닌 뒤 졸업하면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 진학하는 경우가 많아 끊임없이 페지론이 나왔고 현재도 개혁과제를 추진중이다.

경찰대를 바라보는 시선은 우선 경찰 내부에서부터 곱지만은 않다. 경찰 상층부에서는 경찰대생의 경찰관 폭행을 일부 개인의 일탈로 일축한다. 하지만 일선의 경찰들은 경찰대생의 특권 의식으로 받아들인다. 박씨 사건 외에도 지난 2013년에는 경찰대를 졸업한 22살의 경위가 순경의 멱살을 잡고 행패를 부려 공무집행방해 혐의로 입건되기도 했다. 또 경찰대에 대한 전반적인 평가도 엇갈린다. 1981년 개교한 경찰대는 유능한 경찰 간부를 양성해 치안 발전에 기여했다는 긍정 평가가 있다. 하지만 경찰 조직 내에 ‘순혈주의’와 ‘엘리트 의식’을 심었다는 부정적인 평가도 만만치 않다.

이에따라 경찰대는 끊임없는 폐지론에 시달렸다. 특히 현 정부 들어서는 2018년 7월에 ‘경찰대학 개혁추진위원회’가 발족되기도 했다. 추진위는 순혈주의·특권의식 해소와 경찰대 교육역량 강화 등을 골자로 한 16개 세부 개혁과제를 제시했다. 경찰대 측은 “16개의 과제 중 법령 개정이 필요한 과제를 제외하고는 이미 11개의 과제가 완료되거나 시행 중”이라며 “나머지 과제도 국회와의 긴밀한 소통을 통해 경찰대학 개혁을 속도감 있게 추진해나갈 예정”이라고 말했다.


경찰대, 학비 전액 국비 지원 폐지
경찰대는 앞으로 ‘경찰대학 설치법’을 개정해 현재 치안정감이 임명되는 경찰대학장을 외부개방직으로 전환한다. 또 학비·기숙사비 전액 국비 지원제도 등도 폐지한다. 일각에선 현재의 경찰대 개혁안을 두고 “국민에게 와 닿는 치안 발전의 방향과는 거리가 멀다”고 지적한다. 순경 출신의 경찰 A씨는 “경찰청에서 근무하는 경찰 대부분이 경찰대 출신이고 현장 경험이 많이 부족하다”며 “대부분 승진을 위해 기획·정보 부서의 근무를 선호하다 보니 형사나 수사 업무와 치안의 최전선에 있는 지구대나 파출소의 현실을 잘 모른다”고 지적했다. 일선 경찰서에서 일하는 경찰 B씨는 “경찰대의 설립 목적이 고급 인재 확보였으나 요즘에는 순경 출신도 대부분 대졸자이고 경찰대생들은 오히려 졸업 후 로스쿨 진학 등으로 빠지고 있다”며 “애초에 설립목적이 많이 퇴색된 상황에서 개혁안이 무슨 의미가 있는지 잘 모르겠다”고 말했다.


"경찰대 특권 의식부터 타파해야"
경찰대의 특권 의식 타파를 위한 개혁 의지가 부족하다는 비판도 나왔다. 오윤성 순천향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경찰대생의 폭행 사건은 경찰대 전체의 문제라기보다 개인의 일탈로 바라보는 게 더 적합하다”며 “다만 경찰대생이 졸업만 하게 되면 경찰 간부급인 경위로 임관하게 되는 현재의 제도를 다시 점검해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오 교수는 “경찰대를 막 졸업한 경위가 현장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상태에서 일선 경찰들을 통솔하면서 경찰대 출신에 대한 불만이 쌓이기 마련”이라며 “경찰대 출신도 순경으로 임관해 1~2년 정도 현장을 경험하게 한 뒤 의무기간에 따라 경위까지 빠르게 승진시키는 식으로 제도를 바꿀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가람 기자 lee.garam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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